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2월 식염, 생고무 등을 실은 무역선(정크선 제외)인 ‘페리우드호’가 인천항에 입항하면서 한국 최초의 무역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국적 최초의 무역선은 조선우선(해운사) 소속의 앵도환으로 1948년 2월 화신무역상사가 홍콩과 마카오에 건어물과 한천을 수출했다. 무역 먼허증 등록 1호는 건설실업이다. 1946년 8월~47년 8월까지 한국인 528명, 중국인 15명이 무역업자 면허증을 교부받았다. 광복 후 최초 대외무역 관련 법령은 1946년 1월 미 군정령 제39호 대외무역규칙으로, 남한과 여타국간의 화물 등 거래시 군정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그 외 일체 대외거래를 금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돼지털과 오징어, 활선어를 주로 수출하던 한국이 첨단제품을 수출하는 위치까지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대기업 수출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70여년 동안 한국무역은 얼마나 많은 진보를 해 왔을까. 그동안 대외개방 정책을 통해 경제 기적을 일궈왔듯이, 향후 미래 무역흐름과 산업 및 기술발전 트렌드를 검토해 한국 무역성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70년간 우리 무역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1946년 수출 354만 달러, 수입 6천72만 달러 에서 2015년 수출 5천268억 달러, 수입 4천365억 달러로 증가하면서 무역순위도 60위권 밖에서 9위로 올라섰다. 수출상품은 과거 1차 산품에서 첨단 IT 제품으로 고도화됐다. 수출대상국도 2개국에서 248개국으로 늘어나며 우리 무역이 질적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대기업 · 중소기업 격차와 서비스 및 소비재 수출 기반 취약, 소수 품목에 대한 수출집중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의 세계 수출비중은 3%대로 1948년(0.03%)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수출상품 수, 1인당 수출액, 무역업체 수도 크게 증가하며 수출 저변이 확대됐다.
무역은 경제성장 뿐만 아니라 고용창출, 외화획득, 부가가치 창출 등 경제구조 개선에도 큰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경제는 무역을 통해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짧은 기간에 빈곤과 저개발에서 탈피하고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했다.
수출 품목은 과거 1차 산품이 대부분이었으나 IT제품 등 첨단제품 중심으로 질적 고도화가 이뤄졌다. 1946년 당시만 해도 한천, 오징어가 주를 이뤘고, 이후 60년대 들어서는 중석, 철광, 생사 위주에서 70~80년대는 섬유류, 합판, 가발 수출이 한창이었다. 90~2000년대 들어 자동차, 선박, 합성수지, 컴퓨터, 2010년 이후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석유화학 분야까지 영역이 확대됐다.
IT제품, 중화학 제품은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세계 수출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 철강(3위), 반도체(4위), 통신장비(4위), 자동차(5위), TV(9위) 등에서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최근들어 우리 수출상품의 영역이 제조업 제품 위주에서 소비재, 문화콘텐츠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으며 서비스 수출도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한류열풍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문화콘텐츠, 패션의류, 식료품, 화장품 등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수출대상국은 1946년 2개국에서 2015년 248개국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수출 상위 10개국에 대한 비중은 1960년대 90%대에서 2015년 67%대로 하락하면서 수출 대상국이 다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60년대 미국, 일본으로의 수출비중이 50~70%를 차지했으나 2000년 이후로 그 비중이 30%대로 축소된 반면 중국과 ASEAN이 주요 수출상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수출비중이 미미했던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의 수출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협소한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72조 달러의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7월 현재, 15개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전세계 52개국과 FTA 발효 중이다.
무협관계자는 "미국, EU, 중국, ASEAN 등 세계 거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우리나라와 FTA를 발효한 52개국의 무역규모는 전세계의 70.3%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수출의 성장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은 1960~70년대 30% 이상 증가, 1980~2008년까지 10% 이상 증가세를 보여 왔지만, 2009년 이후 3%대로 급락세로 돌아섰다. 세계 저성장 기조, 세계 교역 성장둔화 등 대외적 요인이 우리 무역의 성장 정체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기업 수출 집중, 주요 수출품목의 경쟁력 약화, 소비재 및 서비스 수출기반 취약, 주력산업의 해외생산 확대 등 우리 무역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수출액 비중은 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수출 참여율은 2.6%로 미국, 독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이 상위 10대 품목에 집중돼 있고, 이미 평균 22년 전 10대 품목으로 자리매김해 주력품목의 고령화가 심각한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소비재 및 서비스의 수출 기반이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는 것도 문제다.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 AI, 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 미래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은 우리 무역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도전과제다.
한편 무협은 전자상거래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의 확산은 무형 데이터 교역, 소기업 및 개인 참여 확대,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이동, 무료 콘텐츠의 증가 등 국제무역의 패러다임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