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발' 불량 가스라이터
허술한 안전검사ㆍ통관검사가 소비자 안전 위협
애연가들이라면 한번쯤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일회용라이터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허술한 현행 통관 검사구조를 틈 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수입된 라이터의 상당량이 최소한의 안전검사 기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결과 일부 국가에서 수입된 라이터의 5분의 1가량은 일정온도 이상에서 상당시간이 지나면 금이 가거나 자연폭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기에 노출되거나 여름철 고온의 차 안에 방치될 경우 자칫 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뒤늦게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이하 품공법)을 손질해 이들 불량라이터의 수입을 제한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유흥업소나 노래방 등을 통해 이미 대량 유포된 불량라이터의 경우는 소비자 스스로 안전에 신경을 쓰는 방법밖에 없다.
21일 산업자원부 기표원과 일부 민간 시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는 일회용 라이터는 연간 약 1억7000만개로 추정된다. 이중 절반 이상인 9000만개 정도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수입된 라이터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수입라이터의 대부분이 열이나 충격에 취약한 불량품이란 사실이다. 산자부는 65도에서 4시간, 두 배의 기압을 가한 55도 상태에서 4시간을 이상 없이 버텨야 수입라이터의 국내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기표원 생활용품안전팀의 관계자는 “불꽃높이, 조절기능, 온도시험, 기능검사 등의 안전검사를 통과해야 수입이 허용된다”며 “수입된 이후에는 시장 샘플조사를 통해 사후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라이터는 이들 안전기준과 거리가 멀다는 게 업계와 시험업체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라이터 생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수입라이터를 시험기준대로 검사해보면 일부 나라에서 수입된 제품은 20% 이상이 표면에 크랙(금)이 가거나 가스가 터져나온다”며 “업계는 물론 정부도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수입라이터의 안전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민간 연구원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그런(불량) 제품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검사도 받지 않고 국내로 유입되는 라이터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처럼 위험천만한 에너지 생활용품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일까. 관계자들은 허술한 현행 통관 검사와 안전검사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차적인 원인은 수입 때 샘플에 대한 검사만 시행하고 있는 통관 절차다.
한용우 관세청 통관기획과 담당은 “라이터는 전량검사를 할 수도 있고 발췌검사를 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수입신고서를 접수받아 수입검사(샘플검사)를 한다”면서 “통관에서는 수량확인이나 과세가격 누락 여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샘플제품만 통과하면 나머지 전량은 아무런 제재없이 수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제품에 대한 안전검사만 받으면 수입을 허용하는 현행 품공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험 제품에 한해 안전기준을 충족시키면 이후 기준에 미달하는 상품을 들여와도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전검사를 통과한 제품에 부여하는 ‘검’자 스티커를 위조한 제품이 시중에서 적발되는 사례도 빈번해 사후관리에도 큰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산자부는 “지금은 안전검사만 실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라이터를 안전인증대상품에 포함할 계획”이라며 “품공법을 개정하면 생산공장의 실사를 나가 현장심사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점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품공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불량라이터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산자부는 “유통되고 있는 시판품을 조사해 문제가 있으면 고발조치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판촉품으로 대량 유통되고 있는 일회용라이터의 특성상 제조업체를 추적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업체의 한 관계자는 “검사도 안 받고 몰래 빼내서(수입해서) 판매하는 제품은 제조업체나 수입국가가 분명하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서 “불량라이터를 적발해도 추적조차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고 주장했다.
허술한 안전검사 기준과 통관제도로 피해를 본 것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불티나’란 상표로 한 때 국내 최대 라이터 메이커로 떠올랐던 모 기업은 이미 부도를 맞아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기중앙회 산하 라이터 공업협동조합도 지난해 청산 절차를 밟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만 라이터 제조업체가 400여개를 육박하고 동남아 쪽에서의 수입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업계 보호도 보호지만 라이터를 즐겨 사용하는 일반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시급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