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개발제한구역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경기도 면적의 약 10%가 해제된 가운데 이들 지역의 난개발 방지 및 정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기연구원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의 산업화 현상을 분석하고 제도적 지원방안을 제시한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의 산업공간화와 대책’ 보고서를 통해 저밀도의 주거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한 해제지역이 실제로는 물류창고, 제조업소 등 산업·물류 기능 위주로 활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흥·광명·김포·안산 등 수도권 서남부지역 내 개발제한구역은 제조업소를 중심으로 산업화되고 있다. 주원인은 구로디지털단지, 반월·시화스마트허브 등 인근 대규모 산업단지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건축허가를 창고, 식당 등 근린시설로 승인받은 후 제조업소로 전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내 A시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개발제한구역 해제 후 승인 받은 건축허가의 64%가 제조업소로 전용됐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 가운데 산업화 지역은 도로 협소화, 주차장시설 부족, 소방진입도로 미확보 등 안전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시흥시 과림동 제조업 집적지역은 우리나라 일반 산단 3배의 고용창출을 거두고 있다.
서울 및 광명시에 인접한 과림동에만 약 973개 제조업체에서 3천721명의 근로자가 종사(LH내부자료 활용해 재분류 작성) 중이다.
우리나라 일반산업단지에는 지난해 말 기준, 평균 52개 업체에 808명이 고용돼 있다.
시흥, 광명, 안산, 김포 등의 개발제한구역 또는 해제지역에 산재해 있는 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및 고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금속, 기계, 조립금속 등의 업종으로써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근간을 형성한다.
해제지역 입주 제조업의 약 60%는 다른 제조업체의 협력 업체로써 수도권 차원의 광역적 생산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시흥시 해제지역 입주기업의 61%가 동일시군 내 제품판매비중이 20% 미만이지만 상대적으로 자가 공장 비율이 높아(51.4%) 현지 정착 가능성이 높다.
공장의 임대비율이 높을 경우 토지주와 임대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해 사업추진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협소한 도로와 주차장 시설 부족은 물론이거니와 최소한의 소방진입도로도 갖추지 못해 화재 등의 안전에 매우 취약하다.
현지 기업들의 35.2%의 기업이 도로협소 등 기반시설 부족, 16.2%가 공장등록불가능에 따른 사업애로 등을 호소하고 있다.
현지기업의 21.0% 정도 가량은 대중교통 불편이 있다며, 입주기업 직원의 87.6%가 자차로 출퇴근 한다고 답했다.
공장등록이 허용되지 않아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자금 및 기업지원 혜택도 받을 수 없으며, 시중은행의 대출도 어려운 실정이다.
해제지역 입주기업은 최근 경기침체와 함께 57%의 기업이 매출전망에 대해 비관적이다.
매년 수백만 원 이상의 벌금·부과금을 내고 있으며 지자체 단속이 있을 경우 마당의 콘크리트, 가설건축물의 해체와 재건축을 반복한다.
해제지역을 저밀도 주거환경으로 유지하기 위해 일반주거지역 또는 자연녹지 지역으로 지정하고 도시기반시설 설치를 계획했으나 대부분 실행이 되지 않고 있다. 계획된 기반시설 설치 934건 중 10.5%인 98개만 추진됐다.
해제취락 정비를 위한 도시개발사업이 69개소(수도권)에서 계획돼 있으나 5건만 추진되고 있으며 대부분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서울 3개, 경기 2개로서 규모가 10만㎡ 이상인 중대규모 취락지다.
사업 수행 자력 추진 불가능
도로, 주차장 등 기반시설 설치를 통한 정비사업의 착공률은 평균 5.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와 도로 등의 착공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공원, 문화시설은 저조하다. 도로사업착공률은 8.5%, 학교설치사업은 6.7%로 상대적으로 높다.
우선해제에 급급해 초영세 규모, 부정형으로 해제, 사업성확보 곤란을 겪고 있다.
해제지역의 모습이 생선가시, 아메바, 포도송이 모양 등의 부정형으로써 정비사업의 효율성 저하를 초래할 뿐 아니라, 해제취락의 부정형과 복잡한 경계로 인해 정비의 효율성은 물론 주변지역 관리에 있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시흥시 해제취락 정비사업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자기 소유부지의 41%∼49%를 내놓아야 사업수행이 가능해 사실상 자력으로는 추진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리시의 5개 해제취락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로 토지부담률이 평균 45%로써 자력추진이 곤란한 상태다.
높은 비용을 치르면서도 대도시 인접지역(개발제한구역)에 입지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에 조성한 진관산업단지(2008년 지정)는 높은 분양가(3.3㎡당 252만 원)에도 조기에 분양 완료됐다.
진관산업단지는 남양주지역 신도시 조성에 따른 이전 기업을 수용하기 위해 조성된 산업단지로써 서울 경계로부터 6㎞거리에 소재하고 있다.
반면 같은 시기에 조성된 팔야산업단지(2006년 지정)는 진관산단에서 13㎞ 이내에 입지해 있고 낮은 분양가(3.3㎡당 216만 원)에도 미분양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시흥시 해제지역 공장의 임대료는 인근 시화산업단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화산단 3.3㎡당 월임대료는 2만5천 원∼3만 5천 원 수준이며 해제지역의 경우 입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2만 원∼3만5천 원 수준(근생시설)에 형성돼 있다.
기업규모가 작은 영세기업일수록 거리극복 능력이 떨어져 대도시 또는 협력·연관업체와 근접하려는 경향이 있다.
시흥시 해제지역입지 기업의 56.2%는 1∼4인 기업으로 해당지역에 뿌리 내린 기존 사업 연계, 대도시 노동시장 활용 등의 이유로 타지역 이전 입지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시흥산업진흥원, 시흥시 동네기업 실태조사, 2016년 10월 발간)된다.
영세소기업의 집적지로 변화된 해제지역에 소기업 비즈니스 생태계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제지역, 주거중심과 산업중심 등으로 구분 ‘특성화’
산업형, 물류형, 주거형 등으로 구분해 용도혼재에 따른 문제 해소와 해제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해제지역과 주변지역, 해제지역 간 토지이용의 상호보완, 갈등의 조정 등을 포함한 관리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해제취락 관리지침에서도 ‘저공해첨단산업의 유치’, ‘기존공장이전을 위한 산업단지조성사업’, ‘지역특화발전추진사업’ 등의 시행을 장려하고 있다.
주거중심 해제지역 인근에는 에너지공급시설, 폐기물처리 자원순환시설 등 도시계획시설이라 하더라도 거주환경 침해 우려되는 시설 입지 제한이 필요하다. 또한 산업중심의 해제지역은 제조업소를 양성화하고 정비해 새로운 고용창출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산업기능이 토지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집적지역을 주거지역 또는 녹지지역으로 복귀,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역 전체에서 이뤄지는 기업 활동이 불법으로 존속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주민(기업인) 대다수가 산업환경으로 정비를 추진할 의사가 있는 경우 기반 주민(기업인) 대다수가 산업환경으로 정비를 추진할 의사가 있는 경우 기반 시설의 정비(도로 등)를 조건으로 양성화의 길을 터 줄 필요가 있다.
불법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신규투자와 미래지향적 기반시설 정비는 불가능 하고, 임시가설물 위주의 건축행위로 정주 및 기업환경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해제지역 내 제조업소 허용여부는 도시계획 조례에 위임돼 있다. 구리시, 하남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자체가 불허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진흥지구로 지정된 지역, 제조업소 양성화 검토
산업진흥지구로 신청한다는 것은 해당 지역을 산업중심으로 정비하고자 하는 주민과 지자체의 합의와 의지의 표현이다. 산업진흥지구는 해제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신청해 경기도지사가 지정하는 형태다.
주거중심의 해제지역 내 또는 개발제한구역 존치지역 내 불법 입지한 제조업소를 산업진흥지구로 이전을 유도해 개발제한구역 전체에 대한 체계적 정비 추진이 시급하다.
아울러 산업진흥지구 등 해제구역 산업공간에 대한 별도의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산업개발진흥지구는 산업단지, 공업지역 등 계획입지가 아닌 산업집적지에 대한 국토계획 차원에서의 토지이용관리 수단이다.
산업진흥지구로 지정해 업종제한, 용도별 용적률적용, 기반시설재정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산업형 취락의 지정목적, 도입기능, 권장업종 및 제한업종, 기반시설 기준 등에 관련된 조례 마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기도 해제취락의 53.9%는 5만㎡미만의 초소형 규모이며,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규모의 경제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문미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의 무분별한 산업화 방지 방안으로 ▲주거형-산업형 구분한 지역별 특성화 관리 ▲제조업소 양성화·정비를 통한 새로운 고용창출원 육성 ▲산업형 해제지역 내 기반시설 확충·정비 위한 산업진흥지구제도 도입 ▲해제지역과 주변지역을 통합·연계하는 결합개발지원제도 마련을 제안했다.
문 연구위원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에 입지한 제조업소의 대부분은 불법으로 용도 변경돼 정책지원을 받을 수 없고 도로, 주차장 등 기반시설조차 없는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해제지역 내 심각한 난개발과 정비 개선을 위해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