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전기수(傳奇叟), 매주 금·토·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배치
걸쭉한 목소리가 발길을 붙든다. 조선시대 태조와 태종, 신덕왕후 간의 왕위를 둘러싼 비극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목소리는 힘이 들어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처절한 음색을 띠면서 리듬을 탄다. 목소리만으로 조선왕조 5백년의 역사를 드라마로 만드는 이야기꾼 전기수(傳奇叟). 그가 광통교의 거꾸로 놓인 신장석의 유래를 풀어내자, 그저 단순히 모양으로만 여겨지던 유적이 ‘역사’로 되살아나는 순간이 된다고.
전기수는 조선왕조 5백년의 역사, 특히 숨겨져 있던 이야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복을 입고 있어 그 자체로도 외국인에게 특색 있는 볼거리가 돼 주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이사장 우시언, www.sisul.or.kr)은 역사 속 청계천을 재조명하면서 방문객에게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매주 금, 토, 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광통교와 장통교에 전기수를 배치했다. 시간 맞춰 해당 장소로 가면, 실감나는 역사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전기수는 임진왜란을 전후해 중국으로부터 ‘삼국지(三國志)’, ‘수호지(水滸誌)’ 등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소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자 서울거리에 생겨난, 전문 이야기책 강독사를 말한다. 20세기 들어 사라진 역사 속 직업이, 2008년 10월 서울 한복판에서 되살아 난 것.
자원봉사자가 전기수 역할을 맡고 있으며, 올해는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인 11월까지만 운영하고 내년 봄부터는 청계광장과 빨래터 등지에도 실감나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게 배치할 예정. 현재 외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영어, 일어, 중국어 통역 서비스까지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조선왕조 5백년 역사와 함께한 청계천은 곳곳에 문화유적이 남아 있으며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청계천에 가면 물만 보고오지 말고 자녀의 손을 잡고 전기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역사를 호흡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