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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산업의 근원지 을지로 골목, ‘문화’ 날개 단다
김인환 기자|kih2711@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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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산업의 근원지 을지로 골목, ‘문화’ 날개 단다

어둠과 적막함 속에 피어난 문화 ‘공간의 아이콘’

기사입력 2017-02-26 17: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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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근원지 을지로 골목, ‘문화’ 날개 단다

[산업일보]
‘이곳은 공업만의 장소가 아닌 누구나 문화를 즐기고 삶에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공업, 문화, 활력’ 연계성 없는 세 단어들이 한 문장에 담겨 설명된 이곳은 어디일까. 바로 우리나라 근대화 시기의 산업을 주도했던 ‘을지로 골목’이다. 6.25전쟁 이후 을지로 일대는 재건사업과 함께 발전이 시작됐고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값싼 중국산 제품들이 유입되고, 2000년대 이후는 전자상거래까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을지로 일대는 고객의 방문 수가 뜸해지면서 어둠과 적막함이 찾아왔다. 이러한 어둠을 타파하기 위한 묘안으로 ‘문화’가 등장했다.


을지로 골목의 오래된 역사가 있다는 사실은 주변 건물들만 봐도 추측이 가능하다. 건물의 외벽은 시멘트로 돼있고, 곳곳에 빈 공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옛 손 글씨체 간판들이 남아있는 반면, 현대와 걸맞은 화려한 색감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렇듯 오랜 세월만큼 낡아버린 을지로 골목은 재개발 지역이지만 쉽게 추진되지 못했고 슬럼화가 찾아와버렸다. 그러나 을지로 골목만의 아날로그 감성과 현장 매매의 장점은 전자상거래가 발달해도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서울 중구청은 이러한 판단 아래 재개발 대신 ‘문화’를 활용한 재탄생을 택했다. 을지로 골목 내 빈 상가들을 청년 예술가를 위한 창작공간으로 제공했고, 옛 산업의 역사가 남아있는 을지로 골목을 일반인들에게 투어(Tour) 형태로 소개시켰다.

을지유람
지난해 봄부터 시행된 ‘을지유람’은 명동이나 동대문 같은 주변의 화려한 도시들과 달리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있는 을지로 골목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해 산업의 흐름이 담겨있는 장소를 만인과 함께 공유하고 기록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투어 프로그램이다.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 3시부터 90분 동안 역사 전공자인 중구민 해설사의 안내와 함께 타일, 도기거리, 송림 수제화, 노가리골목, 공구거리, 조각거리, 조명거리, 영화 촬영지 등 오랜 전통의 식당과 골목 특화거리들을 둘러볼 수 있다.

철의 향기와 바삐 움직이는 상인들, 오토바이와 철재 작업의 거친 소리 등 우리 산업의 움직임을 느껴볼 수 있다. 을지유람을 통해 일반인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산업 현장을 보게 된다. 멀게만 느껴졌던 산업은 우리 주변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인식 시켜 산업의 이미지 제고를 이룰 수 있다. 을지유람은 산업인들에게 직접적인 수요 창출의 도움을 주기는 어렵 겠지만 간접적인 도움은 충분히 될 거라 생각된다.

산업의 근원지 을지로 골목, ‘문화’ 날개 단다


을지로 디자인 프로젝트
을지로 골목은 타일, 도기, 공구, 조명, 가구, 미싱, 철강 등이 한 곳에 밀집돼있어 상용화 되지 않은 부품이나 재료들을 구해야 하는 예술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때문에 이런 좋은 입지 조건에 작업공간을 지원해주는 ‘을지로 디자인 예술 프로젝트’는 금전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청년 예술가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현재 이 프로젝트가 추진된 지 1~2년이 흘렀다. 지원을 받고 있는 예술인들은 8개 팀. 예술 전공 교수들이 을지로 예술팀의 행적을 논문에 담고 싶다고 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팀들은 개인적인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을지로 일대의 환경을 변신시켜주고 있다. 간판이 없는 철재 상가에 셔터아트를 이용한 간판을 선사 하고, 벽화를 그리는 등 주변 경관 개선작업을 하며 을지로 일대의 분위기를 바꿔나가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당’이라는 골목을 조성해 예술을 접하기 힘든 공장 작업인들, 식당 아주머니들을 관객으로 초대해 재즈공연, 토크콘서트 등을 열며 교류의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교류의 장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골목 상인 들은 산업과 전혀 다른 분야인 예술의 등장에 처음에는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무뚝뚝하게 대했고, 공연의 초대에도 어색함과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소통을 하며 마음의 문을 열었고, 서서히 공존의 생활이 이뤄졌다. 기술인들이 예술인들에게 간판 용접 등 필요한 작업을 해주면 예술인들은 답례로 공연에 초대했고, 볼트가게, 유리 가게, 철공소 사장 등 너나 할 것 없이 다함께 재즈 공연을 즐기게 됐다.

본지는 예술과 산업이 어우러지는 장면을 보고자 최근 찾아가봤지만, 지난해 포스터와 벽화들만 반겼고, 작업공간조차 문이 닫혀있었다. 중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동절기는 추운 날씨로 인해 작업이 어려워 쉬고 있는 시기라고 했다. 날이 풀리는 따스한 봄부터 예술 활동이 활발히 시작된다고 하니 관심 있다면 3월 이후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을지로 골목에서 산업과 예술의 공존이 시작된 것은 1년이 조금 넘는 시기로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그렇기에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을지로 내 작업공간을 보유한 유학파 디자이너 정원석씨는 “외국 같은 경우, 디자이너가 디자인과 제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그런 작업 공간이 없기에 기술력과 소재 공급지가 한 곳에 밀집돼 있는 을지로 일대를 잘 활용하는 것이 외국 부럽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을지로 골목이 작업공간으로서 갖는 장점을 말했다. 반면 “작업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외국 같은 경우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있어 함께 일하기가 쉬웠지만 국내에서는 프로젝트 시연과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아쉬워했다. 살아온 삶 자체가 다르기에 나타난 반응이라 이해했지만 앞으로 이런 점이 개선돼 예술인과 기술 작업자들간의 공동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더 큰 성장이 있을 것이라 전했다.

금속가게 작업자는 “자체개발을 할 거면 외국인들이 봐도 이 곳이 산업의 근원지구나, 볼거리가 많구나 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좀 더 멋진 변화를 줘야 우리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술인들은 예술로 인한 골목의 변화에 반대 하기보다 긍정적인 입장임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예술인과 기술인의 더 큰 교류가 있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서울 중구청 시장경제과 이하숙 주무관은 “올해는 폐품이나 리사이클링 제품, 자투리 땅이나 건물 사이 틈새를 활용해 삭막한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녹지 사업에 신경 쓸 계획”이라며 을지로 골목의 더 큰 변신을 예고했다. 변화된 곳은 을지유람 코스에 추가될 예정이다. 이에 “을지유람은 한 번으로 끝내기 보다는 1년에 한 번씩 투어하는 것이 을지로 골목의 변화를 볼 수 있어 좋다”며 추천했다.

인천 주안 산업단지, 문래동 철공소 골목, 을지로 골목 등 점점 예술이 산업의 옆자리에 등장하고 있다. 기존 제조업의 이미지로 활동하는 것은 현재는 큰 불편함이 없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는 부족하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제조업도 변화해야한다. 이러한 변화를 예술을 통해, 예술과 공존하며 이미지 제고를 하고 더 나아가 청년들의 취업 기피현상까지 기대해본다.

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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