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풍경도 배가 부른 다음, 눈에 들어온다는 의미다. 그만큼 의식주 중에서도 ‘식’, 먹는 것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국내 산업계도 악화 일로를 걸었다. 식품포장분야도 글로벌 경기 영향을 비껴갈 수 없었지만, 그나마 피해를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한국포장기계협회(이하 포장기계협회) 홍순우 부장은 “경기가 아무리 악화 돼도 사람들이 먹는 것을 끊지는 않는다”며 “식품은 포장산업의 주요 수요분야다. 이것이 포장기계산업이 경기 영향을 덜 받은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식품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산업재, 화장품 등 포장산업은 제조업 전반에 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키징 센터 조사에 따르면, 국내 포장기계 제조업체는 약 350개사로 추정되며, 그중 한국포장기계협회 회원사가 123개사에 이른다.
포장기계협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국내 포장기계산업 매출액 규모는 약 38.4조원으로 2013년에 비해 약 2.6% 상승했다.
포장기계 수출은 2013년에 2억4천900만5천불, 2014년에 4억6천873만6천불을 기록했으며,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미국, 일본 등에 주요 수출국으로 나타났다.
수입은 2013년에 2억6천866만 불, 2014년에 5억6천913만3천불을 기록했으며, 독일, 일본, 중국, 미국, 대만이 주요 수입국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포장기계협회 홍 부장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 까지 포장기계 수출액이 약 3억 불로 집계돼 2014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가장 큰 수출국인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불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는 “그간 국내 포장기계산업이 매해 성장을 지속해 왔던 만큼, 지난해의 저조한 실적이 더욱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면서도 “지난해 말 성사된 중국과의 FTA로 관세가 철폐되면서 수출에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 예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앞으로 국내 포장기계산업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요소로 “중국의 품질향상과 일본의 가격경쟁력 강화”를 꼽으며, “한국 제품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고 우려했다.
포장기계협회는 국내 포장기계 업체들의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터키, 이란, 미얀마 등과 같은 신시장 발굴‧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내수에만 집중했던 중국 기업들이 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고, 일본 제품의 가격이 점차 내려가고 있어 가격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계의 품질 수준에 있어서도 아직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기술력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 기술력 향상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제약포장과 같이 특정한 기술과 높은 정밀도가 필요한 분야의 경우, 특화된 포장기계가 요구되는데, 국내 기술력으로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의 볼륨 자체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국내 포장기계업체가 생산할 수 있는 기계는 2, 3대가 고작이지만, 중국기업은 품목에 따라서 한 달에 100대를 생산하기도 한다. 당연히 가격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포장기계 시장은 일본에 비해서도 1/2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로 국내 기업들은 수출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대량생산으로 경험이 축적되다 보니 품질향상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내구성이 중요한 기계는 볼트, 너트와 같은 부품도 기계 품질에 큰 몫을 하는데, 중국 철강 품질이 좋아지면서 이런 점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주요 부품을 독일, 일본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 홍 부장은 “부품의 국산화와 국내 부품에 대한 신뢰성 회복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국가마다 산업과 시장의 성격이 다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경쟁상대로 여겨지는 일본에 비해 한국기업은 고객 니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연한 생산체계를 강점으로 지니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또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만 해도 시장의 등급이 무척 다양해 타겟 시장을 정확하게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다”며 “국내 중소기업도 인재고용과 기술개발로 새로운 시장을 끊임없이 두드려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