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부터 휴대전화 개통 절차에 ‘안면인증’을 도입했다. 보이스피싱과 같이 금융사기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폰 근절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유심값·개인정보에 이어 얼굴까지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24일 브리핑을 통해 “생체정보는 저장되지 않는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과 불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기존 진위 확인 방식은 이용자가 제시한 신분증을 발급기관과 연계해 진위를 따지는 방식이었다. 이후 PASS 앱 기반 안면인증 시스템을 통해 신분증의 얼굴 사진과 실제 얼굴을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것이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안면인증 방법이다. (내년 3월 23일부터 정식 도입)
과기정통부는 19일 해당 정책을 발표하며 보도자료를 통해 ‘타인의 신분증을 절취·위조하거나 명의를 대여하는 방식의 대포폰 개통이 원천 차단 될 것’이라며 ‘유출된 정보만으로 대포폰을 개통하던 수법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기대를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은 ‘안면인식 정보 까지 유출되면 어떻게 할거냐?’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올해 통신 3사 (케이티(KT), SK텔레콤(SKT), 엘지유플러스(LG U+))가 모두 사이버 침해사고(해킹)를 당해 개인정보가 유출과 무단 결제 사고가 잇따르며 국민의 불신이 높아진 여파다.
정책의 실효성도 지적됐다. 안면인식까지 거쳐 개통한 당사자가 직접 대포폰을 넘길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최우혁 네트워크정책실장은 24일 서울정부종합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신분증 얼굴 사진과 얼굴 영상을 실시간으로 대조해 동일인 여부만 분석한다”라며 “생체정보는 보관되지 않으며, 확인 결과도 ‘Yes or No’만 관리한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본인 여부 확인 완료 즉시, 관련 정보는 자동으로 즉시 삭제되기 때문에 서버를 비롯해 별도 저장되거나 다른 곳으로 전송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직접 대포폰을 넘기는 사례에 대해선 “수사기관의 영역으로 잡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여러 대안을 고민 중”이라며 “현재 국회 본회의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는데, 타인에게 대포폰의 형태로 넘기는 행위를 크게 처벌할 수 있다고 통신사에서 의무적으로 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경우 내년 하반기 적용을 준비 중이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는 3월도 훌쩍 넘기게 되는 것이다. 관련 질문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외국인 명의 대포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라면서도 “신분증 별로 각 개발 비용이 들어가고, 난이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라고 답했다.
최우혁 실장은 “내국인 대포폰도 외국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많기 때문에, 급증하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대응책으로 봐달라”라고 덧붙였다.
안면인증은 이미 금융권에 도입된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18일 SBS 뉴스헌터스는 종이가면을 통해 은행 앱의 얼굴인식을 통과해 로그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안면인증 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증거다. 종이가면에도 뚫리는 인증이, AI(인공지능) 딥페이크는 막아낼 수 있을까?
브리핑에서 통신사의 안면인증 시스템을 구축한 업체 관계자는 “딥페이크, 무반사 모니터, 3D 프린팅 등에 대한 방어는 계속 개선해 나갈 부분”이라고 밝혔다.
정책의 취지와 필요성은 공감된다. 그러나, 일상에 ‘번거로움’이 한 번 더 더해지는 정책이라는 첫인상은 지우기 어렵다. 특히, 대포폰 개통 목적의 사용자에 대해 뚜렷한 차단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실효성 부족한 절차만 하나 더 얹는 옥상옥(屋上屋)에 그치는 것은 아닐지 되묻게 된다.
24일 브리핑 질의응답 말미 ‘KT 발표는 언제쯤 하냐’는 질문에 최우혁 실장은 “이 건하고는 별개인 것 같아,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든지 일단은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지난 9월 발생한 KT 무단 소액결제 침해사고는 아직도 최종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SKT에 비해 원인이 다수고, 인과관계가 복잡해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은 정부의 설명에도 왜 쉽사리 불안을 내려놓지 못할까. 기술의 유용성에 앞서 무너져 버린 신뢰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정리가 여전히 유보된 채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