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하이테크 수입시장의 국가 점유율의 변화에 따라, 한국의 하이테크 수출 시장에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 이에 신산업 수출 동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중 하이테크 수입시장에서의 한국수출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하이테크 산업에서 상호 의존도를 줄이고 제3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한국산 제품 점유율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하이테크 품목은 OECD가 ‘제조 시 R&D 비중이 높은 기술제품’으로 정의한 품목으로, ▲항공우주 ▲컴퓨터·사무기기 ▲전자통신기기 ▲의약품 ▲과학기기 ▲전기기기 ▲화학품 ▲비전기기기 ▲무기류 등 9개로 분류한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교역액의 20.5%(3조6천억 달러)를 차지하며, 지난 10년 간 교역액이 연평균 3.4%로 여타 품목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하이테크 수출국 1위는 중국(23.6%)이다. 이후 홍콩(10.6%), 미국(7.3%), 대만(6.1%), 독일(5.9%), 한국(5.3%) 순이다. (2위인 홍콩은 중개무역 수출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전 세계 하이테크 수입국 1위 또한 중국(18.5%)이다. 미국은 13.5%로 뒤를 잇는다. 두 국가는 향후에도 빅2 하이테크 수입시장의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총 수출의 1/3 가량이 하이테크 품목이다. 특히, 반도체 및 통신기기를 포함하는 전자통신기기 수출 비중이 78.3%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의 최대 하이테크 수출대상국인 중국은 2011년에는 한국이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나, 2013년부터 대만에 밀려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점유율 격차가 더욱 커졌다. 미국의 점유율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대신 대만과 베트남의 점유율이 확대했다.
미국의 하이테크 수입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비중이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기회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수년간 점유율이 하락했었으나, 지난해에 점유율 6위로 전년대비 2계단 상승했다.
이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의 지속으로, 두 시장에 대한 한국 하이테크 수출 시장의 구조적인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이테크 품목 수출입과 관련, 한국무역협회 김민우 수석연구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하이테크는 반도체 비중이 높은데, 그 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에만 집중돼 있다”며 “한 가지 품목에만 집중할 경우 대외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수출 품목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게 좋다”면서 시스템 반도체의 설계와 후공정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수입 시장에서 항공우주, 의약품, 전기기기의 수입액 증가 속도가 다른 품목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해당 품목의 산업을 차세대 수출 먹거리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신성장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완화 및 인재양성, 기업의 연구개발과 인프라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