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지난 2000 년 해외시장에서의 수주증가로 급성장한 한국 플랜트엔지니어링 기업들이 국가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공사 경험과 해외 토목·건설 분야에서 축적한 네트워크를 무기로 1980년대 전후부터 글로벌 플랜트 시장에 진출한 전문기업들이 중동과 신흥국을 전략적 타깃팅으로 삼고 도약을 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삼성경제연구원은 '한국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의 성공비결과 향후 과제'를 통해 한국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을 조명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플랜트엔지니어링은 ‘사람’이 핵심인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산업으로 프로젝트에 따라 고객의 요구조건과 리스크 요인이 상이해 이에 맞는 전문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고급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정투자 비용이 적은데 비해 건설 분야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가져오기에 취업유발효과도 일반 제조업의 2배 수준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한국의 엔지니어링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의 주시한 뒤 예측하고 메가트렌드에 기반한 사업다각화를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선진기업에 비해 부족한 원천기술과 기본설계 역량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위상도 높아진 플랜트엔지니어링
한국 플랜트엔지니어링 기업들은 2000년 이후 해외시장에서의 빠른 수주 증가를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해외 수주가 연평균 33%씩 증가, 443억 달러에 도달하면서 20011년 수주액은 2000년 대비 23배 규모로 커졌다.
한국의 해외 건설 중 플랜트 수주 비중은 200년 35%에서 지난 해 76%까지 증가했다.
한국기업들은 화공과 발전 플랜트 분야에서 단기에 높은 성과를 달성하면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해 글로벌 Top 21개 기업에 속한 한국기업은 화공기업 4개, 발전기업 2개로 2005년 대비 각각 2개, 1개 증가했고 순위도 상승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플랜트엔지니어링은 산업 생산시설 건설을 목적으로 설계, 기자재 조달, 시공, 프로젝트 관리를 수행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하는 것으로 원가에서부터 품질, 공사기한의 3대 목표를 최적화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해외플랜트 수주 실적은 한국 총 수출액의 약 10%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성장비결 ‘전략적 타깃팅’
이 같은 비결에 대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 국내외 성공경험을 활용하고 전략적 타깃팅, 고객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국내외 성공경험을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한 중동 지역에서의 토건 사업 경험과 국내 플랜트 사업 과정에서 축적한 전문 역량이 기반이 됐다는 말이다.
여기에 글로벌 산업지형 변화를 예측, 목표를 명확히 하고 수주 활동을 전개하는 등 전략적 타깃팅이 먹혀들었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해 고객 감동유발, 지속 수주로 연계한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바레인 수리조선소, 사우디 주벨 산업항 등 중동지역의 성공적 인프라 구축을 기반으로 리비아 발전·담수 플랜트, 이라크 화력발전소 등을 수주하게 된다. 한국 기업의 역량을 불신하는 해외 고객에게 이미 구축한 플랜트의 안정적 운영현황과 선진화된 업무역량을 직접 입증시킨 셈이다.
실제로 고객의 불신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의 ‘한국 엔지니어링의 태동’에 따르면 1990년대 초 태국 가스 플랜트를 준비하던 대림엔지니어링은 미국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S&W를 설득, 파트너십을 맺었다. 당시 동남아의 유화 플랜트 시장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구미기업과 일본의 플랜트엔지니어링 기업 간 동반진출이 대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당시 고객이 한국기업의 실력을 믿지 못했지만 적극적인 실사 협조로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사업주가 대형 해외공사 경험이 없던 점을 이유로 방문실사하자, 이미 완공된 플랜트의 품질, 첨단 캐드 시스템 활용 등을 보여주고 신뢰를 얻기에 이르렀다.
이어 한국기업들은 경쟁국과는 달리 중동과 신흥국을 핵심 공략시장으로 선정, 유가 상승으로 인한 중동의 오일머니 증가와 신흥국 경쟁의 높은 성장으로 산업투자 목적의 플랜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신흥국은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고 중동의 오일머니도 상당해 한국의 선택이 적중한 셈이다.
한국과 주로 경쟁 상대였던 일본 기업들은 시장을 보수적으로 예측해 투자를 제하하는 조치와 같이 수비전략을 선택한데 비해 한국은 중동과 신흥시장의 잠재력을 사전 예견해 우수인력을 확충해 공격저그로 수주활동에 나섰다.
결국 지역 시장의 평판과 신규 수요증가, 공격적 영업의 세 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한국기업의 플랜트 수주는 급증하게 됐다.
인니 바이오에탄올 파일럿 플랜트 준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인도네시아 세르퐁에 소재한 인도네시아 과학원(LIPI) 산하 화학연구소에 비식용자원을 활용해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파일럿 플랜트 준공식을 Gusti Muhammad Hatta (구스티 무하마드 하타) 인도네시아 과기부장관, 김영선 주 인도네시아 대사, KIST 문길주 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이번에 준공된 파일럿 플랜트는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상업화되지 않은 차세대 바이오에탄올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기존 1세대 기술에서는 사탕수수나 옥수수와 같은 식량자원에서 에탄올을 생산했지만, 파일럿 플랜트에서 사용하는 2세대 기술은 식량이 아닌 야자열매 껍데기 등 농업폐기물을 이용해 연료용 에탄올을 생산한다.
향후 기술적 가능성이 확인되면 하루 2~3만 리터의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확대해 상용화 할 계획인데,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에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과 함께 대응해 나가는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녹색성장 정책의 성공사례로도 평가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바이오 디젤의 원료가 되는 팜오일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세계 2위 규모의 열대 삼림 보유국으로 국가적으로 바이오 에너지 개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문길주 원장은 “선진국들에 비해 ODA 규모가 적은 우리나라가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첨단기술과 장비를 이전하는 과학기술을 통한 ODA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하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아시아 공동체(원아시아) 구상도 과학기술 ODA를 통해 보다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기존의 사회기반 시설 건설 등의 하드웨어적인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기술지원형태의 ODA 사업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추진하는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 KIST와 창해엔지니어링(주)가 함께 참여해 2010년 6월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KIST와 인도네시아 과학원(LIPI)은 1998년 양해각서 체결을 통하여 인력교류, 정보교환, 공동세미나 진행 등의 협력관계를 맺어 왔으며 향후 녹색산업과 연계한 후속산업 추진에 관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이라크 시장 첫 진출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4위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4월 22일, 러시아의 루크오일(Lukoil)社로부터 10억불 규모의 이라크 웨스트꾸르나 가스-오일 분리 플랜트(GOSP)를 수주,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 진행된 이번 계약식에는 이라크 석유부의 압둘 카림 루아이비(Abdul Karim Luaibi) 장관과 김현명 주이라크 대사, 루크오일의 세르게이 니키포로프 부사장, 그리고 삼성엔지니어링의 박기석 사장 등 정부 고위 관계자와 양사의 최고 경영진이 참석했다.
웨스트꾸르나 (West Qurna) 유전 2단계 개발사업의 일환인 이번 플랜트는 이라크 남부 바스라(Basrah) 지역에 위치하게 된다. 이 설비에서는 유전에서 뽑아 올린 원유 혼합물을 오일과 가스로 분리하여, 하루 46만 배럴의 오일을 생산한다. 삼성은 전단 설계(FEED)와 설계, 조달, 공사, 시운전의 분야를 일괄턴키(Lump-Sum Turn Key) 방식으로 수행하며, 2014년 7월 완공할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 박기석 사장은 “이라크는 원유의존도가 높은 나라로 경제 재건을 위해 공격적으로 석유를 증산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유 생산시설에 이어 정유와 가스플랜트의 발주도 예상되는 만큼 세계적인 EPC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안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신사업인 화공 업스트림 분야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굳히게 됐다. 2010년 말레이시아의 SOGT 프로젝트로 처음 업스트림 분야에 진출한 삼성엔지니어링은, 1년 만에 사우디와 인도네시아에서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연달아 수주하며 화공 업스트림 분야를 확실한 회사 성장의 축으로 자리매김시켰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국 최초 덴마크 해양플랫폼 수주 성공
대우조선해양이 원유 생산을 위한 해양플랫폼 1기를 수주하면서 순조로운 수주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세계적인 해양플랜트 설계업체인 테크닙(Technip) 컨소시엄은 덴마크의 국영 에너지 회사인 동 에너지(DONG E&P A/S) 社로부터 원유 생산용 해양플랫폼 1기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총 계약금액은 약 5억 6천만 달러(한화 약 6,300억원)로 이 중 대우조선해양은 탑사이드(topside) 부분에 대한 설계와 제작을 담당한다. 이 플랫폼은 매일 3만 5천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으며,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옥포조선소에서 제작 후 2015년 4월 발주사에 인도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검증된 대우조선해양의 축적된 해양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테크닙의 엔지니어링 역량이 결합, 수주 원동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총 6척, 7억 6천만 달러 상당의 선박과 해양설비를 수주하고 있다.
전문역량 확보, 고도화 시급
삼성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경영환경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 예측하고 참여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뒤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시경제와 사회트렌드 변화는 업계의 기존 경쟁구도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에 기업 내부에 환경변화를 예측하는 전문 역량을 보유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가치사슬의 상단 역량인 라이선스 기술과 기본설계 역량을 강화, 엔지니어링 산업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기술과의 격차가 큰 라이선스(원천기술)와 기본설계 역량을 확보해 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LNG 플랜트의 핵심인 액화기술은 구미·일본의 ‘LNG 카르텔’이, 에틸렌 기술은 5개 사 동맹인 ‘에틸렌 클럽’이 라이선스를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과 인도 등 신규 경쟁자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역량 고도화가 시급함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