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골프데일리 최아름기자] 국내무대를 넘어 미국과 일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남자프로골프 배상문이 자신의 세계랭킹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한국오픈과 일본오픈의 우승에 맛을 본 그가 월드랭킹 1위를 꿈꾸며 보석보다 빛나는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던 어린 소년이 이제 유명 골프선수가 되어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어렸을 적엔 야구장에 매일 갈 정도로 야구 선수들을 선망하여 야구를 하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만류로 골프를 시작했다.
아마추어 시절 2차례 대구시장배 우승을 차지했던 배상문은 2부투어를 거쳐 KTF투어 우승을 통해 정규투어에 뛰어들었다. 상금랭킹 22위에서 출발한 배상문은 KPGA 정규투어를 통해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승승장구 했다. 그런 그에게 이름 뒤에는 ‘국내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2008, 2009년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지만 유독 해외투어에만 나가면 성적이 나빴다. 하지만 배상문은 올 시즌부터 달라졌다. 올 시즌 18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3회, 준우승 3회, 3위 2회 등을 기록하며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서만 3승을 휩쓸며 단숨에 상금왕 자리를 꿰찼다. 이제 그의 뒤를 따라다니는 ‘국내용’ 꼬리표는 어느새 꼭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이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PGA투어 Q스쿨에 도전한다. 지난해 김경태에 이어 한국인 선수로는 두 번째 일본투어 상금왕의 주인공이 된 그의 목표는 PGA투어다. 올 시즌 국내투어의 초청을 고사하고 일본투어에 전념한 것도, 일본투어 상금랭킹 상위권에 주어지는 PGA 퀄리파잉스쿨 최종전 직행 티켓을 따기 위해서였다. 일본투어 상금 톱10 중 상위 3명은 Q스쿨로 직행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Q스쿨 최종전까지 진출했지만 50위에 그쳐 25위까지 주어지는 PGA 투어카드를 놓친 그는 이번 일본 평정 후 도전이라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으로 Q스쿨을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자신의 역대 최고치에 도전하다!
배상문이 처음으로 남자골프 세계랭킹 20위권에 진입했다. 배상문은 세계프로골프투어연맹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평점 3.40을 획득, 지난주보다 6계단 오른 랭킹 27위에 자리 잡았다. 배상문이 랭킹 20위권에 든 것은 처음이다.
배상문의 세계랭킹이 급상승한 것은 지난주 열린 일본골프투어(JGTO) ‘비자 다이헤이요 마스터스’에서 공동 3위를 차지한 덕분이다. 이로써 배상문보다 랭킹이 높은 아시아 선수는 최경주와 김경태 둘 뿐이다. 최경주와 김경태의 랭킹은 15위, 24위다.
배상문이 랭킹 20위권에 진입함으로써 내년 남자골프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 출전이 확실시된다. 마스터스는 19개의 출전자격 기준이 있다. 배상문은 그 가운데 ‘전년도말 세계랭킹 50위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상문의 장타비결은?
배상문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장타력이다. 평균 294야드를 날리며 마음 놓고 치면 350야드 이상은 얼마든지 날릴 수 있다. 배상문의 스윙을 살펴보면 어드레스 때 장타자들은 대게 스탠스 폭이 넓지만 배상문은 평균 정도다. 하지만 척추와 클럽이 이루는 각도, 볼과 손의 위치, 어깨의 높낮이, 머리의 위치가 안정되고 자연스럽다. 테이크어웨이 동작은 주목할 만한 점이 많다. 낮고 길게 빼주고 있으며, 이런 테이크어웨이는 스윙 아크를 크게 만들어 비거리를 늘려주는 핵심 동작이다. 또한 어깨와 헤드가 거의 동시에 회전을 하고 있다.
백스윙 탑은 거의 환상적이다. 손목과 팔, 몸통, 허리의 코일동작이 응축되어 살아있는 파워를 볼 수 있다. 90도 넘은 팽팽하게 회전된 어깨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샤프트가 지면과 평행을 이루는 완벽한 탑스윙이다. 상체는 잘 닫혀 있고 허리는 충분하게 회전돼 최대한 파워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 힘이 올바른 순서로 다운스윙과 이어질 때 최대한의 파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운스윙은 강력한 허리 회전으로 시작한다. 이때 왼쪽 다리가 시동을 걸고 풋워크가 이뤄진다. 목표방향으로 체중이동이 시작된 셈이다. 코킹은 유지되고 있고, 시선은 볼에 머물러 있다. 볼과 샤프트가 정확히 직선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스윙이 정학한 스윙 궤도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상문은 안정적인 릴리스 자세를 보여준다. 척추 각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머리 위치는 볼이 있던 자리의 뒤쪽에 남아 있다. 피니시로 이어지는 동작에서 양손의 위치와 양팔의 간격, 척추의 각도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높은 피니시로 이어지는 동작은 드라이버의 헤드가 충분한 원심력을 가지고 회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피니시는 적당한 높이에서 릴리스와 몸통회전이 조화를 이룬다. 단단한 왼발을 축으로 밸런스를 잡으며 오른쪽 어깨는 목표를 향하고 있다. 유연성이 돋보이며, I자영을 이루는 전혀 무리 없는 피니시다. 강력한 임팩트와 릴리스 이후에도 여전히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역시 돋보인다.
성공비결은 ‘어머니’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어느 분야든 최고가 되기 위해서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이러한 노력에는 개인 의지가 필수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도 커다란 요인이다. 특히 자신과 고독한 싸움을 즐겨야 하는 스포츠계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포츠 스타들 뒤에는 든든한 ‘그림자’들이 존재한다. 바로 ‘부모’라는 가슴 떨린 단어다. 부모들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자신들의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승부의 세계에 사는 자식들이 힘들어 쓰러질 때 묵묵히 지친 어깨를 어루만져 다시 일으켜 세운다. 자식들이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흘릴 때 부모들은 가슴으로 조용히 운다. 남자 골프계의 ‘꽃미남 스타’ 배상문 뒤에도 ‘골프맘’ 시옥희씨가 있다. 배상문에게 어머니는 특별한 존재다. 배상문은 홀어머니의 슬하에서 자랐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아버지 없이 자란다는 소리를 듣게 하지 않기 위해 더욱 더 엄하게 그를 매질하고 사랑으로 길러냈다. 특히 배상문이 중학교 2학년 시절 골프클럽을 잡은 뒤로부터는 어머니와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그래서일까. 두 모자(母子) 사이엔 에피소드도 많다.
2년 전 신한동해오픈 2라운드에서 배상문의 모친이 험한 말과 행동 때문에 1년간 ‘대회장 출입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또 간혹 코스 내에서 의견 충돌을 빚어 서로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모자의 모습은 가끔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그런 어머니가 있었기에 지금의 배상문이 존재한다. 배상문의 어머니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접 아들의 캐디백을 메기도 했다. 예전에는 싱글 수준의 골프실력이었지만 아들의 골프뒷바라지를 위해 잠시 골프를 접었다. 그의 어머니는 골프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지만 아들의 플레이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명코치다. 배상문에게 어머니는 코치이자 친구, 멘토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잔소리는 그에게 약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배상문의 어머니는 아들을 떼어놓으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가 일본에서 활약을 하는 동안 한 번도 시합장에 찾지 않음은 물론 대회 동안에는 절로 들어가 기도만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 첫 승 직후 인터뷰와 시상식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2시간 뒤에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가 우승 사실도 모르고 연장전에 들어간 줄 알고 온몸에 땀이 흠뻑 젖도록 절만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모자의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배상문과 그의 어머니.
어머니의 이 같은 헌신이 있었기에 배상문이 세계무대에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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