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선언 이후,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체제는 산업 경쟁력의 필수요소로 떠올랐다.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연합(EU)의 주요 환경규제들에 대응해 탈탄소 및 친환경 정책들을 펼치며 지속 가능성을 더한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 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경기 킨텍스에서 지난 11월 29일, 30일 이틀간 진행된 '2023 대한민국 순환경제 페스티벌'에서 두 기업이 순환경제 비전과 전략을 공유했다.
탄소 배출량 45% 이상 저감… ‘탄소 중립 애플 워치’로 보여주는 방향성
랍 구조 애플 디렉터는 "우리는 제품의 탄소 배출원 중 소재, 전력, 운송 등 가장 큰 세 가지 요소에 주목했다"라고 말했다.
애플은 대부분 외장재에 100% 재활용 알루미늄 사용하고 있다. 탭틱 엔진에서는 인증된 재활용 텅스텐을 96% 이상 사용하고 있으며, 아이폰, 아이팟, 에어팟, 맥의 모든 신제품에서 재활용 희토류 원소를 73%, 재활용 주석을 38% 사용했다.
메인 로직 보드에 사용한 땜납은 100% 재활용 주석이며 아이폰 배터리에는 25% 재활용 코발트가 쓰였다. 랍 구조 디렉터는 여기에 더해 올해 1월부터는 최초로 일부 제품의 배터리에 재활용 리튬을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 최초의 탄소 중립 제품군인 새로운 애플워치 라인업을 소개했다. 일명 '탄소 중립 애플 워치'인 애플 워치 시리즈 9는 스포츠 루프 밴드와 조합했을 때 중량 기준 30% 이상을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
이어 "2025년까지 우리 제품의 포장에서 모든 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기준 제품 포장 중 플라스틱 비중은 4%로 2015에 비해 포장재의 플라스틱 비율을 75% 줄였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애플 워치와 밴드 라인업은 최초로 100% 섬유 기반 포장을 사용했고, 모든 아이폰15 모델의 포장재는 99% 이상 섬유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애플은 "제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은 자원을 보존하고 애플 제품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라는 방향성을 밝혔다.
하드웨어의 내구성을 높이는 한편, 제품의 수리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함으로써 제품의 수명을 한층 더 연장했다. 아이폰15는 10여 개의 수리 가능 모듈과 IP68 방진방수, 세라믹 실드 커버 글래스로 구성됐으며, 새로운 내부 설계로 후면 글래스도 훨씬 쉽고 저렴하게 수리할 수 있다는 게 랍 구조 디렉터의 설명이다.
전 세계 1만 곳이 넘는 애플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 독립 수리 제공업체(ISP), 개인이 직접 수리할 수 있는 셀프 서비스 수리 등 수리 옵션에 대한 접근성도 높였다.
보상판매 서비스인 '애플 트레인드 인'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1천210만 개 이상의 제품과 악세서리를 재사용, 전 세계적으로 4만 톤(ton)이 넘는 전자 폐기물을 재활용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랍 구조 디렉터는 "제품 수명이 다하면, 소재는 다시 공급망으로 돌려보낸다"라며 "재활용 로봇 데이브와 데이지는 제품들을 분해해 희토류 자석과 텅스텐, 철 등 가치 있는 핵심 소재를 회수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수년간 확장해온 모든 프로그램 덕분에 애플의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2015년 이후로 탄소 배출량을 45% 이상 줄였다"라며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애플의 탄소 배출량은 오늘날의 두 배가 넘었을 것"이라 말했다.
“삼성 제품 선택이 곧 지속가능성의 실천 되도록…”, 삼성의 新환경경영전략
삼성전자는 순환경제연구소의 역할과 '2023 신(新)환경 경영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양경모 삼성전자 글로벌 EHS센터 순환경제연구소 랩장은 "순환경제연구소의 목표는 회복 탄력성을 기반으로 한 변화와 성장, 복원 기술을 활용한 폐기물의 제로화"라며 "재활용 소재, 재활용 공정, 제품 재활용성 세 가지 분야를 타겟 기술로 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이 지난 3월 발표한 핵심원자제법 등은 '자원순환'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수단을 넘어 '비즈니스를 위한 기본적인 자격'이라는 것을 국내 많은 기업에 인식시킨 계기가 됐다고 본다"라며 "소비자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에서는 자원순환 관련 규제 중 에코디자인 항목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근 규제 동향은 에너지 자원 효율성 제고뿐 아니라 폐기물 생성 자체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규정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 동향에 발맞춰 지난해 9월 발표한 '新 환경 경영전략'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라는 장기 목표와 함께 자원순환과 수자원 재이용을 포함한 연도별 목표 수립을 담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순환경제연구소와 더불어 2030년까지 폐배터리 광물 재활용, 폐가전 수거 체계 확대, 2050년까지 재생 레진 적용이 주요 과제다. 현재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 솔루션을 복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양경모 순환경제연구소 랩장은 "회수한 폐플라스틱을 정제·파쇄·응용해 재사용하는 물리적 재활용의 경우 품질 및 수급에 한계가 예상돼 반드시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적극적 이용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열분해, 해중합, 용매 추출 등을 통해 원료 물질로 환원하는 이 방식은 경제성과 환경 영향을 고려한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라고 말했다.
폐배터리 광물의 재활용 측면에서는 수거한 폐배터리의 친환경적 처리와 스마트폰 등 배터리의 재활용 원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 관련 규제와 함께 글로벌 재활용 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지만 전기차와 전자제품 내 소재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독립적 밸류체인이 요구되는 만큼 폐기물 확보와 공급망 선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방향성으로 최근 출시한 갤럭시 S23 울트라에도 다양한 친환경 요소가 담겼다.
재활용 소재가 평균 22% 포함된 코닝의 최신 강화유리가 스마트폰 최초로 적용됐으며, 갤럭시 플래그십 기기 최초로 사이드 키, 볼륨 키, SIM 트레이에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후면 글래스와 케이스 전면에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용했고 현 20% 적용된 해양 폐기물 플라스틱 소재도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재활용 소재 적용 부품 수도 전작인 갤럭시 S22 울트라(6개)의 두 배인 12개로 사용 범위를 늘렸다.
삼성전자는 제품 사용에서 발생하는 문제에도 주목했다. 양경모 랩장은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와 캐나다의 해양 보호 비영리 연구기관 오션 와이즈(Ocean Wise)와의 협업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 저감 코스'를 개발했다"라며 "기존 세탁 코스 대비 미세 플라스틱 배출을 국내 기준 60%까지 줄일 수 있게 됐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공격적인 목표수립보다는 중장기 전략을 기반으로 한 준비가 필요하다"라며 "폐기물부터 원료까지 전 밸류체인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