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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성공스토리⑭] 수출자가 먼저 FTA 활용 제안
하상범 기자|ubee1732@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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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성공스토리⑭] 수출자가 먼저 FTA 활용 제안

FTA 통해 수출 협상 원만하게 타결

기사입력 2016-08-07 08: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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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성공스토리⑭] 수출자가 먼저 FTA 활용 제안

[산업일보]
중소기업들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수입자의 FTA 원산지증명서 발급 요청이었다. 그만큼, 우리 중소기업들 가운데 아직도 FTA 활용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얘기다. 이는 수출자들에게 직접적인 효과가 없거나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의외로 수입자들도 FTA 활용 효과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FTA 협정 세율이 적용되는 품목이라면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데, 몰라서 성사되지 않는 사례도 생겨난다. 만약 수입자가 FTA를 모를 경우라면 수출자가 먼저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하고 활용을 제안해 보라. 협상은 의외로 쉽게 풀려 계약체결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FTA를 모른다고 포기하지 말고 한국무역협회나 관세청, 상공회의소, 중소기업청 등 가까운 유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자. 이들 기관들은 중소기업들이 완벽하게 FTA를 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 무한 지원할 것이다.


방오 페인트 독자 개발한 전문 기업
경상남도 양산시 산막공단 내에 소재한 P사는 지난 1993년 설립돼 합성수지, 착색제, 방오제, 솔벤트 등 원재료를 국내에서 구매 후 가공해 선박용 페인트를 생산하는 전문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방오(防汚) 페인트’다. 선박은 물이라는 유체를 헤치고 가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마찰과 저항을 받게 된다. 5노트에서 10노트로 2배 가속할 경우, 선박이 받는 물의 저항은 3배로 늘어나고, 연료량은 속도의 세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이를 계산하면 연료는 약 8배가 늘어난다. 방오 페인트는 이처럼 선박의 운항 시 받게 되는 마찰저항을 최소화해 연비 절감, 운항 효율 극대화로 운송비용을 최소화시켜주는 기능성 제품이다.

선박의 총 운항비용 중 연료비 비율은 50~60%를 차지하고, 속도는 연료비와 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선속은 곧 경제성과 직결된다. 선박 하부는 장기간 바닷물 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갖가지 오염물이 달라붙기 마련이다. 일반적인 조건에서 선박 표면에 발생하는 오염물들의 선속 저하 영향을 살펴보면 물이끼가 1~2%, 잡초는 10% 이상, 따개비의 경우 무려 40%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운송비용을 증가시키는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선체에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게 방오 페인트에 요구되는 핵심 성능이다. 좋은 방오 페인트를 적용한 선박을 통해 선주사들은 엄청난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오랜 기간 외항선원 생활을 하면서 어패류, 해조류 등이 선박 외면에 달라붙어 선체를 부식시키며 이를 제거하고 보수하는 비용부담이 크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그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활동을 통해 유기주석계 화합물이 전혀 함유되지 않은 친환경 페인트인 ‘틴 프리(Tin-Free)’ 방오 페인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환경 보호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져 각국 정부가 이의 적용을 의무화하는 법·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FTA 모른 채 가격 갈등 지속, 수출계약 포기
예상대로 P사가 제품 생산을 시작하자 국내외 조선·해운사들의 구매 의사가 줄을 이으며 매출과 수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회사가 정상궤도에 올라설 무렵,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2008년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이의 여파로 조선·해운산업 경기가 불황에 빠지면서 제품 수요는 급감했고, 자금난에 빠진 조선업체(공급업체)들로부터 자금 회수가 안 돼 P사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런 가운데 2013년에 필리핀 업체가 약 20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제안해 협상을 진행했다. 성약만 되면 숨통을 틀 수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대화를 진행했다. 그런데 수입자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가격인하를 요구했다.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애를 썼지만, 결국 결렬돼 아쉽지만 P사는 수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14년에는 베트남 바이어가 수입 의사를 전해와 시험용으로 소량을 수출했다. 바이어는 제품을 검토한 결과, 품질은 만족스러우며 거래를 희망한다는 문서를 보내왔다. 하지만 베트남 수입자가 제시한 요구 조건을 P사가 받아들이기엔 희생이 너무 컸다. 필리핀 업체 때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수입자와의 협상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렀다.
진퇴양난이었다. 수출을 할 수도, 또 다시 포기할 수 없었다. 국내 시장상황도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P사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신규 매출처를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당면한 현실에서는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다른 품목들을 같은 품목으로 분류해 ‘신고오류’
이런 가운데, P사 수출 담당직원이 우연히 부산FTA활용지원센터에서 발행한 ‘FTA 활용으로 수출경쟁력을 키우자’는 내용의 팸플릿을 접하게 된다. 순간 ‘우리 회사 생산품도 FTA를 적용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의 관세 혜택이 있을까? 어쩌면 FTA를 통해 막혀있는 수출계약 건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곧바로 FTA활용지원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 후 P사의 FTA 관련 지식이 백지상태임을 확인한 FTA활용지원센터 관세사(이하 상담 관세사)가 회사를 직접 방문해 상담을 해주기로 했다. P사를 방문한 상담 관세사는 회사 직원들에게 FTA의 기본적인 개요와 체결 국가별 FTA 특성 및 차이점 등을 설명하고, P사가 베트남 바이어와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인 5개 제품의 품목분류 진단에 들어갔다.

그동안 P사가 수출품에 적용한 수출신고필증 내용을 검토한 결과, P사는 생산품목의 종류에 관계없이 전 제품이 동일한 세번(품목번호 제3208.90호)으로 분류돼 있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ASEAN)의 회원국이며, 한국과 아세안은 2007년 6월 1일 FTA를 발효했다. P사 제품의 품목번호가 한-아세안 FTA 상 아세안 측 양허품목에 포함돼 있으면 양허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었다. 기준세율보다 낮거나 철폐되는 양허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으면 수입자는 그만큼의 관세를 절감할 수 있으며 수출기업은 그만큼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셈이 되는 것이다.
상담 관세사가 검토해 본 결과 제3208.90호는 미양허 품목이었다. 베트남 바이어와 수출 계약에 대한 기대감은 일단 깨졌다. 그런데, 상담 관세사는 왜 P사가 생산하는 모든 품목에 같은 품목번호를 적용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상담 관세사가 보기에 종류 및 품목번호가 다른 제품 5종을 모두 같은 품목번호로 신고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신고 오류’로 세관의 사후 심사 때 문제로 지적받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확인해 보니, P사는 회사의 정규직원이 5명밖에 되지 않고, 수출업무는 관세사에 의뢰하면 모든 업무가 적절하게 신고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관세사도 그동안 FTA 적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P사로서도 FTA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진행한 수출은 세관의 형식적 요건만 충족하면 수출신고필증이 교부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FTA 활용의 기초가 되는 품목번호에 오류가 발생했다. 또 품목이 많으면 한 가지 품목번호로 묶어 신고하는 경향이 있었고 품목분류의 중요성도 간과했다.

품목분류 재진행… FTA원산지증명서 발급 기준 충족
상담 관세사는 P사의 수출품에 대해 정확한 품목분류를 진행하기로 하고, 회사 직원들과 함께 작성한 자재명세서(BOM, Bill of Material) 등 관련 서류를 토대로 ▲아크릴을 기본 재료로 한 페인트(제3208.20호) ▲기타 재료의 페인트(제3208.90호) ▲유기혼합용제와 시너(제3814.00호) 등 3가지로 분류했다. 향후 P사가 세관에 수출신고를 할 때 제품별로 맞춰 수출신고를 하도록 했다.
품목분류를 정확히 한 뒤 5개 품목의 한-아세안 FTA 협정세율 적용 여부를 재검토 했다. 품목번호 제3208.90호는 한-아세안 FTA의 양허세율을 받을 수 없었지만, 3가지 품목번호로 분류했을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아크릴을 기본 재료로 한 선박 방오용 페인트’(3개 품목, 제3208.20호)는 협정세율에 포함돼 10%인 기준세율이 5%로 낮춰진다. 또한 ‘유기혼합용제’(1품목, 제3814.00호)도 협정세율을 적용받아 3%인 세율이 무관세(0%)가 된다. ‘기타 재료의 페인트’(1품목, 제3208.90호)만 미양허 품목이었다. 5개 품목 중 4개 품목에 대해 베트남 수입자가 FTA 협정관세 혜택을 볼 수 있었다.

가능성을 발견했으니, 이제는 입증해야 했다. FTA 협정세율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당 품목의 원산지를 역내산으로 판정받는 것이었다. 한-아세안 FTA 협정상 5개 품목의 원산지 결정 기준은 ‘세번변경기준(CTH) 또는 부가가치기준(RVC 40)’으로 동일하다. 이는 수입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 경우 수입원료의 세번(품목번호, HS코드)과 완제품의 세번이 일정단위(첫 4단위) 또는 그 이상이 변경되거나 역내부가가치비율이 40% 이상이면 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담 관세사는 P사에 5개 수출품목의 생산에 사용되는 원재료 20여종에 대해 상위 품목과 부품의 관계와 사용량, 단위, 원산지와 품목번호 등을 정리한 자재명세서(BOM)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담 관세사는 페인트 제품의 특성상 제조에 투입되는 원재료의 세번이 완성품 세번과 달라져 세번변경기준(CTH)을 충족시킨다고 판단, 이에 맞춰 원산지소명서를 작성토록 했다.

한-아세안 FTA에서 원산지증명서 발급 방식은 ‘기관발급제’다. FTA 원산지증명서 발급은 세관과 상공회의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또한 원산지증명서는 통일양식인 ‘AK FORM’으로 작성해야 한다. 발급을 위해서는 수출하고자 하는 물품의 세번에 따라 FTA 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세번변경기준일 경우 원재료구입명세서, BOM, 재고수불부(원재료 및 제품), 생산공정도 등이 해당된다.
더불어 상담 관세사는 P사에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경우 반드시 증빙 서류를 5년간 보관해 만일에 있을 수입국 세관의 원산지 사후검증에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을 당부했다.

재협상 후 수출 성공… 5년 장기계약 체결
FTA 원산지증명서 발급 준비를 마친 P사는 베트남 수입자와 재협상을 시도했다.
제시한 수출가격은 최소한의 이윤 마지노선이며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신, P사는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 줄 수 있으며, 이 서류만 있으면 수입자가 자국 세관에 내야 하는 수입관세 중 상당액을 절감할 수 있어 그만큼 제품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수입자는 검토 끝에 경쟁사의 제품 대비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렇게 해서 P사는 약 20만 달러 규모의 제품을 성공리에 수출했으며, 수입자에게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했다.

FTA를 통한 관세절감 효과를 톡톡히 본 베트남 수입자는 이후 P사와 지속적인 거래를 제안했고, 2015년 9월 양사는 5년간 장기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P사는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필리핀 등 아세안 회원국가 진출도 가능하게 됐다. FTA를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2013년 필리핀 수입상과의 협상에서도 수출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후회도 들지만, 그 때의 실패 덕분에 현재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FTA를 활용해 수출에 숨통을 튼 P사는 원가절감, 품질개선 노력을 본격화 하고 있다. 현재 FTA 협정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알키드 수지(Alkyd resin)계 밑칠 페인트(Primer)는 원재료를 아크릴 수지(Acrylic resin)로 변경해 협정활용 가능 품목으로 전환하는 연구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며, 수출이 중단됐던 필리핀 수입자에게도 FTA를 활용하면 7%의 수입관세가 0%로 무관세화된다는 점을 안내해 재협상을 시도할 계획이다. 또한 한-중 FTA를 통해 중국시장 진출도 추진키로 했다.

<자료지원 : 한국무역협회 FTA종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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