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핵심 어젠다로 자리 잡았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 신성장 동력 차원으로 확장해, 과학기술 정책 기반의 기후 대응 프레임을 만드는 중이다.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와 민간에서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힘써야 하는 상황에 있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는 ‘과학기술 기반 탄소중립 확산 방안’을 주제로 한국의 탄소중립 이행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짚었다.
이찬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후환경대응팀장은 2020년도 기술 수요 조사를 언급하며, 한국의 탄소중립 관련 기술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약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태양광과 연료전지가 선진국의 80%를 넘는 수준이고, 수소 저장이나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같은 부분은 80%를 하회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정책적으로 탄소중립 과학기술 혁신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촉진법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올해 12월 정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과기부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산학연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팀장은 탄소중립 관련 과학기술 연구개발에서 태양광, 풍력, CCUS 등 중점 추진 분야를 선정해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내년도 연구개발에 지원하는 예산이 2조3천100억 원 정도인데, 이것은 올해와 비교했을 때 약 2.8% 증가한 수치”라며 “원자력이 약 3천300억 원으로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분야”라고 했다.
박노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센터장은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 기술혁신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그가 제시한 방향은 재생에너지와 수소로 화석연료 대체, 지구온난화 지수가 낮은 공정가스 사용, 친환경 원료 사용 확대,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이다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비(非)연구개발도 강조한 박 센터장은 “탄소중립 이행은 민간,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실행 가능하도록 단계별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지난해 KISTEP에서 탄소중립 기술 분류 체계를 만들며 약 450여 개 기술을 조사한 내용도 소개했다.
조사 대상 기술의 약 70%가 실증 이전 단계의 기술로, 기술적 완성도가 높지 않아 현장에 바로 활용하기는 제한적이라는 게 그의 발표 내용이다. 박 센터장은 2030년까지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수소 환원 제철 같은 미래 기술은 2050년까지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에서 지자체와 민간기업의 실증 인프라 구축, 정부와 민간의 연구개발 역할 분담 등은 탄소중립 기술개발 시 고려할 부분으로 언급됐다. 기술실현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은 규제 완화 및 신기술의 표준화, 재정지원 확대,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등이 제시됐다.
이에 앞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개회사에서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AEA)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연간 탄소 배출량의 46%를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통한 신기술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탄소 감축 목표의 절반에 대한 기술은 아직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혁신 아이디어 창출에 관한 정책과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가장 우선해야 할 정책 과제로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인프라 공급’을 꼽았다.
최 회장은 “친환경 혁신은 외부 효과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준에 비해 과학기술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하다는 태생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혁신 비용은 과학자나 기업이 부담하지만 혁신에 따른 경제적 환경적 혜택은 사회 전체가 나눠 갖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