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유기 반도체 소재는 탄소기반 주사슬의 파이공액 구조가 반도체 특성을 띈다는 점에 착안해 발명된 소재로써 분자구조 설계의 용이성, 경량성, 유연성 등의 장점에 힘입어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연구돼 온 핵심 첨단소재다. 그 중에서도 산업적 관점에서 가장 큰 장점은 분자구조 설계에 따라 용액공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탄소기반 공액구조의 주사슬에 탄소기반의 선형 곁사슬을 결합하면 유기용매에 녹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주로 클로로포름, 클로로벤젠 등의 유기용매가 유기반도체 소재를 쉽게 용해하고 박막형성이 잘되며, 균일한 표면을 형성하면서 반도체에 유리한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여러 장치로 구현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해야 할 사실은 클로로포름, 클로로벤젠 등의 유기용매가 높은 내부식성 및 인체유해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나날이 강화되고 있는 산업계에 대한 환경 규제를 고려할 때 반드시 해결돼야 할 이슈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유기반도체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친환경성 특성을 보유한 비할로겐성 유기 용매에 분산될 수 있는 고분자 반도체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보고돼 왔다. 테트랄린 등의 비할로겐성 용매의 경우 클로로벤젠으로 대표되는 할로겐성 유기용매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친환경성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으로 유기용매가 가지고 있는 유해성은 완전히 극복되지 못했다.
기존의 유기반도체 기술은 유독성의 유기용매에 의한 공정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비록 최근 상대적으로 독성이 낮은 유기용매 기반의 기술이 보고됐지만, 여전히 상업적 적용은 어려운 상태이다. 본 연구에서는, 최초로 ‘물’을 공정 용매로 적용해 성공적인 유기반도체 기술을 선보였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국내 연구진이 유기용매 대신 ‘물’을 이용해 친환경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정대성 교수(중앙대)와 김윤희 교수(경상대) 등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지원하는 기초연구사업(신진연구자지원)과 원천기술개발사업(글로벌프론티어사업)으로 동 연구를 수행해 이룩한 성과이다.
물을 공정용매로 이용해 비결정질 실리콘에 버금가는 반도체 특성을 구현했기 때문에, 고집적회로나 다양한 센서에 바로 응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유기태양전지나 유기열전소자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모든 유기반도체 관련 산업에 적용돼 공정용매를 물로 치환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이라는 점에서 실용화가 가능하다. 아직 국내에는 유기반도 시장 자체가 작은 규모이나, 추후 확장될 에너지나 유연소자 시장에서 본 기술은 큰 실용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본 연구진의 기술은 유기반도체가 적용될 수 있는 많은 응용분야 중 박막트랜지스터라는 하나의 특정 소자에만 적용됐다. 본 기술이 보다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자, 센서 소자 등 다른 응용분야에도 시험될 필요가 있다. 현재 해당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 결과물은 특허로 출원됐고 재료분야 세계적인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 8월 19일 자에 게재됐으며, VIP논문으로 선정됐으며 표지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정대성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초로 물을 활용한 고성능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핵심 개발기술인 디스플레이와 각종 이미지 센서 등의 제조에 친환경 기술로 접목될 수 있어 산업계로부터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