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고지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진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업 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 상황 평가’를 16일 발표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계절조정 전년동기비)은 18.0%로 지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0%)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재고 증가 흐름에 관해 대한상의는 '지난해 2분기를 저점으로 4개 분기 연속 오르는 이례적 모습'이라 평했다.
제조업 전체로는 지난해 2분기에 견줘 올해 2분기 재고자산이 39.7% 올랐다. 세부 업종별로는 ▲비금속 광물제품(79.7%) ▲코크스·연탄 및 석유정제품(64.2%)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58.1%) ▲1차 금속(56.7%) 등의 재고자산 증가율이 높게 집계됐다.
재고자산 물량이 가장 많은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은 전체 제조업 재고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분기 24.7%에서 올해 2분기 27.9%로 확대됐다.
재고지수 상승으로 받는 타격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재고자산은 지난해 2분기 61조4천770억 원에서 올해 2분기 89조1천30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재고자산 증가분(7조4천370억 원→9조5천10억 원)을 압도한 금액이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의 오버슈팅(초과 생산)이 재고 증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판매(출하) 부진에도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조업 생산‧출하지수가 덩달아 줄고 있는 가운데, 출하지수가 생산지수를 추월하는 디커플링(격차)은 계속 벌어지는 모습이다.
제조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2분기 12.4에서 올해 2분기 4.4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견줘 출하지수는 동기간 12.1에서 0.0으로 더 급격한 하락세다.
대한상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수요 기반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3분기부터는 생산 감소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2분기 말부터 기업들이 일부 생산을 조절하고 있으나, 재고가 이미 높은 수준에 달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게 되면 유휴 인력이 발생하고 그만큼 고용과 신규 시설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미 상당수 기업은 올해 채용 및 시설투자를 재검토하거나 보류하는 추세’라는 게 대한상의 설명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정부가 최근 무역수지 개선, 중장기 수출경쟁력 강화 지원 등 수출 종합 전략을 발표한 만큼 이를 조속히 이행하는 한편, 코세페(코리아 세일 페스타)·동행세일 등 내수 진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반기 중 실행해야 한다'면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생산 감소, 고용·투자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규제·노동·금융·교육 등 구조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것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