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가구나 냉장고 문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기차 모터 등 첨단산업의 핵심부품으로 사용되는 자석은 우리 삶에 필수 불가결한 핵심 소재다. 기존에는 금속물질만 자성을 가지기 때문에 자석은 금속으로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이 이런 통념을 깨고 유기 플라스틱 자석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실증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백종범 교수가 그 주인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하 ‘연구재단’)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 과학기술인상 11월 수상자로 백종범 교수를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1831년 11월 마이클 패러데이가 전자기유도법칙을 발표한 이래 전자기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텔레비전과 컴퓨터, 스마트폰과 전기차에 이르는 다양한 전자제품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제품의 디지털화, 경량화 추세에 따라 무거운 금속 자석을 대체할 소재 개발이 요구됐다. 가볍고 생체 친화적이며 가공이 쉬운 플라스틱 자석의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연구 대상이었다.
하지만, 탄소로 이뤄진 유기물은 전자가 화학결합으로 단단하게 묶여 자성을 갖기 어렵다. 2004년 영국 더럼대 연구진이 플라스틱 자석을 네이처에 보고했지만, 그 재현성이 검증되지 않아 논문이 철회된 뒤 학계에서는 유기물 자성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백종범 교수는 가벼운 유기 플라스틱도 금속처럼 자유전자가 많아지면 자성을 띨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금속 오염을 철저히 배제한 상태에서 유기물이 자석에 이끌려 오는 실험을 진행해 유기물 자성체의 실체를 증명했다.
백종범 교수 연구팀은 탄소 원자가 포함된 유기화합물인 TCNQ를 섭씨 155도 고온에서 반응시켜 자성을 띠는 플라스틱(p-TCNQ) 제작에 성공했다. 합성된 플라스틱은 전자 스핀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서로 자연스럽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강자성을 보였다.
p-TCNQ로 이름 붙여진 플라스틱 자석은 2018년 8월 학술지 켐(CHEM)에 발표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녹슬지 않고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자석의 장점을 활용해 MRI 조영제, 전기차 모터 등 실생활에 응용 가능한 기술 개발을 목표로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유전자를 가진 유기물 구조체를 설계해 플라스틱 자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라며 “강자성의 세기를 높이는 후속연구를 통해 자성체 연구 분야의 초석을 다지고 금속 자석의 단점을 보완해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