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터키 FTA 기본협정과 상품무역협정이 이달 1일부터 발효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과 터키 양국이 지난해 8월 서명한 FTA 기본협정과 상품무역협정이 필요한 관련 절차를 모두 끝내고 이달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한·터키 FTA는 ▲기본협정 ▲상품무역협정 ▲기타 협정(서비스·투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협정은 우리나라가 체결한 9번째 FTA로 터키는 우리나라의 46번째 FTA 체결 국가가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터키 상품무역협정 발효에 따라 양국 간 교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안정적인 대터키 무역수지 흑자 추세 속에서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 합성수지, 자동차부품 등 모든 공산품 관세의 7년 내 철폐로 인해 향후 대 터키 수출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터키의 ▲시장잠재력(유럽인구 2위, 최근 8% 이상 경제 성장) ▲지정학적 중요성(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연결) ▲FTA 네트워크(EU와 관세동맹 및 요르단, 모로코 등 16개국과 FTA 체결)에 따른 기대 효과 역시 상당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 측은 한·터키 FTA 상품무역협정이 발효되면 곧바로 FTA 서비스무역 및 투자협정에 관한 협상을 개시해 1년 이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터키 FTA가 발효되면 단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0.01%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는 0.03%의 추가적인 경제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것으로 정부 측은 분석하고 있다.
후생 부분은 단기적으로 약 2억1천40만 달러, 장기적으로 4억200만 달러 수준의 증가가 예측되고 있다. 기간별 전망을 보면 한·터키 FTA가 발효된 이후 5년간은 약 6억3천만 달러, 10년간은 약 7억4천만 달러의 교역 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 터키 수출이 크게 증대돼 2009년 이후 증가 추세인 대터키 무역수지 흑자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 터키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5년 내 4억4천만 달러, 10년 내 5억1천3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측의 지난해 ‘한국의 대터키 10대 교역품목’ 자료에 따르면 주요 수출 품목은 합성수지(3억9천500만 달러), 승용차(3억6천500만 달러), 자동차부품(3억1천100만 달러), 선박(2억9천500만 달러), 건설중장비(2억5천600만 달러), 평판디스플레이(1억6천700만 달러), 기타플라스틱제품(1억4천만 달러), 합성섬유(1억300만 달러), 아연도강판(9천800만 달러), 냉연강판(9천200만 달러) 순으로 조사됐다.
주요 수입 품목은 기타석유제품이 2억9천300만 달러를 차지하며 43.6%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자동차부품 6천500만 달러(9.7%), 기타정밀화학제품 1천600만 달러(2.4%), 기타비금속광물 1천300만 달러(1.9%), 철강 및 비합금강형강과 기타정밀화학제품이 800만 달러(1.2%)였다.
한국과 터키 양국은 공산품 전 품목에 대해 7년 내 관세 철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품목별로 살펴보면 자동차 부품은 수출 관심 품목에 대해 5년 내 관세 철폐, 자동차는 수출 주력 품목(소형차)에 대해서 7년 비선형 관세 철폐, 석유화학은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해 즉시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한·터키 공산품 양허 유형별 주요 품목을 살펴보면 한국 측은 공기조절기, 금속절삭가공기계, 냉장고, 의료용기기 등이 즉시 철폐 품목에 해당하며 내시경, 밸브, 베어링, 변압기부품, 펌프, 계측기, 대리석 등은 3년 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조립식목재건축물, 제재목, 전동축, 알루미늄의 판·쉬트, 화강암, 가솔린경차, 가솔린/디젤 소형의 관세 철폐 기간은 5년이다.
터키 측은 ABS합성수지, 기타플라스틱제품, 일부평판압연제품, 기타알루미늄제품, 철도차량부품 등의 품목에 있어 관세가 즉시 철폐되며 차량용고무타이어, 공기조절기, 원동기와 펌프, 볼트와 너트, 기타산업기계, 가열난방기 등의 관세가 3년 내에 없어진다. 이 외에도 기타자동차부품, 냉장고, 전동기 등은 5년, 기어박스, 평판압연제품 등은 7년의 관세 철폐 기간을 두고 있다.
터키와의 경제규모 비해 교역수준 미흡
터키는 2008년 금융위기 극복 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 유럽 재정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지도 않다. 2010년 OECD 경제성장률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과 터키의 교역규모는 1977년 2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5억9천만 달러로 약 250배 증가했다. 특히 한국의 대 터키 무역수지는 1957년 수교 이후 흑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 2009년 이후 흑자폭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우방국인 양국 간 관계와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교역수준은 미흡한 상황이다.
터키는 유럽국가 가운데 독일 다음으로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35세 이하로 이들은 앞으로 구매력을 지닌 중산층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유망 신흥국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가장 높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정부가 터키의 다양한 국책사업에 협력함으로써 교통ㆍ인프라 등 기반산업 분야로 대상을 넓히고, 우리나라 기업의 진출 여건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가령 터키가 전력난을 해결하고자 시놉 지역에 추진 중인 원전 건설에 우리나라 기업이 참여해 우수한 원전 기술을 전파하는 식이다.
터키가 9차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추진 중인 대규모 고속도로ㆍ철도 건설 사업이나 전자정부 구축, 정보통신 인프라 사업 등도 우리 기업이 진출할 분야다. 아울러 자동차 OEM 부품 및 AS용 부품에 대한 우리 제품의 진출 확대 역시 기대해볼 만하다.
협상 과정
2008년 1월 터키가 EU·터키 간 관세동맹에 따른 의무 및 한·터키 양국간 교역 확대 차원에서 우리나라와의 FTA 체결을 제안했다. 이후 2010년 3월 한·터키 FTA 협상 출범을 선언한 이래 2010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총 4차례의 공식 협상 및 3차례의 소규모 협상이 개최됐다.
2012년 8월 1일 한·터키 정상회담 시 한·터키 FTA 기본협정 및 상품무역협정에 정식으로 서명했으며 비준동의안이 양국 국회에서 통과다. 이후 한·터키 FTA 발효에 필요한 각각의 국내절차 완료를 통보하는 서한 교환이 올 3월 완료됨에 따라 이달 1일부터 발효된다.
기본협정 및 상품무역협정 발효일인 5월 1일 이후 서비스·투자협정 협상을 개시해 1년 이내에 협정 타결 추진할 예정이다. 터키측이 기체결한 FTA(WTO 통보 기준 15개) 모두 상품 분야에 한정한 FTA로서 터키로서는 한·터키 FTA가 서비스 시장 및 투자 자유화를 예정하는 최초의 FTA다.
터키는 유럽 인구 2위(7,370만 명)의 거대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또 유럽, 아시아,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유럽시장 및 중동시장 관문,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1957년 양국 수교 이후 대 터키 무역수지가 2009년 22억 달러, 2010년 32억 달러, 2011년 43억 달러, 2012년 39억 달러 등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한·터키 FTA의 체결 요인이 됐다.
우리나라 측은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를 추구하되, 민감 품목을 보호한다는 FTA 추진전략 하에 공세적 이익을 관철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산품 전 품목의 7년 내 관세철폐 ▲기체결된 FTA 중 최고 수준의 무역구제 조치 확보 ▲원산지 자율인증제 도입을 통한 중소 수출업자의 FTA 활용도 제고 ▲관세환급 허용 및 개성공단 조항 포함 등이다.
또한, 터키측이 지속적인 양국 간 교역불균형(2012년 대터키 무역수지 39억 달러 흑자)을 이유로 농수산물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청했으나, 농수산물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민감 품목을 충분히 보호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세부 내용은 ▲농수산물 민감 품목(쇠고기, 돼지고기, 신선과일, 양념채소류 등) 모두 양허 제외 ▲농수산물 상호 10년 내 관세 철폐를 동등한 수준으로 양허 등이다.
수입액 기준 우리나라 측은 99.6%, 터키 측은 100% 10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번 한·터키 FTA는 양자세이프가드, 반덤핑/상계조치 발동 관련 절차적·실질적 요건 강화로 우리나라가 기체결한 FTA 중 최고 수준의 무역구제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원칙적으로 한·EU FTA 상 품목별원산지기준(PSR)과 동일하게 하되, 양측의 교역관계를 균형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일부 품목에 대해 원산지 기준을 완화하거나, 원산지 예외 쿼터 물량을 확보했다.
FTA 자신감? 해결과제도 남아
우리나라는 2004년 4월 칠레와 첫 FTA를 맺었다. 칠레가 첫 발효 상대였던 이유는 우리나라와 FTA를 원하는 선진국이 없어서였다. 협상에서 한쪽이 매달리면 대부분 불리한 협정을 맺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선진국에 적극적으로 FTA 협상을 요구하지 못한 이유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와 FTA에 관심을 보인 곳이 칠레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처음 하는 FTA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칠레가 부담이 없는 상대였다.
칠레와 FTA로 경험과 자신감을 쌓은 우리나라는 2006년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은 유럽 4개국으로 이뤄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과 FTA를 발효시켰다. 2009년 9월에는 한·ASEAN FTA, 2010년 1월에는 인도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FTA의 한 종류)이 발효됐다.
2011년 7월에는 경제규모 16조 달러(2012년 기준)가 넘는 세계 최대시장인 EU와 FTA를 발효시켰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질적이고 본격적인 의미의 FTA였다. 그리고 지난해 3월에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EU와 미국이라는 양대 거대시장과 동시에 FTA를 맺은 나라가 됐다. EU·미국과 동시에 FTA를 맺은 나라 중 경제규모가 큰 곳은 멕시코와 한국 정도다.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FTA를 꾸준히 늘려나갈 방침이다. 현재 FTA 협상을 진행하는 나라는 모두 28개국에 달한다. 앞서 언급한 중국, 일본, RCEP 외에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걸프협력이사회(GCC :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과 다자간 FTA도 진행 중이다.
우리를 바라보는 선진국의 시각도 변했다. 우리와 FTA를 체결하면 우리가 그동안 FTA를 체결한 국가들과 교역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 답보 상태이던 호주·캐나다와 FTA 협상에 속도가 붙은 이유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영귀 부연구위원은 “G8 국가인 캐나다가 우리보다 FTA 체결을 더 바랄 정도로 한국의 통상위상이 높아졌다”며 “FTA 선도국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FTA 활용에 자신감을 가진 만큼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선진국 환율 약세로 인한 수출 부진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일본 엔화 가치 약세(엔·달러 환율 상승)로 자동차와 철강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1998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환율변화와 수출입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 엔·달러 환율 1% 상승(엔화 가치 하락) 시 우리나라 수출은 0.73% 감소했고 수입도 1.17%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환율 갈등으로 인해 당분간 수출입규모와 무역수지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몇몇 품목 수출에 의존하는 수출 산업 구조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율 및 업종별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환변동 보험 지원확대, 지역별 설명회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환율변화 대응력을 높일 방침이다. 또 FTA 수입 물품의 왜곡된 유통구조도 시정해야 한다. FTA 체결로 수입 물품 가격이 대부분 낮아졌지만 일반 소비자가 현실적으로 FTA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FTA 의 과실을 수입업자나 유통업자가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 가격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품목에 대해 병행수입 활성화(유모차, 소형가전), 공동구매 확산(과일, 가공식품), 실시간 가격 정보 제공 및 소매판매 활성화(와인, 맥주)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유통구조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