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AI(인공지능) 기술 주도권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승기를 잡기 위해 강력한 투자와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역시 AI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국내 AI 산업 맞춤형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AI 스타트업·기업과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 AI 유니콘 기업’ 탄생의 밑거름이 될 정책을 제안하는 ‘국회 긴급 AI전략토론회-AI 아마겟돈, AI 유니콘이 미래다’ 토론회가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 필수적
퓨리오사AI의 정영범 상무는 “미국과 중국은 AI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대규모 투자를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AI 패권 유지를 위해 AI 반도체·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수출 규제와 동맹국과 협력 강화로 AI·반도체 핵심 기술의 글로벌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AI 투자를 통해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딥시크(DeepSeek)’로 대표되는 저성능 GPU 엔지니어링을 개발하며 해외 AI 인재·기술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정 상무는 한국 AI 산업의 전략으로 ▲저전력, 고성능 AI 가속제 개발로 AI 인프라 효율성 향상 ▲미국 및 유럽 기업과 협업을 확대하며 현지 AI 생태계와 협력 ▲자금 조달 및 산업 생태계 조성을 제시했다.
정영범 상무는 “정부는 AI 반도체 연구개발 지원금을 확대하고,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규모 있는 AI 스타트업 펀드를 마련해야 한다”라며 “또, 국산 AI 반도체를 미국과 유럽 AI 서비스 업체들이 활용해서 사업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속도전’ 식 지원 필요해
래블업 신정규 대표는 “AI는 모든 산업의 기술 발전과 생산 최적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기간 산업 역할을 한다”라고 운을 떼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AI 정책이 10년 이상 일관성 있게 유지돼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우리는 항상 추격자의 입장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AI·AX에서는 수성,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며 “유럽이나 일본처럼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AI의 발전 속도는 5년 전보다 급격하게 빨라졌고, 글로벌 빅테크들은 주 단위로 경쟁하고 있다”라며 “반면, 한국 정부의 지원방식은 장기적인 계획 중심으로 특정 기술 또는 사업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동향을 살폈다.
그러면서 “문제는, 현재 AI에서 1년은 1세대가 바뀌는 시간”이라며 “3개월 준비기간 이후 6개월 단기 지원을 진행하며 현재 2년간 사용하는 지원금을 모두 지급하자”라고 제안했다.
신정규 대표는 “기존의 느린 지원 방식으론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설득해 단기간의 강력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AI 성과, 실제 산업 현장으로 이어져야
마인즈앤컴퍼니 고석태 대표는 “딥시크·ChatGPT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제작보다, AI 기술의 발전된 성과를 산업에 녹이고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국가 AI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중요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향후 AI 기술 트렌드로 AI 에이전트 생성을 자동화하는 ‘Autonomous AI Agent’, 사용자의 선호와 맥락에 따라 개인화된 답변을 제공하는 ‘개인화(Personalized) Agent’, 멀티모달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화면을 인식하고 요청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Actionable AI Agent’ 3가지를 제시했다.
고 대표는 “기존에 운영 중이던 지원 제도를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형태로 전환·개선해야 한다”라며 “AI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연결해 AI 생태계 자체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R&D 인력 채용 지원 ▲모델 학습 추론을 위한 GPU 자원 확보 ▲사업화 지원 ▲R&D 선순화 구조 구축을 위한 재투자 지원 등을 나열했다.
이 밖에도 고석태 대표는 ‘AI 바우처’ 사업 확대, ‘AI Tech 기업 인증’ 제도 도입 마련을 당부했다.

정부 R&D, 공공성 분야에 집중 필요
고려대학교 안준모 교수는 “글로벌 행사에 참석하면, 사석에서 제일 많이 듣는 얘기가 ‘한국 정부는 너무 젠틀하다’라는 것으로, 예의 법률을 다 지키면서 투자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라며 “해외에선 대놓고 보조금을 지급하고, AI 시장에 엄청나게 개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 교수가 전한 글로벌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월 AI의 불모지라 여겨지던 일본의 AI 기업 ‘sakana’가 유니콘 기업이 됐다. 이는 OpenAI의 전 최고기술책임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를 영입하고, 일본 정부의 ‘생성형 AI 개발 지원프로그램(GENIAC)’를 통해 인프라 지원을 받았으며, 다수의 글로벌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 외에도 미국은 CHIPS법을 통해 인텔의 R&D 및 파운더리 시설 구축에 투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연간 30억 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과 정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대규모 AI 인프라&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준모 교수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해 보면, 정부가 모든 짐을 다 짊어지려 하지 말고 민간기업이 하기 어려운 공공성 분야(컴퓨팅 인프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라며 “특히 인재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 바라는 것은, 지금은 규제보다 진흥이 우선돼야 한다”라며 “규제 중심의 정책을 펼치다가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유럽의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AI가 기간 산업의 성격을 띠는 만큼, 실행력이 담보된 범부처적 중앙행정위원회로서의 AI 진흥 거버넌스도 고민해야 한다”라며 공공데이터 활용 문턱 완화·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규제 수준 설정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제언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최형두·최수진 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 정동영·황정아 의원실의 주최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