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공작기계인의날’ 식전행사로 ‘공작기계산업포럼’이 진행됐다.
이날 개회사를 통해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송종현 회장은 “그동안 한국 공작기계산업은 세계 공작기계 생산 4위에 랭크될 있을 정도로 성장을 지속해왔다”며 “그러나 올해에 이어 내년 역시 국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아 국내 설비투자 감소 및 중국, 인도 등에서의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공작기계 생산과 수출 모두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포럼은 국내 공작기계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창조경제 시대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울산대학교 박홍석 교수의 주제발표와 함께 한국기계연구원 이찬홍 책임연구원(좌장), 산업연구원 박광순 선임연구원, 한국생산제조시스템학회 박종권 회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석우 본부장, 강원대학교 김병희 교수, 현대위아 심풍수 상무, 두산인프라코어 배규호 상무 등이 참석해 토의를 진행했다.
전문인력 인프라 구축 및 활용 절실
창조경제는 창의성을 우리 경제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연구원 박광순 선임연구원은 “국내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반도체 등의 여러 산업 중에서도 공작기계가 중심이 되는 기계 산업은 정부가 창조경제를 구현하는데 있어 하나의 구성원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는 산업으로 1/N의 개념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창조경제를 이끌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며, 숙련된 인력뿐 아니라 공작기계 산업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인력의 수혈과 날로 발전하는 제조환경이 요구하는 시스템 엔지니어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55세 이상이 되면 현장의 많은 숙련된 인력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고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공작기계 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고령화된 숙련된 많은 인력들이 제도적인 틀 안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한 젊은 인력의 공급도 중요하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엔타이 공장의 내부적인 트레이닝을 거쳐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의 평균연령이 27세인 반면 국내는 적어도 10세는 더 많다고 봐야한다. 최근 정부에서 마이스터고 운영을 통해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지만 기계보다는 보다는 IT 분야에 편중돼 있는 만큼 공작기계 분야의 인력 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스템 엔지니어의 육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국내 공작기계 업계의 많은 노력으로 단일 공작기계의 기술 및 품질 수준은 보다 높아지고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예를 들어 머시닝센터를 여러 대 설치했을 때처럼 그룹 레벨에서 봤을 때는 단품에서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나 생산성이 독일이나 일본보다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스핀들 가공라인 등과 같은 시스템 패키지 공정 등을 커버할 수 있는 시스템 엔지니어의 육성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중국과의 격차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 중국은 공업 분야 12차 5개년 계획에 따라 시스템화, 장치 산업화, 내재화 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많은 질적 향상을 이루고 있으므로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벌일 수 있는 공작기계 기술 향상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융․복합 시스템화로 고임금, 생산성 문제 해결
한국생산제조시스템학회 박종권 회장은 “창조경제의 핵심은 이종 산업 또는 이종 기술간의 융합이며, 이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융․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화를 뜻한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원천 및 융․복합화를 통해 신성장 산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수출이 늘어도 고용이 없는 성장이 심화되고 있고 실제 수출의 고용유발지수를 보더라도 100만 달러 기준 2000년 26.7명에서 2009년 14.4명으로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볼 때 공작기계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뿐 아니라 많은 제조국가들이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 2011년 전 세계 공작기계인들이 모여 최신 정보 및 기술동향 등을 교류하는 ‘AWE’ 행사에서 인건비가 큰 이슈가 됐다. 현재 인건비가 중국와 중국이 시간당 1, 2달러로 가장 낮고 미국과 독일이 20달러 이상으로 높고, 한국과 일본은 15달러 내외를 형성하고 있다. 날로 높아지는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공정과 생산기술을 혁신이 필요하고 그 혁신은 융․복합 시스템화로 달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공작기계의 ‘하이브리드화’를 그 해답으로 제시했다. 밀링부터 터닝, 그라인딩, 레이저, 초음파까지 다양한 기술을 상호 융․복합해서 날로 증대되는 난삭재를 고성능, 고정밀로 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바로 차세대 융합기술이라는 것. 특히 항공이나 바이오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는 난삭재가 많이 사용되는 있고 전통적인 가공방법으로 생산성이나 날로 높아지는 고임금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융‧복합 시스템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공작기계 교육 활성화 위해 리포지셔닝 필요
강원대학교 김병희 교수는 “최근 대학의 교육과정은 전문지식보다는 기초 공학지식을 습득하는데 더 중점을 두다보니 기계공학을 전공하더라도 공작기계나 기계가공 현장을 실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 10년 이상 정부 및 기업들이 대학의 공작기계 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왔고 단순히 대학을 기업의 지원센터로 보는 시각이 더 많기 때문에 대학 내 공작기계 R&D 및 교육 인프라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향후 저출산을 감안한다면 향후 공작기계를 전공하는 학생 수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고 그동안 쌓아온 트레이닝도 단절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대학 내 공작기계 교육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3D 프린터의 경우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RP장비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흔히 사용되는 ‘프린터’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관심도 증대되고 시장의 확대까지 가져왔다.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며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모바일부터 클라우드, 빅데이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과 같은 다양한 ICT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공작기계를 리포지셔닝한다면 교육은 물론 기술적, 산업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작기계의 시스템 패키지화 필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석우 본부장은 “그동안 국내 공작기계 산업은 일본이나 독일 등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볼륨 확대에 주력, 머시닝 센터, 복합 가공기, 대형 가공기 등의 전체라인업을 구성하는데 중점을 뒀으며 그 결과 공작기계 생산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며 “선잔국은 전체 가공라인을 운영하기 위한 솔루션이나 시스템 솔루션에 집중투자를 해 단위 판매가 아니라 솔루션으로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형태로 전환해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공작기계의 시스템 패키지화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확대해 이러한 움직임에 빠르게 동참해야 할 것으로 본다. 공작기계를 시스템화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필수적이며, 생산공정에서 하드웨어는 생산속도를, 소프트웨어는 품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각각 담당함으로써 높은 신뢰성을 구현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공작기계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체 라이프사이클이 짧다보니 현재는 사용자가 생산라인을 직접 구성하기 보다는 공작기계 또는 시스템 업체에게 턴키 베이스로 주문을 하고 자신들의 제품 생산에 더 힘쓰기 때문에 공작기계 비즈니스 모델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이 본부장은 강조했다.
공작기계 고장률 ‘제로’ 도전…품질관리 나서야
현대위아 심풍수 상무는 “세계 공작기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일본이나 독일보다는 10~15% 저렴하고 반대로 대만이나 중국보다는 비싼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는데, 이러한 가격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고장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공작기계 기술도 많이 발전해 일본과 독일과 성능과 사양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보며 앞으로는 품질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며 “품질관리는 작업자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계량적, 정량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공작기계는 누적공차를 관리하지 않고서는 높은 정밀도를 실현할 수 없는 만큼 각 공정간 공차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를 보면 설계상의 오차도 오히려 제조공정에서 관리를 잘 해 고장률을 최소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러한 품질관리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함께 심 상무는 현재 국내 제조현장의 분위기가 많아 침체돼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일본의 모노즈쿠리와 같이 활기를 띨 수 분위기 조성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심 상무는 “공작기계는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운전을 하게 된다. 열은 물론 절삭 칩이나 미스트 등이 많은 환경에서 고장이 나지 않게 하려면 사전에 열 제어나 오염물질 방지 기술들을 개발,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며, 나아가 제조방법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고려해야 한다. 이는 공작기계 메이커로서 큰 애로사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무조건 고속을 선호했지만 현재는 고장이 발생하지 않는 적정속도를 보다 중시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며 “공작기계 업계에는 이러한 부분들이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으나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만큼 감수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본이나 독일 제품과 같은 고장률이 낮고 성능은 우수하다는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고 세계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곧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작기계도 모바일로 제어
두산인프라코어 배규호 상무는 “한국은 공작기계에서 후발국가인 만큼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기술적으로 뒤쳐져 있다. 이미 보편화된 TC에 MC 또는 MC에 TC를 결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열처리나 그라인딩까지 도입이 되고 있으며, 조만간 3D 프린팅 기술까지 복합된 새로운 장비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가공프로세스 융합이나 측정, 해석, 보정 등의 기술이나 점점 사용이 증대되는 질기고 강한 성질의 난삭재 가공기술은 매우 취약하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상무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 하는 것을 이용하고 공작기계 업체는 물론 우리 산업 전반이 잘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우리나라가 제일 잘하는 IT나 모바일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실제 기계관련 전시회에 참가해 모바일을 활용한 장비들을 시장에 소개했으나 아직까지 보편화되지는 못했다. 일반적으로 공작기계는 오픈 NC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표준 NC보다 가격이 30~50% 가량 비싸 모바일 기능만을 위해 그만한 비용을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공작기계 업체 대부분은 자기표준을 만들어서 비싼 CNC를 쓰더라도 오픈 NC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제조업계에서 공작기계 컨트롤러 업체에 프로토콜을 표준화해서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판매를 하지 못하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NC 메이커가 이 표준 프로토콜을 사용해야 하므로 모바일을 이용한 공작기계 응용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관심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배 상무의 설명이다.
이어 배 상무는 “결국 IT기술의 활용이 고객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가 문제인데, 이는 원격 서비스 제어가 가능함은 각종 정보들이 ERP, EMS 등과도 연동되며 사용자는 외부에서도 기계 운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편리함을 누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며 “이러한 기술은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구축될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장인정신 본받아, 원천기술 확보 나서야
울산대학교 박홍석 교수는 “공작기계 산업에 있어 융합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으며 현재 공작기계 업체에서도 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공작기계 산업은 경쟁력 있게 나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쯤에서 우리가 과연 실리콘밸리를 배워야 하나, 독일 제조산업을 배워야 하나 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작기계산업은 전자산업과 같이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자주 바뀌는 분야가 아니므로 독일의 제조업체처럼 깊이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본다. 깊이 들어가는 것은 결국 원천기술이다. 앞서 언급된 고장률은 원천기술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다.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한데 애석하게도 우리나라는 그러한 여건이 형성돼 있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10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해온 반면 한국은 눈썰미가 있고 인텔리전스가 있어 원천기술 없이도 빠른 성장을 해왔다. 독일은 장인이 되면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고 더욱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도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보통 우리나라는 10년을 그 분야에서 일을 하면 관리직을 맡게 된다. 공작기계의 품질은 미묘하지만 원천기술에 오는 것이고, 엔지니어가 이러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업계는 물론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