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서블 기판에서 동작하는 다양한 전자 소자는 인간 친화적인 웨어러블 소자로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나노 구조를 이용하는 압력 센서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구조적인 결함이나 외부 환경의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 전자 소자를 기반으로 하는 압력 센서는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고, 넓은 동작 범위와 높은 민감도를 동시에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즉 민감도가 높다면 작은 압력의 변화만을 측정할 수 있거나, 큰 압력의 변화를 측정하고자 한다면 민감도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반면, 레이저는 하나의 파장(색깔)만을 갖기 때문에 레이저 파장 변화를 이용한 센서는 궁극의 민감도를 갖게 된다. 또한 나노 구조를 이용해 만든 나노레이저는 크기가 빛의 파장 정도인 수백 나노미터 정도로 매우 작고 외부 압력에 따라 레이저 특성 변화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유연한 나노레이저에 미세한 압력이 가해지면 레이저의 색깔(파장)이 변화하고, 이를 이용해 민감도가 뛰어난 신규 압력 센서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못과 같은 모양이 반복적으로 배열돼 있는 광결정 구조를 플렉서블 기판에 넣어서 유연한 광결정 나노레이저를 제작했다. 레이저 구조를 잡아당기거나 압축하는 등 외부 압력을 가하면 레이저 파장이 변하는 새로운 형태의 나노레이저이다.
광결정 레이저는 광결정 구조의 격자 주기에 의해 레이저 파장이 결정된다. 외부 압력에 따라 광결정의 격자 주기가 변하고 따라서 레이저 파장이 변하게 되는데,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구조에 가해지는 압력이나 구조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특히 레이저는 파장의 선폭이 매우 좁아서 파장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센서로서의 활용도가 높다.
미세한 구조 변화에 따라 광결정 레이저 파장이 얼마나 바뀌는지를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제작한 유연한 광결정 레이저는 -10% 에서 12% 까지 변형되는 동안 약 26 nm의 레이저 파장 변화를 보여주었다. 레이저 파장의 선폭이 약 0.6 nm 이하임을 고려하면 매우 큰 폭의 파장 변화이다. 즉, 센서의 눈금에 해당하는 선폭은 매우 좁고 동작 범위는 넓기 때문에 높은 감도의 압력 센서로 동작할 수 있다.
광결정 구조를 조금씩 변화시키며 레이저 구동의 안정적인 동작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또한 레이저 구조가 변형되는 방향에 따라 레이저 모드의 편광과 모양이 변화함을 적외선 카메라로 확인했다. 이는 압력이 가해지는 방향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최초의 실험 결과이다.
연구과정에 따라 연구팀은 나노레이저를 이용한 새로운 압력 센서를 개발했다. 외부 압력에 따라 레이저의 파장이 변하는 이 압력 센서는 기존 전자소자 기반의 센서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해, 구조가 0.5% 미만으로 변해도 측정할 수 있을만큼 민감도가 뛰어나고, 전체 구조 변화가 20%까지 돼도 측정이 가능한 넓은 측정 범위를 갖는다.
또한 이 압력 센서를 이용해 액체의 산도(pH)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 또한 개발했다. 액체의 산도에 반응해 부피가 바뀌는 하이드로겔을 압력 센서에 부착해, 광학적으로 산도를 감지할 수 있는 화학 센서를 구현한 것이다.
액체가 흐르면 pH 감응성 하이드로겔의 부피가 변해 압력 센서에 압력을 가하는데, 이때 변하는 레이저 파장의 변화를 측정하는 원리이다. 건조상태, 약산(pH 2.5, 아세트산), 중성(pH 7)의 3가지 상태에 대해 산성도를 성공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
박홍규 교수는“이번 연구는 다리와 같은 큰 건축물의 구조 변화에서부터 생체 내부의 화학 반응을 감지할 수 있는 초소형 바이오 센서에까지 널리 응용될 수 있다. 또한 세포의 화학적 성분이나 모양 변화를 민감하게 검출 할 수도 있어 향후 몸 속 암세포의 유무 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박홍규 교수 연구팀(고려대)은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지원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이 연구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5월 12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