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플라즈마 전처리장치가 대기업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중소기업에 이전한 기술이 창조경제 생태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임용택, 이하 기계연) 플라즈마연구실 송영훈 박사팀은 연구원 주요사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진공펌프 수명연장을 위한 저압 플라즈마 장비개발(참여기업 : ㈜엘오티베큠, 대표 오흥식)’을 통해 상용화된 플라즈마 전처리장치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에 현재까지 100대 이상 설치됐다고 밝혔다.
고체·액체·기체에 이은 제4의 물질로 불리는 플라즈마는 낮은 온도에서도 반응성이 뛰어나 반도체/디스플레이 증착, 식각 공정에 널리 사용된다. 반도체 후처리 공정에 진공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의 반도체 공정 배기라인에서는 진공펌프 전단에 전기로 열을 발생하는 장치(전기히터)를 설치해 처리해 왔는데, 이러한 방식은 에너지 소모가 많고 배기가스의 분해효율이 낮아 비효율적이었다. 또한 진공펌프 내의 공정부산물 축적에 따른 진공펌프의 수명 저하 문제를 감수해야만 했다.
이번에 개발, 설치된 장치는 플라즈마를 활용해 반도체공정에서의 배기가스 분해처리를 진공펌프 전단에서 가능케 하는 기술로, 2차 오염물질이 발생되지 않으면서도 진공펌프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
이전에는 일부 반도체 공정라인에서 공정부산물이 축적되면서 진공펌프가 고장 나 한 달 전후에 한 번씩 진공펌프 교체 및 생산 중단이라는 불편함과 비용 상승 문제가 있었으나, 이 기술을 지난 2년 간 양산공정에 적용한 결과, 해당 문제점을 거의 완벽히 해결하는 결과를 얻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배출되는 지구온난화가스인 과불화 화합물(Perfluorocompounds, PFCs)을 기존 공정대비 1/10 수준의 운전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향후 강화될 지구온난화가스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양산 공정은 수천억 원 대의 생산라인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오랜 기간 검증된 설비를 수입해 사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이나 설비가 반도체 생산라인에 장착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기계연에서 개발돼 ㈜엘오티베큠에 기술이 이전된 플라즈마 설비는 환경적, 경제적 측면에서 종래 기술 대비 획기적인 성능이 검증돼 삼성전자에서 이례적으로 기존의 생산 라인에 적용하게 된 것이다.
연구책임자인 기계연 송영훈 박사는 “이 기술이 실용화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출연연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중소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했으며, 제품의 수요자인 대기업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검증하는 과정 등의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각 기관의 담당자들의 공이 정말로 컸다”고 밝혔다.
㈜엘오티베큠 오흥식 대표는 “기계연‘기술사업화센터’의 ‘KIMM-Family 기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및 인력 그리고 지적재산권 강화 등 기술 상용화를 위한 많은 지원을 받았다”며, “본 제품 생산을 계기로 다수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창조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기계연구원 임용택 원장은 “출연연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협력해 청정 반도체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것은 창조경제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기계연구원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이전 및 기업지원을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엘오티베큠은 플라즈마 설비를 판매해 연말까지 80억 원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올해 대비 두 배 이상의 매출액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해외 반도체 장비 1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스(Applied Materials)는 지구 온난화 가스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인해 관련 시장규모가 향후 5천 억 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번 기계연-㈜엘오티베큠의 기술 상용화가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 및 수출을 통한 국익 창출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