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PDA 年1200억원 규모
수십여 업체 난립, 가격경쟁 심화… 내수시장 9만대, 수출선 모색
인천 지역 대형할인점 K마트 직원들이 사용하는 판매시점관리(POS) 단말기에는 선이 없다. 안산공단 A사 공장 기계들은 제품 가공에 필요한 데이터를 무선으로 주고받는다. 한 군부대 탄약고에서는 탄약일지를 쓰는 대신 바코드를 찍고 있다. 가스검침원은 가스 검침에 대한 고객의 확인 서명을 PDA에 요구한다. 택배 기사들은 PDA로 배송물의 위치를 확인한다.
유통, 물류 등 자재관리를 비롯해, 여러 실생활에 산업용 단말기가 얼마나 가까이 쓰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습들이다. 국내의 산업용 단말기들은 이제 제 2의 국면을 맞고 있다.
그간 치열했던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을 벗어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그동안 수십 업체가 생겨나고 쓰러지기를 반복한 산업용 단말기 시장에 이제 수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바코드 단말기서 RFID 단말기로
정부가 지난 7월 30일 전자태그(RFID)사업 육성을 위해 RFID를 활용하는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명시한 '제2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RFID 활용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일정 기간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한편, 시스템 도입비용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구매, 수송, 생산, 창고운영, 재고관리, 유통망 등 물류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지원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 투자금액의 3%(중소기업 7%) 세액을 공제해주고, 연 매출액 500억원 미만의 RFID 활용 우수사업장에 대해 3년간 부가가치세 조사대상에서 제외시키며, 내년 하반기 중 주세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RFID 태그 비용을 주세 과세표준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이같은 정부의 RFID 사업 육성책은 현 바코드를 이용한 POS(결제단말기)중심의 산업용 PDA 시장에 RFID 단말기로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RFID 단말기는 기존의 바코드 단말기가 가까운 거리에서만 인식할 수 있었던 문제점을 해결해 현재 4m 정도 거리의 표식을 인식할 수 있으며, 물류 유통 과정에서 전자태그 부착으로 더욱 투명한 물류 유통 환경을 갖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를 통한 업무 효율성 증대와 관리 비용 절감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한다.
RFID의 응용 가능 분야가 다양한 만큼 시장 확대도 예상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숨구멍을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더 두고봐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정부 시책과 시범사업으로 조금씩 활로가 트이고는 있지만 정부에 의한 시장확대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비이인터렉티브, ATID의 관계자들은 현재 주 수요처가 될 기업들이 간을 보고 있는 시기라고 말한다. 효율성 및 제품에 대한 성능에 대해 이것저것 재보는 시기라는 말이다. 이 시기가 얼마나 길어질지 어느정도의 시장규모가 형성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래서 그들은 국내 시장에서 활로가 트이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문을 박차고 바다를 건너야 한다고 말한다.
덤핑 경쟁심화, 수출만이 살길
최근까지 국내 산업용 단말기 시장은 발전 가능성에 비해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군소업체들의 진입과 퇴출로 흘린 피가 적지 않다.
그간 큰 사업들은 기업 대상이 아닌 주로 정부 부처를 통해 이뤄졌고,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원가마저 포기한 기업도 있었다.
실례로 얼마전에는 국내 수요처 중 가장 큰 사업 가운데 하나인 우체국 사업에 선정된 한 업체가 극심한 가격 경쟁 끝에 어쩔수 없이 원가 이하로 계약을 체결해 결국은 회사 문을 닫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가격 경쟁은 결국 공존이 아닌 공멸의 길로 산업용 단말기 업체들은 해외 수출에서 그 타결책을 찾고 있다.
국내에서 연간 거래되는 산업용 PDA는 약 8∼9만대 규모로 약 1200억원 정도의 시장 규모를 갖고 있다. 수십 업체의 난립은 가격 경쟁 심화 등을 통해 시장 상황을 악화시켰으나, 현재는 10여개의 업체만 남아있다.
하지만 산업용 PDA부터 모바일 POS, 위치추적, 산업자동화 분야를 중심으로 기계와 기계 간(M2M) 솔루션 상용화가 급진전하면서 국내외 통신장비 업체들이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국내 시장의 경쟁상황은 그리 나아질 것이 없을 것이라 보여진다.
M2M은 공장이나 산업현장에서 장비와 기계 간 무선데이터 통신을 지원하는 원격 관리 및 제어 솔루션이다.
특히 최근에는 모토로라·퀄컴 등 주요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가 M2M 사업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이동통신에 이은 새로운 주력 시장으로 떠올랐으며, 이들 글로벌 업체는 M2M 사업을 통해 기존 휴대폰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용 휴대 단말기와 무선통신, 물류·유통 등 기업 대상으로 시장 범위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돌파구 M2M
모토로라는 최근 기업용 모바일 솔루션업체 심벌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하며 M2M 분야에서 한순간에 최강자로 부상했다. 이 회사는 기존 와이파이·와이맥스 등 무선 솔루션에 심벌의 산업용 PC, 전자태그(RFID) 기술을 결합시킬 계획이다.
모토로라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샐 야누치 전 심벌 사장이 모토로라의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사업 부문을 직접 맡는 등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기존 모토로라와 심벌의 기술 및 영업 조직도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퀄컴도 지난 연말, 장비 모니터링 전문업체 ‘엔페이즈(nPhase)’를 인수했다. 엔페이즈는 제조라인·로봇·이동통신시스템 등 산업용 M2M 솔루션 개발 업체다. 이번 인수로 퀄컴은 일반 기업 및 기계 분야 무선통신 시장에 신규 진출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세나테크놀로지(대표 김태용)가 블루투스 기반 산업용 무선통신 모듈 ‘파라니(Parani)’를 개발, M2M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이 회사는 올해 미국 전문잡지 M2M 매거진이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M2M 기술 분야 100대 글로벌 공급업체로 선정한 바 있다.
김태용 사장은 “CDMA·GSM과 블루투스·지그비 등 각종 무선통신 솔루션은 사람과 사람이 아닌 기계와 기계 간 통신에도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며 “앞으로 M2M 솔루션을 위시한 산업용 단말기 시장은 물류·의료 등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엄청난 시장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