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첨단 기술 분야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나라에선 최신 기술을 곧바로 상업화하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국내 첨단 기술 분야를 주도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첨단 산업 분야는 대부분 대기업 중심으로 육성되는 경우가 많다. 반도체가 그랬고, 전자 분야, 스마트폰 분야가 그렇게 시작됐다.
대기업 중심의 첨단 산업 육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첨단산업에 뛰어들면 대량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정교한 마케팅과 사후관리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첨단 산업 분야를 주도하게 될 경우 일부 최신 기술은 상업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대기업은 일정한 수요가 확보돼야 제품화에 나선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기 때문에 기술의 구현에 앞서 제품화를 통한 수익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시장성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기술이나 연구가 대기업의 관심을 끌긴 어렵다. 이런 기술들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에선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벤처기업은 규모가 작지만 기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창업 멤버들이 직간접적으로 최신 기술과 관련된 경우가 많아 기술의 수용 및 상업화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런 점 때문에 첨단 기술 분야 학계 관계자들은 벤처기업 활성화 필요성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일선 연구자들이나 학계 관계자들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최신 기술의 상업화가 시장성 유무와 무관하게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벤처기업이 중심이 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지난달 28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과 7일 발표된 중소·벤처기업 혁신역량 강화방안 등 각종 정책 입안을 통해 벤처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당장 산업 생태계를 큰 폭으로 고칠 수 없겠지만 갈수록 첨단 기술의 신속한 상업화가 중요해지는 만큼 관련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될 새로운 벤처 생태계의 구축이 서둘러 추진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