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중립이 일종의 기술·무역 전쟁의 단초가 된 가운데, 에너지 안보와 기술, 경제적 측면의 이유로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온라인을 통해 한국플랜트정보기술협회가 주최한 ‘제18회 플랜트 조선 컨퍼런스 2022’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에너지경제연구원 임춘택 원장은 “거대한 청정 유전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기존의 에너지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이 매립된 곳에서 캐기만 하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장된 자원이 각 나라에 고르게 분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 불평등은 곧 에너지 불평등으로 이어졌고, 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은 지구온난화를 야기했다.
이에 인류는 햇빛(태양광), 바람, 물 등 자연 자체에서 에너지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임춘택 원장은 한반도 면적 정도에 쏟아지는 태양광 에너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모든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의 양만 보면 각종 청정 자원을 모두 에너지로 활용 가능하지만, 인간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 확보에 대한 경쟁이 벌어지게 되고, 이는 곧 비즈니스, 경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향후 기술과 무역의 중요성이 그만큼 더 커진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임 원장은 “자원이 매립돼 있지 않아 해외 자원에 에너지를 의존해야 했던 우리나라에게 굉장히 큰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며 “이제는 자원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친환경의 문제만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노르웨이와 브라질은 발전 전력의 84% 이상을, 유럽 주요 국가 등은 43%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고작 7.1%에 그쳐 재생에너지 전환 추세에 한참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확장세인 이유는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만으로도 보급이 가능하고, 단가가 KWh당 40원 전후로 계속 낮아지면서 다른 에너지원보다 경제성면에서 훨씬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임 원장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만 재생에너지의 단가가 세계 추세보다 2~3배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한 그는 “친환경차를 비롯해 조선과 플랜트 분야도 에너지 시장 흐름에 대한 대응이 느리다. 정부가 나름 노력한다고 했지만 전 세계 추세에 비교하면 굉장히 미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세계 에너지 시장은 대략 1년에 2천조 원 전후이다. 탄소중립이 본격화될 2030년 이후에는 6천조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재생에너지의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만큼 관련 산업을 지원해 수출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기존의 에너지 일자리보다 3배에서 4배 정도 늘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밖에도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여러 정보를 전달한 임 원장은 “우리가 지난해까지 법을 만들었다. 올해는 탄소중립 본격화 시점”이라며, 거대한 청정 유전인 재생에너지를 잘 활용해 국가 안보에 기여하고 경제성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