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산업화와 인구 증가로 인해 에너지 사용량의 급격한 증대 및 이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해 기존의 화석 연료의 사용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중에서 연료 전지 또한 많은 관심 대상 중 하나다.
연료 전지가 1960년대 아폴로 우주선에 사용된 이후 아직까지 상용화에 많은 진척을 보이고 있지 않다. 상용화를 방해하는 여러 문제점 중에서 특히 산소 환원을 위한 촉매 개발이 늦어지는 문제가 가장 크다고도 할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백금 촉매는 비싼 가격과 더불어 안정성에 있어서 상용화에 필요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백금 촉매의 대체 또는 담지량의 최소화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국내 연구팀이 기계화학적 공정을 통해 준금속(안티몬)을 그래핀에 입혀 세계 최초로 죽지 않는(die-hard) 연료전지 전극소재를 개발했다. 현재 기업에 기술이전을 완료해 제품화가 진행 중이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백종범 교수(주 교신저자), 김건태 교수, 정후영 교수, 박노정 교수가 주도하고 전인엽 박사(제1저자)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중견 및 리더연구자지원)으로 수행됐고, 세계적인 자연과학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5월 22일자에 게재됐다.
친환경 발전장치, 수소 자동차 등 그린 산업 성장의 핵심은 고성능 연료전지이다. 연료전지는 촉매를 이용해 연료(수소, 알콜, 석유 등)와 산소 간 화학반응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로, 기존에는 주로 백금을 촉매로 사용함에 따라 비싼 가격과 성능 면에서 많은 제약이 있었다. 최근 백금 촉매의 대안으로 꿈의 소재 그래핀이 부각되고 있다.
그래핀은 탄소로만 구성된 중성적 특성을 갖고 있어 촉매로 이용할 경우 전기 화학적 활성이 낮아, 이종원소를 도입해 활성을 높여야한다. 현재의 기술로는 금속이 아닌 원소(질소, 인, 황 등)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나, 이 원소들이 그래핀의 결정을 손상시켜 타고난 우수성을 잃게 하는 문제가 있었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연구팀은 기계화학적 공정(볼밀링)을 통해 최초로 준금속 중 하나인 안티몬(antimony)을 그래핀의 가장자리에만 선택적으로 입혀, 전기화학적 활성도를 극대화하는 연료전지용 소재를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다. 비금속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이 같은 성과로 그래핀의 결정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계속 사용해도 안정적이고 우수한 산소환원용 촉매의 특성을 발현시킬 수 있었다.
백 교수는 “준금속인 안티몬을 그래핀에 쉽게 도입할 수 있게 돼 완전히 새로운 특성을 가진 그래핀의 제조가 가능해져, 보다 다양한 분야로 상용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며, “이 기술이 포함된 그래핀 대량생산 기술은 지역 덕양(주)에 이전돼 양산 준비 중으로, 지역산업 발전과 국가산업용 원천소재 공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성과로 지난 4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수립한 ‘그래핀 사업화 촉진기술 로드맵’의 그래핀 응용제품의 전략적 조기 상용화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편 기계화학적 공정을 통해 제조된 그래핀의 다양하고 우수한 특성은 그래핀이 더 많은 분야에서 더 빠르고 쉽게 응용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그래핀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을 포함하는 “고품질 그래핀 대량생산기술”이 지역 중견업체인 덕양(주)에 이전돼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