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반도체로 유명세를 얻었던 ‘실리콘밸리’는 현재 애플, 구글, 인텔, 우버 등 이 시대 IT 기술과 플랫폼을 이끌어가고 있는 회사들이 대거 포진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ICT 산업이 융성하면서 재조명 받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19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과학정보통신부 주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벤처기업협회,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주관으로 ‘ICT Inno Festa 2018’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시상식과 스타트업 투자유치 설명회 등과 함께 ICT 혁신창업 세미나도 진행됐다.
세미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미키 김 구글 본사 아태지역 하드웨어사업 총괄전무는 구글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에 있는 ICT 기업들의 전반적인 업무 문화에 대해 소개했다.
김 전무는 “IT 산업을 이끄는 회사들이 실리콘밸리에 모여있는 이유는 공대로 유명한 스탠포드 대학과 UC버클리가 있어 이 인력들이 큰 몫을 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라며 “1960-70년대 반도체, 1980년대 하드웨어, 1990년대 인터넷 기업이 성장하며 IT 기술이 발달한 지역”이라고 실리콘밸리가 ICT 기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실리콘밸리는 날씨가 좋고, 살기가 좋아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도 하지만 이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열려있고, 포용한다. 누구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고 실리콘밸리 문화의 특징을 꼽은 김 전무는 “이러한 문화가 IT 기업과 접목되면서 좀 더 파워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실리콘밸리 문화의 긍정적인 부분은 ▲자유로운 페이스타임 ▲냉정한 성과평가 ▲알리고 칭찬하는 문화 ▲강력한 매니저&열린 매니지먼트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 등 총 5가지다.
“언제 출근을 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다 가는지가 중요한 아시아권 문화와 달리, 실리콘밸리는 스케줄에 따라서 움직이는 문화”라고 밝힌 김 전무는 “서로의 스케줄을 공유해 빈 시간에 미팅을 잡는다.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또, 예로부터 조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위계질서가 중요한 동양권 문화와 달리 실리콘밸리는 조직에서도 개개인에게 책임과 권한이 잘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무가 설명한 실리콘밸리 문화에 따르면,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해야 하는 페이스타임은 자유로운 편이지만, 성과평가는 냉정하다. 상사에 의해 성과평가가 이루어지는 우리의 문화와는 다르게 자기 자신과 동료들이 모두 성과평가에 참여하는데, 단순히 장·단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구체적으로 해준다. 성과평가를 통해 향후 자신이 개선해야 될 점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일의 연차를 떠나, 기대에 만족이 아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줘야 승진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좋은 성과를 냈다면, 이를 모두에게 공개적으로 알린다. 그러면 메일을 통해 회사의 전 직원들이 축하를 보내며 답장을 한다. 우리나라는 칭찬에 인색하고 혼을 낼 때 크게 내지만, 실리콘밸리는 칭찬을 더욱 크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반드시 성과를 낸 이에게 답장을 하며 격려해 긍정적인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
실리콘밸리 ‘매니저(실무자)’의 강력한 의사 결정권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직급이 높은 사람이 매니저의 보좌를 통해 일의 과정을 결정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실무를 진행하는 매니저가 직접 의사결정의 칼자루를 쥔다. 톱-다운(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일의 실무자들이 의사결정을 하고, 윗사람들은 멘토링처럼 조언을 건네는 정도다.
김 전무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성과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강한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열심히 하는 건강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에서 단 하나, 중요한 규칙은 ‘다양성 존중’이다. 차별하지 않는 문화가 잘 정립이 돼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경우, 회사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한다. 김 전무는 “한국 문화는 ‘똑같은’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다양성에 둔감하다. 글로벌 시대인만큼 이런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김 전무는 “모든 기업 문화에는 장·단점이 있다. 실리콘밸리 문화의 좋은 점을 위주로 소개했지만, 일방적인 수용이 답이 아니다. 필요한 부분을 잘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