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IT분야의 글로벌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세계가전전시회) 2025’의 개최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최근 발표한 ‘CES 2025 Preview’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이번 CES는 ‘몰입(Dive In)’을 주제로 진행된다. 보고서는 AI 칩 경쟁과 생활공간의 확장이 주목할 만한 흐름이라고 살폈다.
또한, ▲양자 컴퓨팅 ▲생성형AI+로보틱스 ▲에너지 전환(지속가능성) ▲AR 및 VR·XR ▲ 차량 기술 및 미래형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홈과 5G ▲푸드테크 ▲핀테크와 금융혁신 ▲스페이스 테크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CES는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기업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CES에서 신제품을 내놓겠다고 발표하고, 리서치기관들은 어떤 기술들이 새롭게 등장할지 예측한다. 개최 후에는 연일 어떤 기술과 제품이 이목을 끌었는지 목격담이 쏟아진다. 사흘간의 행사가 종료되면 CES 참가·참관 후일담과 의의를 살피기도 한다.
이러한 영향력 때문인지, 한국의 전시회들은 종종 ‘한국형 CES’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IT, 전자 등 CES와 전시품목이 겹치는 전시회의 주최·주관사들을 만나보면 ‘한국의 CES가 될 것’이라는 비전을 들을 수 있다. 정치인이나 정부 관계자들도 ‘한국의 CES로 자리 잡길 바란다’는 축사를 여러 전시회에 전한다.
CES는 마케팅 요소가 되기도 한다. 참가업체들이 부스에 ‘CES 혁신상’의 상패와 수상이력을 전시해 놓는 것을 넘어, 전시회 자체에서 CES 혁신상 수상기업과 참가기업을 모아 ‘특별관’을 꾸린다.

그렇다 보니, 전시회를 다니다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1월에 CES에서 신기술·신제품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뒤,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회들에서는 CES 공개 제품을 1년간 ‘순회 전시’만 하는듯한 흐름 때문이다.
전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IT·전자 분야가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는 분야다 보니 최신 기술은 외국에서만 공개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전 산업으로 살펴보면 꼭 그렇다고만 할 수는 없다”라고 반박했다. CES만큼 흥행성은 없더라도, 다른 산업의 한국 전시회에서 최초로 신기술·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한다는 해설이다.
그러면서, 그는 게임 산업 전시회인 ‘G-STAR(Game Show & Trade, All-Round)’를 대표 사례로 내세웠다. 지금은 여러 이유로 예전과 같지 않지만, 한 때는 해외 유수 게임사들도 한국을 찾아와 신작을 최초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한국의 IT·전자 기업들도 우리나라에서 신기술·신제품을 공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파급효과가 큰 CES를 포기하고 한국 전시회를 최초 공개의 무대로 삼는다는 것은 어려운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나 IT·전자분야 주최사·지자체들이 비전으로 삼고 있는 ‘한국형 CES’가 등장하면, 그들도 한국에서 신제품을 선뜻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국형 CES’의 등장을 위해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올해 전시회에서 만난 전시업계 관계자들은 ‘인프라 부족 해소’를 가장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CES나 해외 유명 전시회에 비하면, 한국에는 전시공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최대 규모 전시회라는 일산 킨텍스(KINTEX)가 아직 계획으로만 두고 있는 제4전시장까지 건립해야 물리적 규모로 엇비슷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서울특별시 잠실운동장 일대에 추진 중인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었다.
“부대시설 인프라도 부족하다”라며 “킨텍스 행사를 찾은 해외 바이어들은 전시 참관 후 강남 코엑스(COEX)까지 가서 호텔을 사용하기도 한다”라고 전한 관계자도 있었다. 해외 바이어·참관객을 어떻게 대규모로 불러올 수 있다해도,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나 휴게공간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개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CES는 1960년대 최초 개최 이후 지속적으로 행사를 이어오며 규모와 위상을 키워왔다. 이처럼, ‘한국형 CES’도 지속 개최를 통해 관련 산업계의 신뢰를 확보하면서 목표를 멀리 세워야 한다는 관측이다.
어떤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한국형 CES’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당장 수익이나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전시회를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다”라며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연속성을 가지고 전시회를 적극적으로 개최하고 지원한다면 ‘한국형 CES’의 등장이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