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지난 몇 년 사이에 ‘장인(匠人)’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원래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이제는 특정한 기술을 특출나게 잘 활용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로 의미가 변해가고 있다.
산업계는 지금도 수많은 장인이 현장을 누비고 있지만, 이들 중 자신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에 ‘혼(魂)’을 불어넣는 이들은 얼마나 될지를 물어본다면 누구 하나 선뜻 손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포장기 전문 기업인 경서이앤피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서 ‘제품에 혼을 담는 기업’으로 인정받으면서 업계의 명실상부한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경서이앤피의 윤태문 대표는 “처음에는 큰 뜻 없이 포장 관련 계통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점점 포장업계의 시장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내 사업’이 하고 싶어져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이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큰 뜻 없이 시작했다’고 했지만 경서이앤피는 1992년에 ‘경서메디칼’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탄탄하게 성장 일로를 걸어오면서 사업의 규모와 영역 모두의 확대를 성공적으로 이뤄오고 있다.
윤 대표는 “과거에는 동종업체들이 여러 곳이 있었으나 개발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이전의 틀을 고집한 탓에 지금은 모두 도태됐다”고 지적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나부터 영업과 상담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고객을 제일 많이 접하는 영업부를 통해 고객의 시각이나 시장의 동향을 파악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에 1개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경서이앤피는 연 매출의 10%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15개의 특허를 보유한 ‘기술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시장은 ‘기술력’만으로는 점유율을 높일 수 없다. 이에 윤 대표는 마케팅의 돌파구로 ‘전시회’를 선택해 관련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무형의 자산’을 늘려나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보면서 ‘전시회에 미쳤다’는 얘기까지 할 때가 있지만, 전시회 참여만큼은 아끼지 않는다”고 밝힌 윤 대표는 “전시회에서 한 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할 때도 있지만 눈 앞의 결과가 아니라 일단 전시회에서 우리 제품을 본 분들은 시간이 흐른 후에라도 우리를 기억하고 접촉할 수 있다”라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기술개발’과 ‘마케팅’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고 두 가지 모두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윤 대표는 “내가 제품 개발 생산한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고객들이 좋아하고 만족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 뒤, “‘장이’들은 제품을 만들 때 단순하게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혼’을 넣는다. 예전에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혼을 넣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고객들에게 ‘경서의 제품은 혼이 있다’라는 칭찬을 들을 때 마음이 뿌듯하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과 동남아 지역에 수출하고 있는 경서이앤피는 올해는 독일을 시발점으로 삼아 본격적인 유럽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코트라와 알리바바의 지원을 받아 유럽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해 현지 시장을 노크할 예정이다. 또한, 홈페이지에 독일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독일어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면서 ‘경서이앤피의 제품을 몰라서 못 쓰는 사람은 없도록 하겠다’는 윤 대표의 각오를 현실화시킬 예정이다.
“‘산업현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직장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경영인에게 존경을 보낸다”고 밝힌 윤 대표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기업인들이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제도가 많은 만큼 정부가 더 많은 홍보와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업들에 많은 보탬이 될 것”이라는 당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