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골프데일리 최아름기자] 골프의 계절인 만큼 요즘 골프를 즐기다가 입스 공포를 맛본 사람들이 많다. 완벽 추구하다 리듬 잃으면 걸리는 입스는 근육이 굳고 심하면 손까지 덜덜 떨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입스에는 수 시간의 연습보다는 느긋한 마음과 자신감이 약이다. 과연 입스는 무엇인가.
입스란 골프뿐 아니라 야구나 축구 등 각종 스포츠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으로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이 반복해 실패한 결과를 가져왔다면 그 이후 비슷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증상을 말한다. 만약 드라이버샷을 반복적으로 실패한 골퍼의 입스는 티박스에만 들어서도 몸이 사시나무 떨 듯이 떨리거나 클럽을 쥐어도 손아귀에 힘들 들어가지 않아 클럽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외적으로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임팩트 직전에 몸이 경직된다던지 몸의 밸런스가 미묘하게 무너져 샷을 망치게 된다.
입스는 드라이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푸른 잔디 위에서 멋진 드라이버 샷에 정확한 아이언 샷으로 파 온에 성공시킨 후 아깝게 빗나간 버디퍼팅에 1.5m 정도 지나간 파 퍼팅을 남겨놓은 상황. 그러나 머릿속엔 전에 빗나간 퍼팅이 자꾸 떠오르며 왠지 모를 불안감에 갑자기 전신이 굳어져 컨트롤이 되지 않은 현상 역시 퍼팅입스다. 이런 모든 샷의 상황에 자신감이 없을 때 입스라고 불리는 골프 병에 걸린 것이다.
입스란, 가까운 거리에 볼을 굴려 홀에 넣은 것과 같은 아주 간단한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정신적 좌절감으로 인해 결국 게임을 포기하게도 만드는 골프병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드라이버 샷을 할 때 티잉 그라운드에만 들어서면 멍해져’, ‘내 퍼팅은 오세 잘 안 돼. 이 퍼팅 역시 놓치고 말걸. 이것 봐 이럴 줄 알았어.’ 라고 생각하는 당신. 지금 당신은 입스에 걸린 것이다.
프로선수들도 피할 수 없는 입스!
입스는 아마추어 골퍼보다 프로 골퍼에게 더 흔하게 발견되는데 골프 대회에서의 성적이 곧 상금과 스폰서 계약 등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적 스트레스가 보다 크기 때문이다.
한번 걸린 입스는 선수생활의 위기를 가져온다. 80년대 초반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던 호주의 이안 베이커핀치는 드라이버 입스 때문에 브리티시 오픈에서 90대 타수를 기록하는 등 참담한 결과를 보고 젊은 나이에 은퇴를 했다. 90년대 후반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미국의 데이비드 듀발도 마찬가지다. 체중 감량 이후 입스 증상이 나타나면서 아직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베테랑 톱 왓슨도 퍼팅입스로 고생했다.
입스를 겪어본 골퍼들은 생가하기도 싫은 ‘악몽’이라며 몸서리친다. ‘골퍼 천제’라 불린 김대섭도 입스 앞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그는 입스로 은퇴 직전까지 몰렸던 대표적인 선수이다. 지난 1998년 제 41회 코오롱배 한국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컵을 끌어안은 뒤 2001년 프로로 전향한 김대섭은 2004년을 제외하고 2006년까지 매년 최소 1승을 거두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200년 드라이버 입스가 찾아오면서 그는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고, 2006년에 출전한 16개 대회 중 8개 대회에서 컷탈락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최진호 또한 입스로 고생한 선수 중 한명이다. 2006년 주목받는 루키로 급부상한 최진호는 2008년부터 아무리 노력해도 드라이버샷이 맞지 않아 그 해 출전한 17개 대회에서 모두 컷탈락을 당했다.
KLPGA의 기대주 이정민 역시 지난해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이후 성적에 대한 중압감으로 입스가 찾아왔다. 이로 인해 드라이버샷이 악성 훅과 슬라이스를 오가며 춤을 췄고, 한동안 드라이버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뿐만 아니라 김혜윤 역시 대전체고 시절 혹독한 입스를 경험했다. 비거리를 늘리려다 드라이버 입스가 생겼고, 그 여파가 지금 ‘스텝스윙’ 형애로 남아있다. 또한 지난해 일본남자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김경태 역시 일본 진출 후 거리를 늘리려다 드라이버 입스에 걸려 2008년 말까지 1년 이상 암흑기를 보냈다.
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심현화 역시 입스라는 ‘몹쓸 병’을 이겨내고 정상에 올라 더 화제가 됐다. 그녀는 5년 전 한 대회에서 18홀을 도는 동안 무려 20개의 공을 잃어버리고 다른 선수의 공으로 라운드를 끝마친 적도 있을 정도로 고생했다.
입스의 종류에 따른 해결방법
입스는 드라이버, 퍼팅, 어프로치 등 모든 샷에 찾아온다. 드라이버 입스를 치유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드라이버를 교체하는 것ㅇ다. 헤드 크기는 460cc로 하되 길이를 44인치로 2인치 정도 짧게 하는 것이다. 드라이버 길이가 2인치 정도만 짧아져도 쉽게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굳이 드라이버를 바꾸기 싫은 골퍼라면 3번 우드로 티샷을 해도 똑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하루에 36홀, 심지어는 54홀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몸이 축 늘어질 때까지, 머릿속이 하얗게 빌 때까지 플레이를 하면 드라이버 샷을 할 때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몸이 시키는 대로 스윙이 나올 뿐이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드라이버 입스가 치료된다.
퍼팅의 입스가 왔다면 우선 퍼터를 교체하거나, 스트로크를 바꾸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퍼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퍼터를 약간 내려 잡고 가볍게 그립을 잡은 다음 스토로크는 짧게 하지만 임팩트를 통하여 볼이 가속되도록 하고, 볼이 컵 안에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짧은 퍼팅의 경우 대부분은 볼을 엿보려고 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3걸음 정도의 퍼팅에서 볼 밑에 동전을 놓고 동전에 새겨져 있는 발행 연도를 보는 연습이 효과적이다. 볼을 치고는 동전의 년도를 계속 주시한다. 볼이 컵 안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쳐다보면 안 된다. 또한 짧은 퍼팅을 눈을 감고 연습해보는 것도 좋다. 그러면 볼이 홀에 들어갈까 걱정하는 대신에 스트로크에 대한 감각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입스에서는 드라이버와 퍼팅 입스가 가장 흔하지만 입스의 현상은 그린주위에서 하는 쇼트게임에서도 입스가 나타나고 어프로치를 망치기도 한다. 어프로치를 할 때 자주 뒤땅치기를 하고 러프가 깊은데도 퍼터사용을 고집하거나 그린프린지에서조차 클럽헤드를 뒤로 가져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이것은 어프로치 입스가 왔다는 증거다. 어프로치 입스는 다른 샷의 입스현상과 마찬가지로 샷에 대한 두려움, 오랫동안 나쁜 결과가 나온데 대한 반사적 동작이다. 어프로치를 할 때 볼 위치가 왼발선상이거나 스탠스 중간이면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클럽헤드가 지면부터 때려 뒤땅치거나 토핑이 나오게 되는 상황이 있다면 볼을 오른발 바깥쪽선상에 두면 된다. 이러면 클럽헤드는 스윙궤도 최저점에 이르기 전에 볼과 접촉하게 된다. 그러고 난 뒤 비로소 지면에 닿게 돼 정확한 임팩트가 이뤄진다. 또한 몸을 가만 놓아두고 순서지 손과 손목동작으로만 어프로치를 하라고 하는 프로들이 많다. 그러나 좋은 골프샷은 팔, 어깨, 히프 등 모의 각 부분이 조화를 이루며 리드미컬하게 움직일 때 나온다. 손은 단순히 길잡이와 컨트롤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다. 체중을 오른발에서 왼발로 이동시켜주면서 몸도 목표 쪽으로 약간 돌려주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입스는 마음의 병이다
입스는 몸에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증상이 아니라 마음의 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가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입스가 발생하는 행동을 파악한 뒤 그 행동을 반복 연습해 자신감을 갖는 게 입스의 치료법이다. 또는 자신이 실수할 수 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플레이하는 것도 입스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입스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입스의 원인은 ‘불안’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정상적 불안과 신경증적 불안으로 나뉜다. 정상적 불안은 당면한 상황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다. 따라서 이런 불안을 억압해서는 안 되며, 변화를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신경증적 불안은 상황에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불안이다. 결국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신경증적 불안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정상적 불안을 생활의 일부로 인정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즉, 불안은 두려운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더욱 발전할 수 있게끔 나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불안은 좌절과 같은 부적 감정보다 흥분, 긴장, 설렘 등의 긍정적인 감정과 더욱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입스는 불안에서 오는 마음의 병이다. 제거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느껴야 되는 감정이라 생각해야 된다. 입스는 불치병이 아니다. 걸림돌이 아닌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디딤돌로 조급하게 생각할수록 악화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자신감을 먼저 찾는다면 입스의 공포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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