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망중립성’이 다시 한번 글로벌 인터넷 및 콘텐츠 업계의 도마 위에 놓였다.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함에 따라, 인터넷 통신망 제공업자(이하 ISP)와 콘텐츠 제공업체가 망중립성을 두고 다시 대립 구도에 들어섰다.
KDB미래전략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인 ‘망중립성 논란과 향후 전망’에 따르면, ISP는 5G 산업의 발전을 명분으로 망중립성의 완화를, CP는 역차별과 부작용을 우려해 이를 반대하는 양상으로 대립하고 있다.
망중립성은 ISP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으로, 정보에 대한 차별 없는 접근을 보장해 인터넷 확산과 다양한 CP의 성장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많은 양의 인터넷 트래픽을 사용하는 글로벌 SNS와 OTT가 등장하면서 망중립성을 사이에 두고 ISP와 CP가 대립을 하게 된 것이다.
ISP는 5G를 필두로 하는 통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망중립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망 접속료 증가, 콘텐츠 시장 경쟁 저해, ISP의 영향력 비대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CP는 이를 역차별이라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망중립성을 두고 발생한 갈등의 골은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며 더욱 깊어졌다. 비대면 서비스, 홈라이프에 관한 서비스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많은 양의 인터넷 트래픽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 트래픽이 크게 증가하자 국내 ISP인 SK브로드밴드는 이용자 증가로 인해 해외망 증설 등 유지 비용이 증가했다는 것을 이유로 넷플릭스 측에 망 이용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망중립성에 위배되는 사안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끊임없는 갈등 끝, 망 이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주장하며 이용대가에 관한 판단을 사법부에 맡기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정된 넷플릭스법에 근거해 ISP가 글로벌 CP에게 망 이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확보됐으나, 현실적으로는 다소 낮은 실효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의 정회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방대한 콘텐츠를 가진 글로벌 CP는 국내 ISP보다 우세한 협상력을 지니고 있으며, KT와 LG U+는 IPTV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넷플릭스와 콘텐츠를 제휴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망 이용료 요구에 소극적일 것이기에 해당 법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세계적 흐름을 따라 망중립성 완화를 향해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2018년 5G 인프라 투자를 위해 망중립성 원칙을 폐지했으며, 유럽 역시 관리형 서비스에 한해 예외 인정을 하는 등 망중립성 완화 기조를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