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앞으로 기술이슈는 무인화입니다”. 기어테크 김명수 대표는 향후 최대 기술 이슈를 ‘무인화’라고 내다봤다. 그렇게 되면,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인력비용이 대폭 절감되며, 사람들은 훨씬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무인화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김 대표는 무인자동차를 예로 들며 “무인자동차는 사람의 조작이 필요 없는 만큼 내부에 많은 장치를 탑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백 래쉬(Back rash) 현상이 더 많이 생겨 위험도가 높아집니다”라고 말했다.
백 래쉬란 톱니바퀴가 맞물리면서 생기는 미세한 틈으로 인해 톱니바퀴가 흔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이어 “정차상태의 자동차 핸들을 움직여보면, 미세한 움직임이 있을 겁니다. 그게 바로 백 래쉬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 현상이 무인자동차의 경우 더 많이 생기게 되고, 이 말은 자동차가 좌우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계산해본다면, 도로의 너비를 확장해야할지도 모를 일이죠”라고 우려를 표한 뒤, 자신이 세계 최초로 발명한 ‘백 래쉬 제거장치’를 소개했다.
‘백 래쉬 제거장치’는 이름대로 백 래쉬 현상을 제거해주는 장치다. 기어를 장착한 모든 제품에 백 래쉬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장치의 쓰임새는 매우 넓을 것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 올 무인자동화시대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어테크는 국내에서 가장 큰 중고기계 수리‧개조 전문업체로 몇 십 년 된 기계도 새 것처럼 개조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이처럼 김 대표는 ‘꿈이 있는 기업’을 표방, 꿈을 이루기 위한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기어 제작 및 중고기계 수리 사업을 시작하기 전, 관련 직장을 다니면서 꾸었던 꿈이 지금의 기어테크를 있게 했다. “1977년이었나요. 당시 직장에서 책상정도 크기의 수입 기어측정기가 그 때 돈으로 3750만원에 육박하는 것을 보고, 기어테크 국산화의 꿈을 꾸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현재 김 대표는 세계에서 6번째로 CNC 기어측정기를 개발해 판매를 위해 양산 중에 있다. 특허는 물론, 정부에서 기술개발자금으로 5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기어측정기 국산화와 더불어 아직까지도 국산기술이 전무한 CNC콘트롤러도 개발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CNC콘트롤러가 고장나면 해외에 A/S를 요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그마저도 녹록치 않았지만, CNC콘트롤러 국산화에 성공한다면, 이런 불편한 상황이 단번에 해결될 것”이라며 들뜬 심경을 전했다. 아울러 고부가가치의 틈새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이 외에도 그는 “자기장으로 돌을 녹이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실제 실험해 본 돌멩이를 직접 보여줬다. 자기장은 공기가 없는 밀폐된 공간이나 물속에서도 연소된다. 이 원리를 이용해 고효율 보일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 기술을 이용해 밀폐된 공간에서도 유해가스 배출 없이 폐기물을 태울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현재 이 기술은 미국 특허를 받아놓은 상태로 실험을 통해 지속적인 개발 중에 있다.
또 그는 회사를 크게 키워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모두 사장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는 남다른 포부를 드러냈다. “한명은 중고기계 수리업체 사장, 또 한명은 기어 제작업체 사장, 또 다른 한명은 자기장을 이용한 에너지 개발 회사의 사장…”. 직원들의 노후를 보장하고 싶다는 김 대표의 할 일이 무척 많아 보인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김 대표의 생각이 남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쯤 되니 그의 경영철학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그는 대답 대신, 자신이 입은 작업복 오른편에 바느질로 새겨놓은 글씨를 보여줬다. ‘꿈 ‧ 신용 ‧ 노력’. 그가 지금까지 얼마나 정성껏 한 땀 한 땀 꿈과 신용과 노력을 새기며 걸어왔는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