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계에도 금지약물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금지약물 복용이 먼 나라 이야기이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올해부터 대부분의 국내 프로스포츠들이 도핑테스트를 도입, 강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악마의 유혹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운동경기에서 체력을 극도로 발휘시켜서 좋은 성적을 올리게 할 목적으로 선수에게 약물을 먹이거나 주사 또는 특수한 이학적 처치를 하는 일을 일컫는 말, 도핑테스트(Doping Test). 도핑테스트는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등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가 열릴 때마다 항상 언론에 오르내리는 단골손님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100m 결승, 캐나다의 벤 존슨이 라이벌 칼 루이스를 제치고 세계에서 제일 빠른 사나이로 등극했다. 하지만 경기 후, 도핑테스트에 걸려 금메달이 취소된 사건은 아직까지도 회자될 만큼 유명한 일화다. 이처럼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에서 도핑의 유혹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단기간 성적 향상이란 달콤한 매력에 빠져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최근 프로야구 스타 선수 출신인 마해영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국내 선수들의 약물 복용 사실을 밝히면서 국내 스포츠계도 더 이상 금지약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종종 트레이너 등에 의해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으나, 선수 출신이 약물 복용 사실을 털어놓은 것은 처음이라 그 충격은 더욱 컸다.
*한국 스포츠계를 보호하라
프로스포츠의 용병제가 도입된 후, 선수들의 약물 복용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고, 대책 마련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왔다. 골프, 야구, 축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는 올해를 ‘도핑 추방의 해’로 삼고 금지약물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한다. 국내 프로스포츠도 더 이상 도핑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해외진출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도핑 규제’라는 국제적 흐름에 편승한 것이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하반기 투어 개막전이었던 ‘2009 하이원리조트컵 SBS 채리티 여자오픈’에서 첫 도핑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미 1년 전부터 정규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연간 2차례 도핑테스트 도입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KLPGA는 충분한 사전 교육을 통해 최대한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왔다. 2009년 한해는 시범적으로 운영해 양성 반응 시 제재는 없으나,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도핑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1차 위반 시 1년간 자격 정지, 2차 위반 시 2년간 자격정지 및 회원자격 박탈, 그리고 3차 위반 시에는 영구 자격 정지 등의 강력한 처벌을 부과할 예정이다.
약물 복용이 빈번한 미국에서 온 용병이 대부분인 프로야구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자체적으로 도핑테스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리오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기존 테스트 방식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불행한 사태의 재발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무작위로 팀당 3명씩 검사하던 방식에서 현재는 5명으로 늘려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테스트에 적발된 선수는 없지만 금지약물 복용선수가 적발될 경우 1차 때는 10경기 출장정지, 2차 30경기 출장정지, 3차 영구제명의 순으로 자체 징계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다.
*더욱 강화되는 도핑 규제
최근 열린 스포츠 축제인 베이징 올림픽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보더라도 세계적으로 도핑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작년에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이전 아테네 올림픽보다 25% 늘어난 4,500여회의 테스트가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어림잡아 하루 300회 이상의 샘플테스트가 이뤄진 것이다. IOC는 올림픽에서 5위 이내에 든 선수는 예외 없이 약물 검사를 실시했고, 경기 실시 전에도 무작위로 약물 검사를 실시했다. 이번 대회에 사용된 샘플은 앞으로 8년간 냉동 보관돼 더 향상된 검사기술이 나오면 재검사 대상이 된다. 이전에는 양성 반응 샘플의 경우 90일, 음상 반응 샘플은 30일간만 보관했다.
지난달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열흘간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총 1,000회 이상 도핑테스트를 실시했다. 대회 직전 600개 이상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대회 중에는 400여 차례 혈액과 소변 검사를 실시했다. 이번에 수집한 샘플은 약물 복용자를 적발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물론 IAAF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새로운 금지 약물 등을 가려내는 데 중요한 자료로 쓰이게 된다.
*생각의 전환만이 최상의 해결책
각종 경기연맹의 약물에 대한 철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혹의 눈길은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약물 검시관(drug testers)과 약물 복용자(drug takers), 누가 올림픽 필드를 이끄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선수들이 도핑을 줄인 게 아니라 기술이 따라가지 못하는 새 약물이 계속 개발돼 적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올림픽 직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전 대회보다 약물 복용 적발 건수가 현격히 줄자 크게 고무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IOC의 축포는 너무 빨랐다. 지난 4월에 발표된 올림픽 이후 실시된 도핑 재검사 결과에서 육상 금메달리스트 1명을 포함한 6명의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스포츠에서 일등과 이등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하지만 스포츠에서는 항상 일등만을 기억할 뿐 이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운동선수들은 약물의 검은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의 땀과 노력이 아닌 약물의 힘으로 올라선 최고의 자리는 본인의 명예와 건강은 물론 팬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PGA 투어에 도핑테스트가 도입된지 1년. 지난 1년간 단 한 차례도 약물 복용 사례가 적발되지 않아 골프가 스포츠계의 ‘청정지역’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1년간의 결과만을 가지고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 전혀 약물의 유혹으로부터 깨끗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선수들에게 약물 복용과 관련된 교육과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지금보다 더욱 발전된 도핑시스템을 갖추어야만 ‘청정지역’이란 뜻 깊은 닉네임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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