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AI로 대변되는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동안 해킹과 국정자원 화재 등의 사건 발생은 현재 한국의 산업계가 가고 있는 방향과 속도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노조법과 중대재해법 등 각종 정책들은 산업계의 주축인 근로자와 사측의 공생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기도 했다.
한편, 전 세계의 화두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되면서 산업계 역시 발빠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하반기에는 전인미답의 코스피 4,000P에 도달하기도 했다. 아울러, 2기 트럼프 정부 이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과제인 ‘관세전쟁’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일단락됐다.
이에 본보는 올해 산업계를 달군 10가지 뉴스를 선정해 독자들과 올 한 해를 돌아보고자 한다.
AI(인공지능)는 기술적 진보를 넘어 산업, 경제, 문화, 교육, 복지 등 인류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기반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2024년 연말부터 가장 주목받은 키워드는 ‘에이전트 AI’였다. LLM(거대언어모델)을 기반으로 사람의 개입 없어도 자율적으로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AI는, 지식 기반 콘텐츠 생성 도구 단계를 지나 복잡한 다단계 워크플로우를 실행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플랫폼 기업 워크데이가 진행한 글로벌 연구 ‘AI 에이전트 인 더 워크포스 스터디(AI Agents in the Workforce Study)’의 한국시장 주요 결과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업 전반에서도 에이전트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78%는 에이전트 AI 도입 초기 단계에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40%)은 사전 구축형 서비스를 조직에 맞춰 수정·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키워드도 있다. 1월 개최된 ‘CES 2025’에서 NVIDIA(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AI의 다음 도전은 ‘피지컬 AI(물리AI)’’라고 선언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피지컬 AI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는 피지컬 AI를 두고 ‘AI가 물리적 실체 안에 구현되어 센서와 액추에이터 등을 통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행동함으로써 환경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피지컬 AI는 인간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결합해 제조 분야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산업용·협동용 로봇의 경우, 로봇을 위해 제조 라인을 변경해야 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위해 설계된 장비나 도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
올해 AI를 향한 대중의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 생성형 AI 서비스들의 멀티모달 기능이 정교해지면서, 이미지·영상 등 콘텐츠 제작이 대중화됐다. 특히, 3월 Chat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업데이트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지브리와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 화풍으로 변경해 SNS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는 것이 유행했다. 8월경에는 Gemini의 이미지 생성 모델 Nano Banana를 이용해 이미지를 피규어 사진으로 변환하는 사용자들도 눈에 띄었다.
동영상 생성 AI도 대중화되고 있다. ChatGPT 제작사의 Sora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에 등장한 Sora 1에 이어 올해 9월 발표된 Sora 2는 기존보다 장면 뭉개짐 현상이 줄어들고 디테일 표현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식 앱도 출시했다. 스마트폰에서 프롬프트를 통해 간단하게 영상을 제작하고 다른 사용자의 영상을 숏폼 형태로 감상할 수 있다. 생성한 영상을 기기에 다운로드 할 수도 있다. Google의 Veo 3 모델을 통해 유리모양의 과일을 자르는 AI ASMR 영상도 대거 확산됐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AI의 저작권 침해 갈등과, 실제 영상과 구분이 어려워 악용되기 쉽다는 우려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한편 미국 시장조사 기업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2026년 AI 예측(Predictions 2026: Artificial Intelligence)’ 발표에 따르면 내년에는 AI에 대한 기대가 줄고, 실용적 가치가 주목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AI 공급업체들이 선전한 AI 도입 기대 효과와 실제 창출 가치 간 차이로 인해, 기업들이 AI 도입 비용은 줄이고 실제 매출 증대가 가능한 영역에만 투자를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