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의 인구 규모, 풍부한 천연자원, 고성장과 함께 확대중인 내수시장, 여기에 동아시아 경제·외교 협력의 중심축으로의 부상까지 인도네시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한·아세안 FTA로 이미 활발한 교역이 이뤄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양자 간 CEPA를 추진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짐작하는 것 그 이상이 될 전망이다.
지난 7월 12일 한·인도네시아 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제1차 협상이 자카르타에서 열렸다. 1차 협상에서 양국은 한·인도네시아 CEPA 협상의 기본원칙 및 협정의 범위 등을 포함한 협상 운영세칙(TOR: Terms of Reference)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제2차 협상은 금년 중 빠른 시일 내에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해 2월 한·인도네시아 CEPA 공동연구 추진에 합의한 후 총 3차례에 걸쳐 공동연구 회의를 개최했다. 올해 3월 핵안보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CEPA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양국 교역량을 2015년 500억 달러, 2020년 1000억 달러로 늘리자는 목표도 정했다. 또 최신예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을 통해 방산 부문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외교장관이 최소 1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만나는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격상시켜 나가기로 했다.
인도에 이어 두 번째 CEPA 대상국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회원국으로서 지난 2007년 한국과 아세안 간 FTA 발효와 함께 이미 FTA 상대국에 포함돼 있고, 아세안 회원국 중에서도 교역 규모 1위 국가다.
한국은 당초 인도네시아와 FTA 체결을 제안했으나, 인도네시아 측이 CEPA를 제의하면서 양국 간 CEPA 체결 협상이 성사됐다. CEPA는 상품·서비스 교역·투자·경제협력 등 전반적인 경제 교류를 포괄하는 협정으로 FTA와 동일한 효력을 지니고 있지만, 무역 자유화를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일반적 개념의 FTA를 포괄하는 더 넓은 개념의 국가 간 경제협정을 의미한다.
양국 간 CEPA가 성사되면 교역이 더욱 증진되고 경제가 성장하는 윈-윈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실제 한국의 첫 번째 CEPA 상대국인 인도는 2010년 CEPA 발효 후 교역 규모가 매년 55%씩 증가하고 대 인도 수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세계 2대 LNG 수출국으로 한·인도네시아 CEPA를 통해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공급 및 투자 확대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잠재력 큰 ‘포스트 차이나’…기업·투자 러시
인도네시아는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기회의 땅’이다. 특히 신흥 경제의 중요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브릭스(BRICs)에 이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올랐으며, 세계 주요 투자은행과 언론 등이 선정한 향후 주목해야 할 신흥국가 그룹인 MIKT(멕시코,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터키), MAVINS(말레이시아,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남아공), CIVET(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이집트, 터키) 등에 모두 포함되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경제국들의 모임인 G20에 참가하는 유일한 동남아 국가로 동아시아 경제·외교 협력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를 향한 세계의 관심은 수치로 확인된다.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FDI) 자금은 56억 달러에 달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30%가 급증한 것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이처럼 세계가 인도네시아를 주목하는 이유는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먼저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약 2억4800만 명(세계 4위)으로 내수 시장 규모가 엄청나다. 또한 동남아 최대의 산유국이며 석탄(4위), 주석(2위), 동(3위), 금(7위), 니켈(2위) 등의 천연자원이 풍부해 세계 경제의 자원 공급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인구와 천연자원 등에 힘입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6%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분기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은 6.3%로 여섯 분기 연속 6% 이상 고성장을 실현했다.
CEPA 추진으로 양국 간 교역 관계 업그레이드
인도네시아 경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한·인도네시아 간 교역 및 투자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1990년 27억 달러 수준이던 교역량은 2004년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09년에는 15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무려 300억 달러를 넘었다. 특히 2007년 한·아세안 FTA 발효 이후 양국 간 교역 규모가 지난해까지 총 107% 증가하는 등 FTA 효과가 두드러졌다.
금융 위기로 무역이 감소한 2009년을 제외하고 대 인도네시아 수출은 계속 증가 추세다. 지난해 한국의 대 인도네시아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52.4% 증가한 135억6,300만 달러인 반면, 수입은 23.1% 증가한 172억1600만 달러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교역 규모가 오는 2020년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동남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자 투자처로 급부상한 인도네시아와 CEPA를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시장 진출에 있어 분명 한 계단 우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