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제조 산업의 정체가 지속되는 한편, AI(인공지능)의 적용 범위와 활용 가치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불필요한 운영 &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는 등 수율 및 품질 향상, 설비 생산성 형상, 공정 운영성 개선 등이 주요 영역이다.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조사 결과(올해 12월 현황과 내년 1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제조 산업 전문가들은 12월 제조 산업의 업황이 11월과 거의 동일하다고 진단했다.
내수 항목에서는 3개월 만에 부정적인 의견이 조금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항목은 긍정응답이 우위를 점했지만, 전월에 비해선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1월 제조 산업의 전망이 12월보다는 소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내수는 여전히 전월보다 하회할 것이라고 봤고, 수출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의 ‘2024년 산업전망’ 보고서를 보면, 제조 산업이 2022년 말부터 이어진 반도체 투자 위축 등으로 상반기 산업 활동의 약세가 지속됐다. 하반기에는 IT 경기 부진이 완화돼 수출 감소 폭은 줄었으나 세계 경기 회복 지연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으로 당분간 정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제조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설비 및 기계 장비인 일반기계는 2023년 주요 수출 상대국의 경기 위축과 설비투자 감소로 생산 및 수출이 감소했지만, 내년에는 전반적인 회복이 점쳐진다고 봤다. 국내 경제성장 및 설비투자 증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설비투자 회복, 유럽·중동 지역 중심의 대규모 인프라·설비 투자 회복 등을 이유로 꼽았다.
국내 스마트 팩토리 구축 현황도 짚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14년부터 보급을 시작한 ‘지능형 공장’인 스마트 팩토리는 2022년까지 총 3만 144개가 도입됐고, 공정개선과 경영개선 성과를 거뒀다고 파악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중소·중견기업 제조혁신으로 기업경쟁력을 행상하기 위해 올해부터 고도화 중심의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진, 로봇과 공급망 연계 공장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AI 확산 중인 제조산업
이러한 동향 가운데,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23 데이터산업 백서’에서는 산업별 데이터 활용 현황을 소개했다. 금융·헬스케어·모빌리티 등 7개 분야 가운데 제조 분야 현황을 훑어봤다.
제조 산업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디지털화’로 생산 현장의 많은 데이터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백서는 AI(인공지능)를 적용한 분석 및 의사결정 지원 솔루션의 측면에서 다른 산업에 비해 디지털화 수준이 낮은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Manufacturing AI(제조 AI) 시대가 도래하며,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를 통해 실시간 수집되는 방대한 제조 데이터에 AI를 접목하는 등 제조 산업에서도 AI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서에서 이어진 내용에 따르면, AI는 △설비 예지 보전(Predictive Maintenance) △프로세스 및 품질 최적화(Process & Quality Optimization) △프로세스 자율 및 자동화 제어(Process Autonomous & Automation Control) 영역에서 활용 가치가 확대되고 있다.
설비 예지 보전
설비 예지 보전은 다양한 설비 데이터와 고장 패턴에 AI를 접목하는 것이다.
제조설비는 적절한 시점에 정비를 해줘야 한다.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이나 무리한 설비 운영으로 계획되지 않은 고장이 발생하면, 정비비용의 2배에서 10배 넘는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가동 중이었다면 생산품의 폐기 및 재작업 비용으로 손실이 더욱 커진다. 반대로 너무 미리, 자주 정비가 실행되면 생산량을 맞추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정비가 이뤄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AI를 활용하면, 설비의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며 적절한 시점의 정비 수행을 도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비 고장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제작하려면 충분한 사례를 학습해야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고장 데이터가 매우 부족하다는 한계도 있다. 이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거나, 활용하기 어려운 저장 형태도 있다. 여러 이유 때문에 적정 장비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장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 기법을 활용해 이상 감지(Anomaly Detection) 및 예지 보전 모델을 생성이 해법으로 등장한다.
AI 적용을 위해선 설비의 건강 상태를 대변할 수 있는 파라미터 (Parameter) 선택이 중요한데, 설비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데이터 중 진동 센서로 도출한 데이터가 특히 유용하다. 진동 스펙트럼 데이터들은 회전체 설비의 고장 유형 분석에 도움을 주는데, 진동의 Summary 값과 다른 피라미터를 이용해 만든 모델로 전반적인 설비의 건강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세스 및 품질 최적화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는 설비에서 생산 중 수집되는 ‘생산 데이터’와 제품의 품질을 검사하며 얻어지는 ‘품질 데이터’다. 이 둘은 매우 밀접한 관계로, 설비의 상태는 제품의 품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제조 산업에서 판매를 위한 완제품의 품질, 전체 제품 대비 정상 제품의 비율인 ‘수율’은 중요하게 관리된다. 생산 데이터는 여러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품질 검사는 생산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주로 이뤄지게 되는데, 생산 데이터의 변화 내용을 분석해 품질과 수율 예측이 가능하다면 생산 물량 관리와 공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 생산하는 설비 자체의 성능과 생산성 변화를 예측할 수도 있다.
이런 수율 관리에 AI를 활용하면 불량 유형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프로세스 및 품질 최적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 불량을 줄여 품질을 높이려면 불량 유형별 원인과 생산 데이터의 상관성을 따져 생산 조건을 조성해야 하는데, 불량 유형이 다양하고 파라미터가 많지 않다면 좋은 분석 결과 도출이 힘들다. 불량 예측 작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백서는 이에 대해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 기법을 활용해 모델링 없이 불량 유형을 특징별로 분류 후 원인 분석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프로세스 자율 및 자동화 제어
상술한 두 가지 영역의 결과를 제조 현장에 빠르게 적용하려면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엔지니어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그 내용을 자동으로 적용 가능해야 한다.
백서는 이를 위해 ‘지식 저장소(Knowledge Base)’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거 데이터로 기초를 만들고,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할 때마다 상관성을 분석해 저장소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더불어, 엔지니어의 의사결정 시점에 자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저장소에 구축된 과거 유사 이상 패턴을 찾아내 조치 내용까지 자동으로 생성해 올바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저장소에는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해 엔지니어의 지식·노하우·사고 처리 이력 등을 정형화하고 의미 있는 연관성을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백서는 ‘얼마나 풍성하고 정확한 지식 저장소를 구축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주목했다.
제조 산업에 AI가 가져다주는 변화
백서는 AI가 데이터 준비 및 모델링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리소스 효율성과 정확성을 향상할 수 있고, 사용자 숙련도에 상관없이 일관된 값을 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I 스스로 학습과 최적화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서술했다.
또, 제조 산업이 숙련된 엔지니어의 전문적인 경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AI를 통한 지식 보존과 개선 및 표준화를 강조했다.
숙련된 엔지니어들의 경험과 지식을 데이터·AI 모델 기반의 분석 결과에 접목해 통합하고 연결된 지식 체계를 구축하면,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결과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대다수 제조업체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의 30%가 AI를 통해 추가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제조 현장에서 낭비되는 비용의 60%는 불필요한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에서 발생하는데, 설비 예지 보전을 통해 고장을 줄이고 유지보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도 밝혔다.
이 밖에도 백서는 ▲생산 납기 준수율 증가 ▲디자인 개선과 제품 최적화 ▲시뮬레이션을 통한 불량률 감소 ▲제품 개발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