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1,500만 명을 넘어서고, 삼성전자의 4G LTE 출시로 4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열렸으며, 갤럭시탭, 아이패드와 같은 스마트기기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각종 기기에 스마트를 네이밍해야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소위 ‘스마트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다면 스마트기기의 사용으로 우리 생활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얼마나 스마트해졌을까?
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실제 스마트기기의 활용과 그에 따른 우리 생활의 변화상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한 발짝 물러선 시선에서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인 잣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LG유플러스가 영화 잡지 씨네 21을 모바일 광고와 연계해 스마트폰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씨네 21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사진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씨네 21 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영화관련 정보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스마트지수, 왜 중요한가?
현대경제연구원 장후석 연구위원은 단순한 스마트기기의 양적 확산을 넘어 스마트기기 활용에 대한 질적 성숙단계로의 과도기인 요즘시대에 걸맞게 스마트 시대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스마트 관련 새로운 지표 도입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장 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화지수를 측정함으로써 정보화와 관련된 정책적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정책을 실행하는 데 도움을 받았지만 기존 정보화지수를 활용하여 스마트 관련 정보를 하나의 변수로서 포함시키기에는 사회의 스마트화가 너무 광범위하고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스마트기기는 보유 자체로 그 효용성을 가지는 휴대폰 등 기존 IT기기에 비해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기기의 효용 가치가 달라지는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기존 정보화지수처럼 단순하게 기기 공급 대수의 증가로 스마트지수를 평가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국내 스마트화 진행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스마트지수가 필요함을 선언하고, 새롭게 만들어질 스마트지수는 스마트기기의 종류나 공급 대수의 증가보다는 서비스 활용 관점에서 스마트 서비스를 통해 생활 속에서 스마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제고했다. 이는 스마트기기의 하드웨어적 측면 못지않게 기기를 얼마나 제대로 활용했는지의 소프트웨어적 측면도 주요 변수로 평가에 포함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스마트서비스, 생활 깊숙이 침투
장 연구원은 ‘스마트 지수’란 각 개인들의 스마트화 수준, 즉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스마트 서비스를 활용하는 정도라고 정의한다. 이는 각 개인 생활의 스마트화를 초점으로, 스마트기기 보유자들이 어떻게 네트워크를 접속하고 기기 이용을 준비하고 있으며, 스마트 서비스 활용을 통해 어떻게 생활이 변화되었는지에 대한 평가다.
스마트화의 출발점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기존 전자제품에 스마트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기기의 이용이다. 산업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스마트 기기 네트워크는 스마트화의 물적 토대로 작용한다. 이러한 스마트기기 이용은 네트워크에 접속해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제약 없이 지속적인 상호 소통이 가능하게 하는 부분과 기기를 이용할 수 있게끔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고찰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스마트기기의 이동성과 네트워크 연결성은 LBS(위치기반서비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기존에는 어려웠던 서비스를 현실화했다. 특히, 개방형 네트워크 사회 건설을 앞당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용은 스마트화 정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결국, 일반인들도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불가능했던 일들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부문에 대한 평가도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지수를 구성하는 각 영역은 크게 기기(제품) 관점과 서비스 관점으로 구분된다. ‘스마트’ 개념을 근거로 기기 관점의 스마트기기에 대한 접근성과 수용성을 분석하고, 서비스 관점의 스마트서비스 활용성을 측정, 점수화를 통해 스마트 지수를 구성하게 된다.
스마트 지수는 3G 네트워크 접근성, WIFI 접근성, 애플리케이션 설치능력/개수/이용 시간 등의 기기 부문과 경제활동, 사회현안참여, 문화 및 정보획득, 인맥관리, LBS 활용 부분 등의 서비스 부문으로 나눠진다. 또 평가 대상의 특성에 따라 기업, 국가 등 다양한 수준으로 측정 범위의 확장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스마트지수는 몇 점?
장 연구원은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8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 조사를 실시했으며, 스마트기기는 급증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의 스마트기기 활용은 이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도출해냈다. 올해 말까지 스마트폰 2500만 가입이 예상되고 있지만 스마트지수 점수 분포로 볼 때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스마트한 생활은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설문조사 결과, 현재 스마트기기 보유자의 평균 스마트지수 총점은 47.5점(100점 기준)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세부적으로 들여다봤을 때 기기 관점인 네트워크 접근성과 애플리케이션 수용성 부분은 31.7점, 서비스 관점인 스마트서비스 활용 부문은 15.8점으로, 서비스 활용의 미흡함이 드러났다.
이는 스마트기기에 대한 활용이 부족한데다 스마트기기의 사용이 인맥관리 등 개인적인 교류 활동에 치중(5.6점)되고 있어, 스마트기기를 통해 기존 IT기기로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 현안 참여 측면에서 최근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참여 제약 등 일반인들의 사회적 참여를 규제하는 장애물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스마트지수 점수를 낮추는 데 일조했다는 판단이다.
또한, 인터넷 뱅킹이나 주식거래 등 경제 활동 부문의 점수가 매우 낮아, 스마트기기의 보안성 문제에 대한 언론의 이슈 제기로 인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낮아졌음을 짐작케 했다.
앱 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이 약 40만 개, 안드로이드 마켓 역시 약 30만개가 넘는 시장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총 애플리케이션 개수 점수는 약 2.5점(5점 기준), 유료 애플리케이션은 약 1.1점으로 낮게 측정돼, 애플리케이션의 실제적 활용이 미미한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접근성 측면에서 볼 때 3G 망이나 WIFI 접근성 점수는 높게 나타나 개인들의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 가능성은 어느 정도 충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경제전문가 장 연구원은 정보화 시대에 나타났던 계층 간의 단절을 뜻하는 모바일 디바이드의 부작용이 스마트 시대에도 여전히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수준별로는 대졸보다는 고졸이하가, 소득별로는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서 낮게 나타났으며,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높고, 지방(대구경북권/광주전라권)이 낮으며, 직업별로는 사무직이 높고, 자영업자/주부의 점수가 낮아, 계층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함을 제기했다.
장 연구원의 이번 스마트지수의 도출은 국내 스마트화에 대한 수준을 측정하기 위
한 첫 시도로서, 스마트 관련 현황 조사데이터를 활용해 국민의 스마트 생활 현황을 분석하고, 스마트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스마트 관련 산업의 발전전략 수립을 위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스마트화 현황 점검 및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정책수립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시대의 스마트한 정책 마련 필요
장 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점수별 계층별 스마트화 수준의 편차 확인을 통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스마트기기 활용을 위한 스마트워크, 스마트민원 등 정부 차원에서 활용 프로그램을 선도해야 함을 그 첫 번째 과제로 꼽으며, 스마트기기의 가치 증대를 위해 양적 증대보다는 질적 활용 가치 향상에 초점을 맞춰 각 부문별 스마트서비스 맞춤형 정책마련을 제안했다.
또한 스마트서비스 활용 활성화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특정 부문에 대한 스마트서비스 비사용자가 많다는 점에 주목,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사회적 참여 활동에 대한 맞춤형 유인책을 마련해 비이용자 계층을 이용자 계층으로 적극 전환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함을 적극 피력했다.
특히 스마트기기의 핵심 요소인 애플리케이션의 활용성을 높이고, 수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인기업 활성화를 위한 육성 정책방안을 내놓는 등 정책적 지원이 요구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스마트 디바이드 극복을 위해 정부, 업계, 시민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스마트 디바이드 네트워크’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마트지수가 낮은 계층의 경우 사회적 약자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이들을 적극 보호해 높은 수준의 소비자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일깨웠다. 특히나 스마트 시대가 성숙될수록 이러한 계층 간의 격차는 모바일 디바이드로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훈련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 모색의 필요성을 제고했다.
터치하나로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영상통화가 가능하며,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세상, 누구나 꿈꾸던 스마트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기만 할 뿐 즐기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은 아직까지 덜(dull)한 세상에 살고 있다.
똑똑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가짐부터 변화되어야 한다. 스마트기기의 사용만으로 스마트한 삶이 될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며,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와 기술에 관심을 갖고 적극 활용하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 세상에는 제약이 없다. 스마트기기 하나를 통해 계층도 지위도 지역도 성별도 나이도 국경도 상관없이 누구나 그 세상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곳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에, 글로벌 시대를 넘어 스마트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이라면 ‘스마트인’이 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스마트 시대가 스마트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한 사람들이 스마트 시대를 만든다는 것을 명심하고 스마트한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스마트인’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