[산업일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무역적자가 약 49억7천만 달러로 나타났다.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는 126억9천만 달러로, 월간 무역수지 통계에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간누계로는 올해 무역적자가 40일 만에 176억2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의 연간 무역수지 적자는 132억7천만 달러였다.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무역적자 474억7천만 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 열흘 새 전년의 약 37%를 웃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가전제품 등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13일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4.5% 줄어든 반도체는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7% 역성장했다. 가전제품 수출은 지난달에 전년 동월 대비 19.9% 감소했으며, 최근 열흘간 32.9% 줄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제품가격 하락, 글로벌 수요둔화 등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이다. 반도체 내 수출 비중이 큰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수요 약세, 재고 누적 등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 제품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된다고 내다봤다. 계절적 비수기, IT시장 둔화 등은 수요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 흐름을 만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가전제품 수출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소비심리 악화로 대형가전 등 수출이 줄었으며, 재고 증가에 따른 해외 유통사 발주 축소 및 생산물량 조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가별 수출 통계에서는 대(對)중국 수출의 연이은 감소가 눈에 띈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91억7천만 달러로, 전년 동월과 비교 시 31.4% 줄었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감소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 1일 ‘2023년 재정경제금융관 회의’에서 “반도체 수출단가 급락, 코로나로 인한 중국 경제활동 차질 등이 무역수지 악화를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메모리반도체, 석유화학제품, 스마트폰 판패널 등의 가격이 하락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반도체와 일반기계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6.6%, 42.7% 줄었다.
허유석 산업부 수출입과 사무관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의 수요부진 등을 언급하며, “중국의 춘절이 길어 효과를 보기 어려웠고, 리오프닝이 활성화되지 않은 게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