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회에서 열린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와 재자원화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재자원화 산업을 국가 자원안보 체계에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해외에서 들여온 광물을 사용한 뒤 다시 회수해 국내 공급망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자원화, 국내 핵심광물 공급망으로 육성 필요
국회입법조사처의 김수정 입법조사관보는 핵심광물 공급망 위기를 분석하고, 재자원화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의 핵심광물 정책은 해외 자원 개발·비축이나 수입선 다변화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라며 “정·제련, 소재화, 대체소재 개발까지 포함하는 전 주기적 관점으로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핵심광물 공급망의 취약성은 광물 생산국과 소비국이 나뉘고 정·제련 시설이 특정 국가에 몰려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한국은 리튬과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 전략광물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김 조사관보는 공급망 충격이 발생했을 때 국내 기업이 얼마나 오랫동안 생산을 이어갈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체 공급선과 대체 소재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지도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자원화는 공급망 위기 때만 꺼내 쓰는 보조수단이 아니라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급망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김 조사관보의 판단이다. 2024년 기준 국내 10대 전략 핵심광물의 평균 재자원화율은 약 7%에 그친다. 김 조사관보는 재자원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회수·정제 역량을 서둘러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재자원화 기업의 약 77%는 중소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원료 확보와 시설 투자, 인허가와 규제 대응에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조사관보는 일부 대기업에 기술개발비나 시설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을 직접 돕는 현장형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과제로는 핵심광물 전 주기 관리체계 구축과 재자원화 산업의 국가자원안보 체계 편입이 제시됐다. 재자원화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수요기업과 연결하는 제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현장 지원도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산업계 “중국 가격 공세에 국내 규제까지…사업화 문턱 높아”
산업계에서는 제도적 공백과 행정 규제로 인한 현장의 고충을 쏟아냈다.
LS에코에너지와 한국희토류산업협회를 대표해 참석한 이진규 전문위원은 “희토류는 20년 동안 중국이 독점해 왔으며 다른 나라, 어느 기업도 시장 접근이 불가능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중국이 희토류 소재의 수출 규제를 예고하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졌고, 작년 10월 1년 유예하기로 했지만 5~6개월이면 현실이 되는 과제다”라고 짚었다.
이 전문위원은 “국내에서 희토류 사업을 준비해도 부자재와 장비, 부품을 공급할 협력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생산설비를 갖추더라도 중국 업체가 저가 공세에 나서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왔다. 희토류 원료에 포함된 우라늄과 토륨 등 방사성 물질을 분리하고 관리하는 문제도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로 꼽혔다.
해외에서는 제품으로 거래되는 재활용 원료가 국내에서는 폐기물로 분류돼 수입 절차가 지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니켈 함유량과 원료 상태에 따라 국가별 분류 기준이 달라 발생하는 문제다. 반대로 국내에서 나온 재활용 원료가 가격 차이 때문에 국내 기업이 아닌 중국으로 수출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이진규 전문위원은 대안으로 희토류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기존 ‘수소법’의 전문기업 육성, 특화단지 조성, 기반 조성 등을 벤치마킹하고 ‘정부가 희토류 소재 조달을 돕는다’는 내용을 추가한 법안이 제정되면 국내 희토류 공급망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이성준 상무는 “재자원화를 통해 핵심광물을 회수하는 사업을 미국 OEM 업체와 진행하던 중, ‘설비가 중국산이면 곤란하다’라는 요청을 받았다”라며 글로벌 고객사들은 장비의 국산화 및 리사이클 원료의 탈중국(Non-China)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리사이클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니켈의 함유량에 따라 해외에서는 ‘제품’, 한국 법령상으로는 ‘폐기물’로 구분되는 괴리가 있어 수입 절차가 막히는 상황이 상당하다”라며 “반대로 국내에서 발생한 원료가 가격을 이유로 내수 시장 대신 중국으로 수출돼버리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라고 성토했다.
이 상무는 재활용 원료가 국내 산업에 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유출 방지책과 유통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환자원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일률적으로 폐기물로 분류해 보관과 처리를 어렵게 하는 규정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극재, 셀, 자동차 OEM 업체 등에 ‘재활용 의무 사용’을 적용하고 적정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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