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지난 2003년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휴대폰 터치스크린 제조업체 A사는 연간 1,000억 원, 직원 수 1,500면의 강소기업이다. A사는 한국이 중국, 베트남보다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뛰어난 손기술을 가진 인력, 우수한 수출여건을 감안해 국내 U턴을 결정했다. 자동차부품(페달, 실린더) 제조업체인 B사 역시 인건비 상승 등의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기술 유출을 염려해 국내 U턴을 결정했다.
지난해 주얼리 기업 18개사를 시작으로 최근 중국 진출기업들의 국내 복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투자유치 등 국내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0개 기업, 국내 복귀 결정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9일 중국에 진출한 신발, 전자부품, 자동차부품, 기계 등 10개 기업이 부산·경기·경북 등 5개 지자체와 국내 복귀를 위한 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U턴을 결정한 10개 기업은 부산, 경기, 대구, 충남, 경북 5개 지역에서 2014년까지 총 580억 원을 투자해 1,000명 이상의 지역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신발부터 기술집약적 산업인 전자부품(휴대폰 터치스크린, TV패널), 기계(휴대폰 제조장비) 등으로 다양해 앞으로 U턴 추세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U턴하는 신발기업 4개사는 부산으로 동반 U턴하기로 결정해 지난해 8월 익산 주얼리(보석, 장신구)기업 18개사의 동반 U턴에 이은 두 번째 사례다. 이중 3개사는 기존 부산지역 소재 신발기업 6개사와 함께 부산 국제산업물류도시 내 신발 집적화단지에 입주할 예정으로, 소재-부품-완성업체 간 신발 클러스터를 형성함으로써 부산 지역이 세계적인 신발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지자체는 U턴 기업의 성공적인 국내 복귀를 위해 보조금, 인력 등을 지원하고 KOTRA는 청산 지원, U턴 기업 선정 등 원활한 복귀 및 국내 정착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U턴 기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중국 내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 등으로 현지 경영여건은 악화된 반면, FTA 효과, 해외 바이어의 ‘Made in Korea’ 선호로 국내 투자 여건은 개선됐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제조업의 탈 중국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이날 투자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국내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 진출 기업들의 국내 U턴은 지역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이번에 복귀하는 10개사가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현재 관망 중인 해외진출 기업들의 U턴을 적극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앞으로 U턴 기업 수요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통해 국내 조기 정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국내 복귀를 결정한 10개사는 KOTRA 및 지자체가 현지 유치활동을 통해 발굴한 기업들인 만큼 정부는 이번 MOU 체결기외 기업 외에 U턴을 고려 중인 기업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향후 지자체, KOTRA 중심으로 유치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의 U턴 기업 지원 위한 노력
중국 내 경영환경 악화 및 FTA 발효 등으로 중국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수요는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 역시 국내 일자리 창출 및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제조업의 국내 U턴이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지난해 ‘U턴 기업 지원 강화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고, 이를 추진 중에 있다.
정부는 그동안 해외진출 기업이 설비를 국내 이전할 경우 관세 부담, 국내의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합법적 현지 청산 곤란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외투기업과 유사한 고용 창출, 투자 활성화, 지역경제 기여 효과 측면을 고려해 기존 지원책을 대폭 개선, 강화했다.
우선 정부는 정책 수요와 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해 U턴 기업의 정의·범위를 ▲해외에서 2년 이상 현지 생산시설을 계속해 운영하던 기업 중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경우와 국내에 생산시설을 신설하는 기업 ▲국내 생산시설이 있는 경우 현지 생산시설을 매각 또는 이전하거나 현지 생산물량을 감축, 국내 생산시설 신·증설하는 기업으로 확대해 다양한 유형의 U턴을 지원키로 했다. 과거에는 현지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기업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시설을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이전하거나 부분 복귀하는 기업은 물론, 산업고도화, 고용창출 효과 등을 고려해 중소기업 외에도 중견기업과 대기업도 포함되게 됐다.
정부의 ‘U턴 기업 지원 강화 방안’을 살펴보면, U턴 기업에게는 조특법상 법인·소득세 감면 일몰시한이 2012년에서 2015년까지 연장된다.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경우 현지 생산시설 유지, 부분매각·이전도 포함되고, 현지 생산시설 폐쇄·양도까지 유예기간이 종전 2년에서 최대 3~4년으로 연장된다. 또한 초기투자에 대한 부담 완화 위해 생산설비 도입 시 관세가 감면된다. 다만, 이 경우 완전 매각·청산 후 복귀하는 기업에 한정된다.
U턴 기업에게는 산업단지 입주 시 우선권이 부여되고, 필요 시 신규 경자구역내(황해·새만금) U턴 기업 전용용지도 공급되며, U턴 기업 전용 산단 조성 시 입주 우선권도 부여된다. 또한 입주지역에 따라 분양가, 임대료 등의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비수도권 이전기업의 경우 15~45%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
국내 투자기간 동안 신규 고용 시 1인당 월 60만 원 이하(최대 6개월)의 교육훈련 보조금이 지원되고, 현지 생산관리 인력의 국내 재고용 시 그 인력에 대한 ‘특정활동사증(E-7)’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U턴 기업의 투자금액, 고용규모를 고려해 내국인 고용인원의 10~20% 이내에서 현지 생산관리 인력에 대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건축비, 시설장비 구입비 등 설비투자 금액의 일부가 지원되며 비수도권 이전기업의 경우 설비투자금의 최대 15%까지 지원된다. 또 U턴 기업의 자금수요 등을 고려해 수출신용 보증한도가 우대(2배 이내)되고 보증료도 최대 20%까지 할인(무역보험공사)된다.
집단 U턴의 경우 전용산업단지, R&D센터 및 공동기반시설 조성 등 지역산업발전계획과 연계해 해당업종의 고부가가치화도 추가 지원된다. 정부는 섬유, 신발 등 해외진출이 활발한 업종을 대상으로 집단 U턴 수요를 발굴하고 TF를 별도로 구성해 집단 U턴 수요 발굴 및 업종별 특화 지원정책을 수립한다.
한편, 정부는 U턴 기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5월 KOTRA 본사 내 ‘U턴 기업 지원센터’를 발족하고 현지 U턴 수요 발굴부터 현지 청산, 국내 투자까지 전 단계에 걸쳐 일괄지원에 나섰으며, ‘U턴 기업 지원데스크’도 별도로 설치해 U턴 수요 발굴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전자부품, 전기장비 등 5개 업종 U턴 유리
한편, 정부와 KOTRA는 올해 초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삼정KPMG에 의뢰해 U턴 유망업종 도출 및 이에 따른 경제적 분석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자부품, 전기장비 등 5개 업종의 U턴이 유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이 조사는 중국 진출기업 중 투자잔액이 100만 달러를 초과하고 현지에서 5년 이상 지속적으로 경영활동을 한 439개사를 대상으로 했으며 한국표준산업분류 중 중분류에 해당하는 20개 업종에 국한했다.
U턴 유망 업종은 기업 측면에서의 U턴의 경제적 효과성과 공공 측면에서의 정책적 중요도를 평가해 업종별 국내 U턴 우선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전자부품·컴퓨터가 최우선 U턴 대상으로 꼽혔으며, 그 다음으로 의복·의복악세서리·모피, 가죽·가방 및 신발, 전기장비, 기타 운송장비가 중·단기 U턴 유망 업종으로 선정됐다.
이들 5개 업종의 U턴할 경우 9만~50만 명의 고용 창출, 30조~179조 원의 생산 증가, 8조~45조 원의 GDP 증가 효과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