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를 넘어 일상, 경제, 민주주의 방식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기후위기 대응은 정부‧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공공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AI(인공지능)를 통해 보다 폭넓은 시민의 의견 반영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비영리단체인 ‘기후대응센터(CACK)’의 창립을 기념해, ‘기후위기와 AI시민사회 포럼’이 개최됐다.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박지원‧김원이‧안태준 김성회‧박지혜 의원실 및 기후대응센터가 주최했고,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이 주관했다.
기후리터러시·레토러시 통한 ‘기후시민’ 양성해야
발제자로 나선 플래닛03의 김용만 대표이사는 “기후위기는 장기적이고 느린, 비선형·비직관적 변화로 사람들의 실천이나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쉽게 밀려날 수 있다”라며 “교육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 전환을 이끄는 ‘기후시민’으로 성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리터러시’와 ‘기후레토러시’를 강조했다. 기후리터러시는 기후를 과학적으로 이해해 정보 해석과 판단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기후레토러시는 이를 기반으로 기후 문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설득하는 행동·실천을 의미한다.
‘가장 오래 감당할’ 미래세대 의견 적극 반영 필요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최연우 학생은 “다양한 경험·활동을 통해 미래세대는 기후위기를 오래 감당해야 하는 세대가 자연스럽게 갖는 문제의식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기후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지면 생각 이상으로 깊은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무리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의견이 실제로 반영되는 데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라며 “미래세대의 참여가 단순한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이 검토되고 논의되며 반영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적인 개선책으로 ▲청년 분과 또는 미래세대 참여 창구 마련 ▲의견 처리 과정이 명확하게 보이는 투명한 피드백 시스템 등을 제언하며 “기후문제 논의에서 미래세대의 의견은 참고용이 아니라 정식 논의의 한 축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르소나AI가 여는 ‘24시간 디지털 공론장’
포스트에이아이(POST-AI) 조인호 대표는 AI를 활용한 숙의 방법론으로 ‘AI 시민의회’를 제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오프라인 숙의는 의제에 대한 충실성과 대표성 확보가 가능하지만 참여 시민 간 편차·포괄성 확보 등의 한계가 있다. 반면 온라인 공론은 접근성과 규모 면에서 유리하나 참여 불평등 및 숙의 과정의 부실함으로 인해 최근 활용이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오프라인의 강점인 충실성, 온라인의 장점인 접근성과 규모를 결합해 보다 풍부한 숙의 과정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 특정 개인의 행동 및 선호도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페르소나(Individualized Persona) AI 기술을 통해, 시민 개개인과 1:1로 연결되는 디지털 에이전트를 구성하고 이들이 투표나 숙의 과정에 참여하는 모델 실증을 진행했다”라며 “AI 페르소나가 인간의 의견을 재현하는 정확도가 약 70%에서 85% 사이에 도달한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24시간 토론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AI 에이전트가 시민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미리 생성해 놓고 대기하고 있을 수 있다”라며 “사용자가 AI의 답이 자신의 의사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승인하면, 여러 페르소나 AI가 참여하는 공론장을 구성할 수 있다”라고 활용법을 소개했다.
한편, 이번 포럼을 주최한 김성회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에 정말 필요한 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라며 “AI시대에 인간이 소외된다는 의견도 많지만, 거꾸로 AI에 국민 전체 의사를 주관식으로 모으는 직접 민주주의의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금민 소장은 “민주주의는 단순한 선거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참여와 권력 통제”라며 “AI 시대의 우려 중 하나는 대다수의 시민이 데이터 제공자라는 수동적 지위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I 혁명에 반대하기보다는, AI를 새로운 형태의 시민성·공론장·권력 통제의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이 이번 포럼에서 논의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