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최근 중국경제는 저점을 통과하여 뚜렷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로써 수출주도로 성장해온 중국경제가 세계경제 회복에 앞서 독자적으로 8%대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제 한국경제 성장의 한 축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중국경제의 조기회복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조속한 경기 회복을 단행하고 있는 중국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과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 본다.
글_ 삼성경제연구소
Ⅰ. 짧은 침체 후 반등을 기록한 중국경제
베이징 올림픽 이후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었던 중국경제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침체수준인 6%대로 급락했다. 중국경제 성장의 견인차였던 수출 또한 2002년 3/4분기 이후 수출증가율은 매 분기 20% 이상을 기록하였으나, 2008년 4/4분기 4.3%에 이어 2009년 1/4분기에는 -19.7%로 폭락하며 위기감을 안겨 주고 있다.
지표상 중국경제는 저점 통과
하지만 최근 발표한 경기지표를 보면 중국경제가 바닥을 지나 회복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동성 공급 확대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고정자산투자가 2009년 1∼4월 중 전년동기 대비 30.5% 증가한 3.7조 위안을 기록했고, 2009년 1∼4월 중 신규대출은 5.3조 위안이 증가하여 2008년 연간신규대출 총액인 4.9조위안을 상회했다. 재고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산업생산이 회복되고 있고, 소매판매증가율도 2009년 2월부터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향후 경기흐름을 예견하는 경기선행지표도 호전되고 있어 중국경제의 조기회복 조짐이 뚜렷하다. 제조업구매지수(PMI)는 5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2009년 4월 53.5를 기록하여 경기가 확장국면으로 전환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2008년 12월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전기사용량, 원자재 수입 등도 증가하였다. 또한 최근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은 중국의 원유 등 원자재수요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중국경기의 회복을 예견하고 있다.
Ⅱ.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이 조기회복을 견인
이와 함께 최근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정책으로 경제의 조기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은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이후 산업경쟁력 강화 및 신산업정책, 사회안정대책 등 추가 경기부양책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 외에 추가 대책 발표
2009년 1월에는 ‘10대 산업조정 및 진흥계획’을 제시하여 철강, 자동차, 전자통신, 물류유통, 경공업·가전, 조선, 비철금속, 기계장비, 방직, 석유화학 등 10개 산업을 대상으로 2009∼11년 3년간 추진할 구조조정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2009년 3월에는 태양광발전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전기자동차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신산업육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09년 4월에는 8,500억위안이 소요되는 1단계 의료보험제도 개혁정책을 공표, 10% 수준의 현 의료보험 가입률을 향후 3년 내 90%로 확대하는 목표도 세웠다.
이밖에 농촌소비를 촉진하는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도 시행하여 컬러TV, 냉장고, 휴대폰을 구입하는 농민에게 판매가격의 13%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2007년 12월부터 산둥(山東), 허난(河南), 쓰촨, 칭다오(靑島) 등 3개 성(省), 1개 도시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다. 이는 2009년 2월 1일부터 오토바이, 컴퓨터, 온수기, 에어컨, 세탁기를 추가하여 전국적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또한 농촌지역의 자동차 보급 확대와 경기진작을 목적으로 '기차하향(汽車下鄕)' 정책도 추가 실시하여 배기량이 1,600cc 이하인 자동차의 구매세를 기존의 10%에서 5%로 하향조정하고 농민이 1,300cc 이하 소형버스를 구매할 경우 구입액의 10%를 지원하고 있다.
이렇듯 2008년 11월 이후부터 2009년 4월까지 중국정부가 발표한 실질적인 경기부양 규모는 총 5조 6,344억위안으로 추정된다. 총 규모 중 60%는 내수진작이고 40%는 성장잠재력 확충과 신성장산업육성에 투입되고 있다.
경기부양정책으로 하반기부터 본격 회복세 보일듯
이러한 경기부양정책의 효과는 신속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금융기관 및 대기업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으므로 경기부양정책의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과감한 경기부양을 실시하는 데 필요한 재정투자 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데 2009년 중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2.2%로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하며, OECD의 재정건전화 권고수준인 60%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다.
또한 2008년 9월 이후 금융기관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금리인하, 대출확대 등 정부의 확장적 통화정책에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다. 2008년 말 중국 주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10.5%이며, 중국의 예대비율은 65%로, 브라질(136%), 러시아(151%), 인도(74%) 등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준으로 대출여력이 풍부하다. 즉 이러한 환경은 정부의 강력하고 신속한 재정집행을 가능케 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낙후된 인프라 수준으로 인프라투자의 한계효율이 높은 것도 경기부양효과가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경기회복 이후, 선진국을 대체하는 소비시장 부상에는 한계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중국이 수출주도형 산업정책을 포기하고 내수를 기반으로 한 균형성장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 재무장관 가이트너는 중국이 산업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수출의존형 경제에서 내수의존형 경제로 전환해야 함을 역설했고, 세계은행은 서비스업 등 고용효과가 높은 산업을 육성하여 소비를 진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투자 및 수출 주도의 성장전략을 변경하기 어려워 내수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은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의 높은 투자증가율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한계수익률은 15%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투자주도 성장을 지속할 유인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증가가 수출확대를 견인하고 수출이 다시 투자를 증가시키는 순환고리가 중국경제의 성장방식이었으며 이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수가 활성화되려면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필수이나 중국의 서비스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수준으로 단기간 내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회복 이후 중국의 경쟁력 강화에 주목
중국정부는 단기적 경기부양 이외에도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기 위한 적극적 R&D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업도 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2003년 기업의 R&D 투자규모가 정부의 규모를 넘어서기 시작, 2007년 현재 R&D 투자규모는 기업 2,611억위안, 정부 914억위안이다. 2004년 이후 첨단기술의 수출액(16억5천만달러)이 수입액(16억1천만달러)을 상회. 신재생에너지와 하이브리드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신성장산업에 대한 R&D 투자를 집중한 결과 최근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2002년 태양전지를 생산한 후 현재 세계 3위권 기업으로 부상한 상더(尙德)는 중국의 에너지산업 수준을 15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기업은 글로벌 M&A를 통해 기업경쟁력과 시장지배력도 확대하는 중이다. 2009년 1/4분기 글로벌 M&A시장은 730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5%감소했으나 중국기업의 글로벌 M&A는 오히려 40% 증가(218억달러)했다. 2003∼05년에는 IT와 자동차 등 내구재 기업의 인수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자원기업 인수에 주력하고 있고, 기술과 제조뿐 아니라 소프트 역량도 강화하여 글로벌기업이 지배했던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Ⅲ. 중국 경기부양책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중국경제가 2009년 8%대의 성장을 유지하며 조기회복에 성공하는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에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 2000∼08년 중 대중국 수출의 한국 경제성장 기여도는 1.8%p이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2000∼08년 중 연평균 10.2%의 고성장을 지속한 중국경제에 힘입어 연간 22.1%씩 증가했다. 동기간 중 한국경제는 대중국 수출 호조에 따라 수출의 경제성장기여도가 5.2%p 상승하며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한편 중국과 수교한 1992년 이후 대중국 누적무역수지 흑자는 1,471억달러이고, 2000년대 이후 대중국 무역흑자액은 전체 무역흑자액을 상회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경제 성장의 한 축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주로 중국의 수출 증가에 의해서 유발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목의 대부분은 중국진출 한국기업 및 중국기업의 수출상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나 중간재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간재 수출은 대부분 한국 내 본사와 중국 현지법인간 ‘기업 내 무역(intra-firm trade)’ 형태다. 2007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반제품과 부품 및 부분품)비중은 76.8%로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8년 3/4분기까지 한국의 대중국수출에는 중국의 내수보다 수출이 더 주요한 결정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대미수출이 1%p 증가할 때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0.92%p증가하는 반면, 중국소비가 1%p 증가하면 대중국 수출은 0.11%p 증가했다.
2009년 중국 경기부양에 따른 한국수출 증대효과는 41억달러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경제 침체로 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국정부의 경기부양책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대중국 수출증대 효과는 대중국 소비재와 자본재(부품)를 중심으로 4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8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총액의 4.5%, 전체 수출총액의 0.9%에 해당한다.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중국의 내수(소비와 투자) 증가가 한국의 대중국 최종소비재와 자본재(부품) 수출 증가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중국 소비와 투자가 각각 1%p 증가하면 한국의 대중국 소비재수출은 1.09%p, 자본재(부품) 수출은 1.44%p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Ⅳ. 시사점
지금까지의 중국경제 조기회복에 관련된 분석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이 향후 2년간 무난히 8%대의 독자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를 한국경제 회복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경제의 조기회복을 한국경제 회복의 기회로 활용
이를 위해서 기업의 대중국 수출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경주하여 한류·스포츠교류 등 문화적 차원의 한국홍보를 강화하고, 판매망구축과 현지정보 획득을 통해 우리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우호적인 통상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침체 극복의 활로로 글로벌기업이 중국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정부는 선별적인 시장개방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므로 반보호주의 기조에 대한 공동이해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간 자유무역 증진을 위한 공동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기부양책과 관련한 대규모 국책 사업에 한국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과거 독일 정부가 중국 외교노선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의 대가로 자기부상열차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처럼 중국정부와의 외교협력 강화로 한국 기업의 중국 신규 프로젝트 사업참여를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 내구 소비재를 판매하는 기업은 현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AS 및 유통역량을 조기에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넓은 국토, 체계화되지 않은 시스템으로 직접 역량을 키우는데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로컬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직접 판매의 대명사인 델도 세계 2위의 PC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위해 2007년 중국 최대 가전유통기업 궈메이(國美), 2008년 2위업체인 수닝(蘇寧)과 협력했다. 중국기업인 하이얼 조차도 연안에 비해 유통 환경이 열악한 내륙시장의 판매 확대를 위해 산리엔(三聯), 르르순(日日順)과 제휴하여 AS와 유통 인력의 서비스 수준을 끌어 올렸다.
현지 중국기업의 역량을 활용하는 전략적 제휴 필요
중간재 및 소재관련 기업은 기술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현재 중국정부는 부품소재 분야의 수입대체율을 높이기 위해 현지기업의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국내기업의 입지 약화는 필연적이다. 즉 대중국 수출을 확대하려면 중국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R&D를 통해 기술격차를 유지하지 못하면 한국기업의 입지 약화는 당연한 귀결이 된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R&D와 제조, 판매 등 모든 가치사슬영역을 현지완결형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과 일본기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에 R&D센터를 설립하였고 최근 유학파들이 귀향하면서 R&D인력의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다. 2007년 현재 글로벌기업의 중국 내 R&D 센터는 900개 이상으로 특히 중국내수용 제품에 대해서는 원가 경쟁력을 고려하여 제조는 OEM이나 ODM 등 현지의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 가전기업인 하이얼도 제조부분을 현지기업에게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한 상태로, 현지완결형체제를 위해서는 관리 인력의 현지화가 가장 효과적이다. 일본의 건설기계 기업 고마쓰는 중국 법인장을 근속 22년의 중국인으로 임명하였으며, 중국인 간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중소기업은 전략적 결단으로 사업재편 추진해야
저임의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진출한 중소기업은 현지의 경영환경변화에 대응하여 기존사업을 재편성해야 한다. 임금상승과 위안화 강세, 외자기업과 가공무역에 대한 중국정부의태도 변화로 제조거점으로써의 중국매력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제조거점을 구축한 중소기업은 경쟁력 유지차원에서 거점을 내륙으로 이동하는 전략적 결단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도시에 비해 물가가 낮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고향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노동자가 증가하는 내륙지역의 이점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자금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상황을 고려, 내륙이전을 원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옥석을 가려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리_ 강정구 기자 news@kid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