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방어책 과연 도입될까
금융감독당국 M&A 방어책 도입 검토 착수
금융감독당국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책 마련을 검토하고 나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는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기업들에 대한 적대적 M&A설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경영권 방어수단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적대적 M&A 방어책 도입을 위해서는 상법과 증권거래법 등을 개정해야 해 소관부처인 법무부와 재정경제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 적대적 M&A 대책 마련 나선 이유는
금융감독당국이 경영권 방어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는 최근 국내 대표기업들에 대한 적대적 M&A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적대적 M&A에 나설 것이라는 설이 제기됐다. 포스코 역시 글로벌 철강업체간 M&A 열풍 속에 적대적 M&A의 타깃이 되고 있다.
SK와 KT&G의 경우 이미 외국계 사모펀드인 소버린과 칼 아이칸에 의해 각각 M&A 공격을 당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대형 M&A가 활발한 가운데 각국이 속속 경영권 방어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포이즌필 제도를 허용하면서 350개 이상의 상장기업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 역시 지난 1988년 엑슨-플로리오법을 제정해 국가기간산업을 보호하고 있으며 포이즌필도 허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외자유치의 필요성 때문에 대부분의 경영권 방어장치가 무장해제됐다. 포이즌필도 금지돼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맞교환해 서로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과 KT&G를 비롯해 포스코와 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 한진해운과 대한해운 등이 잇달아 백기사 커플이 됐다.
전홍렬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24일 "자사주를 교환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형태는 비용부담이 큰 만큼 적대적 M&A 방어책에 대해 다양하게 논의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 적대적 M&A 가능성은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 자체로 삼성전자가 적대적 M&A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지분구조가 취약해 언제든지 적대적 M&A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경영권 방어장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매출 1000대 기업의 보유잉여금이 364조원에 이른다'며 '경영권 방어장치를 강화해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17.9%에 불과해 우호지분을 감안하더라도 25~30%정도 지분을 확보하면 적대적 M&A가 가능하다"며 "해외펀드가 연합군을 형성해 경영권 인수에 나선다면 M&A는 어렵지 않다"고 밝혔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는 말 그대로 가상 시나리오에 불과하며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자사주와 계열사 지분 등을 합할 경우 우호지분이 충분한데다 다양한 투자성향을 가진 외국계 펀드들이 연합할 개연성도 지극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계 펀드의 적대적 M&A 공세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적대적 M&A 방어책 도입 가능성은
실제로 적대적 M&A 방어책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과제들이 많다. 금융감독당국의 권한이 제한돼 있는데다 정부의 M&A시장 활성화 방침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시킬 수 있고 주주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다.
가령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경우 이사회 의결만으로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발행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한 포이즌필의 경우 법무부 소관인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황금주 등 차등의결권 역시 상법상 1주 1의결권 원칙을 수정해야 한다.
반면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정부는 추가적인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주포럼 강연에서도 "M&A에 대한 추가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최근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국내 기간산업 M&A를 제한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부의 반대로 입법일정이 연기되기도 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경우 지난 12일 한 포럼에서 "최근 미국과 일본 등이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속도감있게 주변 환경에 적응해야 하지만 M&A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면 안된다"며 제한적으로 M&A방어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