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산업 자동화의 글로벌 리더 훼스토(Festo)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한국 시장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조명하고 있다. 올해 1월 취임한 토마스 뵈크(Thomas Böck) CEO는 지난9일 서울 문래동에 위치한 한국훼스토 본사를 공식 방문했다.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은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고도화된 산업이 밀집한 핵심 거점”이라며, “R&D부터 생산, 고객 대응까지 아우르는 완결형 기술 체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뵈크 CEO는 이어 “100년의 역사를 이어온 훼스토의 성공 비결은 바로 ‘사람’에 있다”며, “기술의 경계를 넘어 도전하고, 전 세계 고객과 함께 혁신을 실현해온 구성원들의 헌신이야말로 훼스토를 오늘의 위치에 올려놓은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Local for Local’ 전략… “R&D부터 생산까지 한국에서 완결하는 구조”
훼스토는 최근 몇 년간 ‘Local for Local’ 전략을 통해 각 국가 및 지역 고객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현지에서 기획·개발·제공하는 데 주력해 왔다. 뵈크 CEO는 “이 전략은 보호무역이나 관세 장벽 등 글로벌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고객에게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며, “한국은 이미 생산거점과 R&D센터를 모두 갖춘 국가로, 글로벌 공급망 내 핵심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R&D센터인 TEC(Technology Engineering Center) Korea의 역할을 강조하며, “독일 본사와 긴밀히 협력하면서도,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고도화된 산업군의 니즈를 직접 반영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단순한 해외지사 판매법인을 넘어, 독자적인 기술 자립을 가능케 하는 구조라는 평가다.
AI·디지털 기반 스마트팩토리… “Festo AX로 생산성과 유연성 확보”
최근 제조업계에서는 AI, 디지털 트윈, 엣지 컴퓨팅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팩토리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훼스토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Festo AX Industrial Intelligence’라는 포괄적 디지털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뵈크 CEO는 “Festo AX는 예지보전, 데이터 분석, 상태 모니터링을 한 번에 구현하는 통합 플랫폼”이라며, “특히 서보 컨트롤러 제품군과 연동되는 ‘AX Motion Insights’는 고객이 전동 드라이브의 상태를 클릭 몇 번으로 실시간 분석하고, 고장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 자동차 고객사에서는 이 솔루션 도입 이후 예상치 못한 가동 중단 시간을 약 25% 줄이는 성과를 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화 전환… “오픈 플랫폼으로 유연성 제고”
훼스토는 기존의 폐쇄형 PLC 시스템에서 탈피해, Phoenix Contact의 ‘PLCnext’ 기반 개방형 자동화 플랫폼 ‘Festo AX OS’를 도입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뵈크 CEO는 “고객은 더 이상 특정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조합해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며, “Festo의 오픈 아키텍처는 다양한 산업용 앱을 통합하고, 고객이 기존 설비와도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PC 기반 프로그래밍, AI 예지보전, 클라우드 연동까지 폭넓은 기술을 아우르며, 전통적인 공장 자동화 구조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이차전지 산업 정밀 자동화… “기술 장벽 높을수록 훼스토 강점 발휘”
한국의 반도체 및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밀하고 고신뢰성의 자동화 솔루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뵈크 CEO는 “훼스토는 단순한 공압 공급을 넘어, 정밀 제어와 센서 융합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공정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차전지 산업에서도 셀 제조, 모듈 조립, 폐배터리 재활용 전 단계에 걸쳐 대응 가능한 하이브리드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한다”며, “특히 NC(Non-Copper) 제한 부품을 통해 전극 오염을 방지하고 수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은 품질 기준이 엄격한 한국 배터리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 제조업, 디지털과 지속가능성이 핵심
제조업의 미래 방향성과 관련해 “앞으로는 디지털 기술과 AI, 그리고 지속가능성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스마트 에너지 절감 기술로 ‘Smart Switching Lite’를 예로 들며, “밸브를 꼭 필요한 순간에만 열고 최소한의 압력으로 작동하게 함으로써, 기계적 에너지를 최대 5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훼스토는 2024년부터 스코프 1(직접 배출), 스코프 2(간접 배출), 3.8(고객이 훼스토 제품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기준에서 탄소중립을 조기 달성했으며, 전사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