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러시아가 대 터키 경제제재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들로서는 틈새시장이 열렸다.
KOTRA(사장 김재홍)가 최근 러시아-터키 갈등의 영향에 대한 긴급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선 러시아는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터키 기업들의 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제한하는 특별허가제를 도입할지 검토하고 있다. 이 허가제가 실현되면 러시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터키 건설사들이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어 국내 기업의 진출기회가 상대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공식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러시아 내에 터키 건설 인력이 많아 터키인 노동계약 연장 금지 및 2개월 이하 체류시 무비자 조건 취소 조치는 러시아 건설 산업의 위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러시아 내 터키인 노동자는 약 20만명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이고리 슈발로프 제1부총리는 2016년 1월 1일부터 터키 회사가 러시아로부터 신규 건설프로젝트 수주시 정부로부터 특별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터키 기업이 추진하거나 터키 노동자들이 대거 투입된 러시아 건설 프로젝트가 많아 현실적으로 러시아내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서 터키 기업들을 당장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신규 발주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터키 기업들의 참여를 점차 제한할 가능성도 있으며, 실제 특별허가 요구 조치가 발표되지 않더라도 러시아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터키측에 신규 건설 발주를 주는 것에 부담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실제로 터키 건설사들은 1990년대 초부터 저가의 건설비용과 서구의 우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왔다. 2015년 기준으로는 엔카(ENKA), 안트 야프(Ant Yapi) 등 대형 건설사를 포함해 약 100여개의 터키 건설사가 진출해 있으며, 최근 20년 간 터키 건설사들의 러시아 프로젝트 수주 규모는 총 5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최근에는 터키 회사인 ESTA Construction사가 러시아 크라스노다르(Krasnodar) 지역의 축구 스타디움 건설 프로젝트(100억루블 규모)를 수주한 바 있으며, Renaissance Construction사는 모스크바의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는 모스크바시티(Moscow City) 내 Federation Tower를 수주했다. 많은 러시아 건설 회사들이 프로젝트를 수주하지만 실제 건설은 터키 건설회사에 하청을 통해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러시아 건설 산업에서 실제 터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터키의 대 러시아 주요 수출품목인 과일, 견과류, 채소, 직물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의 진출 기회가 다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러시아는 터키로부터 8억 달러 규모의 과일 및 견과류, 6억 달러 규모의 채소류를 수입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터키산 채소 및 과일에 대한 수입 금지조치 시행령에 공식 서명했고, 트카초프 러시아 농업부 장관은 터키산 수입품을 다른 나라 것으로 대체할 준비가 됐다고 언급한 바 있어, 터키산 점유율은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자국 농업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시, 온실, 농자재, 농기계 등의 수입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KOTRA 모스크바 무역관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바이어 전화인터뷰에 따르면, 식품 유통업체인 트라이 에스 푸드(Tri-S Food)의 구매담당자는 “터키는 러시아의 과일 및 채소 주요 수입국이었으나, 이번 제재 이후 한국이나 중국으로 수입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진출 기회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직물 분야 현지 기업인 텍스타일 월드의 구매담당자는 “수입제재에 직물이 포함되면, 2016년 이후 중국, 한국 등 터키를 대체할 새로운 수입 대상국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밝혀, 우리나라 기업의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명희 KOTRA 중아CIS팀장은, “터키와 한국의 수출 경쟁품목은 크게 겹치지 않아 러시아의 터키 수입대체 수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건설부문에서는 한국 기업과 터키 기업 간 경쟁이 있어왔기 때문에 건설자재 수출과 건설시장 진출 확대는 기대해 볼만 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