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지난 6월말 화성시에서 발생한 아리셀 공장 폭발 참사는 23명의 근로자의 생명을 앗아가면서 단기간이나마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이끌어냈다. 이에 제2, 제3의 아리셀 사태를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각종 집회나 토론회들도 사건 발생 이후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아리셀 사태에서 뼈아프게 얻어야 할 교훈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 중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 대책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셀 폭발 사고 현장에서 세상을 떠난 근로자 중 70% 이상인 17명이 외국인 근로자라는 점은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서 ‘위험의 이주화’가 이뤄지고 있는 국내 제조업계의 민낯을 보여준 사태라고 할 수 있다.
근로 인력의 공동화가 이뤄지고 있는 제조업계나 계절제로 일하는 농림수산업계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필요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은 143만 명이고 취업자는 92만 명을 넘어섰다. 1년 전 통계이기 때문에 국내 외국인 근로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문제는 국내 제조업계에 몸담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절대 다수가 내국인들이 근무하기 꺼려하는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대한 교육 등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등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긴급토론회’에서 참사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양경수 위원장은 “이주노동자가 매년 100명 이상 사망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안전교육과 정보제공에서 방치되고 있다”고 말한 뒤 “참사가 발생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다국어로 제작된 비상구 포스터 온라인 배포‘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마련된 대책의 전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같은 자리에서 재단법인 일환경건강센터 류현철 이사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발생하지 않은 산재에 대해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추정 가능한 사후 처리비용 부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보건체제 구성 의무가 없고 사업주가 교육을 받을 의무도 없다”고 현행법상 영세기업이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쿼터를 올해부터 E-9비자 인력을 16만5천명으로 확대해 제조업과 농림수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제조 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방법은 ‘외국인 근로자 투입’이라는 데에 이견이 있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들이 근무기간을 마친 뒤 무사히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하는 것은 사업장과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 그리고 귀국길에 오르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는 매해 1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우리는 준비돼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 물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