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세상에 ‘스마트’하게 지어지지 않은 마을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현재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보다도 ‘스마트시티’에 대한 인문학적 질문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사)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스마트콘텐츠 비즈니스 데이’가 개최됐다. 이날 주제는 ‘스마트콘텐츠 기술로 바라보는 스마트시티 그리고 전망’으로 여러 인사들의 발표와 우수 콘텐츠 전시회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이날 첫 강연주자로 나선 조승연 작가는 중국 상해와 프랑스 파리의 사진을 대조하며 “두 도시를 보면 상해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첨단도시, 스마트시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스마트한 도시가 꼭 이렇게 생겨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승연 작가는 상해가 초고층빌딩이 즐비한 화려한 도시의 모습을 갖춘 것에 대해 “인문학자들 중 일부는 상해와 같은 도시들을 동아시아 도시들의 독특한 인문학적 방향성이 드러난, 탈식민성 동아시아 모더니즘이라고 부른다”면서 “중국이 서구의 식민지가 됐다가 독립한 이후 경제력을 가지게 되면서, 도시를 통해 ‘중국을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기술력을 과시했다. 무의식적인 인문학적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조승연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서 현지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없는 건물은 몽파르나스 타워다. 파리 시내에서 유일한 고층 빌딩인 이 건물이 주변 건물의 조망권을 방해하기 때문. 햇빛을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건물이 지어질 당시 “땅을 산 거지 해까지 산 거냐”라며 항의했고, 이후 정부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고층건물 허가를 내주지 않게 됐다.
조 작가는 “누군가는 상해와 같은 도시보다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도시인 파리가 ‘스마트시티’라고 말한다”면서 “블록체인으로 도시 거버넌스를 이야기하는 이들 중에서 도시 자체를 스마트한 기술로 만드는데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스마트시티’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언급했다.
“인간이 결정을 할 때 그 안에는 더 깊은 인문학적 이유가 있다. 도시를 설계할 때도 ‘어떤 커뮤니티에 살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기술을 헛되게 쓰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 조 작가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언급하며 그동안 있었던 도시들 역시 ‘스마트 도시’였다고 말했다. 스마트 기술이 없다고 자연발생적으로 도시가 생성된 것이 아니라, 모든 도시가 당시 존재하는 기술 안에서 어떤 인생을 살고 싶고, 우리 동네·커뮤니티에 가장 중대한 문제가 무엇인지 목적을 생각하며 지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승연 작가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스마트 기술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라며 “무엇을 위한 스마트함인가, 어떤 삶을 살기 위해 스마트 기술을 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한국인으로서, 새로운 도시의 입주자로서, 실제 그곳에 살아야 되는 사람으로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기술적 ‘스마트시티’ 설계 이전에 인문학적 결정 숙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