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따르면 한국에는 약 43만 명의 청각장애인이 있다. 그런데, 이 중 30%는 한글을 모른다. 필담을 통한 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수어로만 소통이 가능한데, 전국의 수어 통역사는 9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청각장애인들이 공공·금융기관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또, 1초가 시급한 긴급 의료 상황에서 자신 또는 가족의 증상에 대해 의료진과 정확히 소통할 수 있을까?
AI(인공지능) 서비스 전문업체인 (주)케이엘큐브가 ‘AI EXPO KOREA 2025 (국제인공지능대전, 이하 AI 엑스포)’에서 선보인 ‘AI 수어 번역 서비스’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개발한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은 국어문을 수어로 변환해 3D 아바타로 제작한다. 금융이나 공공기관같이 일부 분야에 특화된 텍스트를 학습시켜 단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수어로 변환한다는 것이다.
케이엘큐브의 심재홍 본부장은 “수어는 손동작을 가리키는 ‘수지’, 표정이나 몸동작 신호인 ‘비수지’, 손가락으로 ㄱ, ㄴ 등을 표현하는 ‘지화’로 구성된다”라며 “수지, 비수지, 지화를 알맞은 순간에 일치하도록 조립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방향 소통이 기술적으론 가능하나, 아직 수어 데이터가 부족해 실제 상황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봤다.
“다른 기업에서 박물관에 실시간 수어 번역 서비스를 실증한 적이 있는데, 오류가 잦아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라고 전한 심 본부장은 “현재 정확도는 60% 정도인데, 데이터가 많아진다면 정확도 향상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솔루션 개발 계기를 묻자, “국립국어원의 ‘한국 수어 병렬 말뭉치 사업’이라는 데이터 구축 사업을 수행하게 되면서 한글을 모르는 청각장애인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출품한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수어 통역 플랫폼’도 출시 계획이라고 전했다. 심 본부장은 “한국농아인협회, 강남대학교와 함께 제작중”이라며 “금융·공공·의료기관의 기본적인 안내는 수어 아바타로 설명하고, 자세한 상담은 수어 통합센터로 연결해 수어 통역사들과 영상통화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청각장애인들에게는 무료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공공·의료기관은 입점하는 방식이다.
심재홍 본부장은 “현재 단방향 소통 수어 서비스로 교보문고와 함께 전자책 기반의 수어북 시범서비스를 공동도서관 대상으로 실시 중”이라며 “식약처의 ‘푸드QR 실시간 식품정보 확인 서비스’, 박물관 안내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아바타 AI 수어 번역 서비스가 청각장애인들이 더욱 편하게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길을 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기대를 밝혔다.
한편, AI 엑스포는 16일까지 삼성동 코엑스(COEX) A홀에서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