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리스시장 1조 돌파
1/4분기 의료업 리스 2236억, "경영합리화"vs"빚잔치" 논란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한 의료분야 리스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폭발적인 신장세로 연간 6조원대 규모의 리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자동차라면, 의료기기는 그 뒤를 잇는 새로운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1년 의약분업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료기기 투자가 급증하면서 고속성장을 이어 온데다 최근에는 개원가를 중심으로 초기 투자비를 아끼기 위해 리스로 의료기기를 구입하는 패턴이 정착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3월까지 병의원에서 의료기기를 비롯한 사용 물품 구입에 쓴 리스액이 2000억원을 돌파, 연말이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의료기기가 첨단화되고 교체주기가 빨라지면서 리스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면서 "산업기계류의 리스 비중이 줄어든 반면 자동차, 의료기기는 그 성장속도가 무서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업 리스시장의 경우 지금까지 추세로 본다면 1분기 2200억원에 이어 올 연말이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 한국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의료업 리스 규모는 2236억원으로 이미 2002~2004년의 연간 실적에 맞먹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의료기기 리스액 역시 1933억원에 달했다.
의료기기 리스 시장은 2004년 삼성카드가 소규모 병원을 대상으로 '닥터 리스' 상품을 내놓으면서 대중화시대가 열렸다.
2000년 427억원에 불과했던 의료기기 리스가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1년 1328억원으로 3배나 커졌고, 이후 2002년 2425억원, 2004년 3326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6501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의료기기 리스 시장의 성장을 보는 의료계의 시각은 상당히 복잡하다.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함께 개원가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회의론까지 다양하다.
의료기기 리스업체인 A사 관계자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 수십억에 이르는 고가의 의료기기를 개원 초기에 한꺼번에 구입하는 것보다는 리스를 통해 구입함으로써 초기 투자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서 "의료기기 리스는 합리적인 병원 경영기법으로 이미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기기 리스시장의 성장 규모만큼 병의원들의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 강남의 한 병원의 구매 담당자는 "병의원의 초기부담 해소와 세제상의 혜택이 리스의 강점이라면, 다른 한편으로는 빚잔치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면서 "의료기기의 경우 잔존가치가 없는 금융리스 형태로 구입하기 때문에 사실상 고금리할부 부담은 크고 남는 건 없는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의료기기 리스는 계약이 끝나도 되팔기가 어려워 사실상 잔존가치를 0%로 계산하는 금융리스로 분류된다.
자동차의 경우 차값의 60~80%를 리스하고 나머지 20~40%는 중고차로 돌려주거나 사전 보증금, 사후 잔여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운용리스)와 다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의료기기 리스 시장의 성장은 병원경영의 어려움 때문이라기 보다는 선진 경영기법이 정착되는 단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초기투자비 부담 및 세제상 혜택과 리스로 인한 고금리 부담 사이에 적절한 조정을 거쳐야 발전적이고 리적인 경영시스템으로 정착될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