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됐던 국내 메타버스의 실패... ‘가상공간 중심’ 사고 때문
‘현실-가상 융합 세상’ 개척 위해 적극적인 도전 필요해
[산업일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솔루션·정책들이 활발해질수록, ‘메타버스(Metaertse)'는 저물어 가고 있다는 추측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우운택 교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주간기술동향 2107호’ 중 ‘메타버스 동향 그리고 전망’을 통해 국내의 메타버스 실패는 ‘예정된 것’이라고 단언하고, 소강상태기에 접어든 이유와 향후 활용성에 대해 살폈다.
메타버스의 핵심 속성에 대해 우운택 교수는 ▲확장(현실과 가상의 융합을 통해 현실과 가상을 서로 확장) ▲가상(서로 연결, 소통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매개) ▲세계(사람들이 모여 시공간을 넘나들며 일상 활동을 할 수 있는 현실과 가상의 융합세계)라고 정의 내렸다.
또한 핵심 요소로써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를 꼽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4가지 핵심 요소를 ‘종류’라고 왜곡해 받아들이면서 활용 방향성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가상’을 중심으로 대응하다 보니 핵심 가치인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나 ‘세계’를 놓쳤다는 것.
‘가상공간’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공간 구축에만 역량을 집중했기에 실패가 자연스러웠다고 우교수는 진단했다. 가상공간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일 뿐, 사람들이 경험과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며 ‘세계’가 형성될 때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공간만 있으면 세계가 저절로 구축될 것이라는 믿음이 결국 ‘죽은 가상공간’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우운택 교수는 ‘확장과 세계’에 대한 고려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봤다. 메타버스의 가치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사람 간의 일상 활동을 확대하고 지속시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있기에, 다양한 창조적 활동이나 문제 해결에 집단으로 참여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사람들이 모이기 위해서는 공간의 실감성·몰입감에 기반한 일시적 놀이공간으로 활용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콘텐츠 생산자로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10대를 집결시킨 ‘로블록스(Roblox)’의 성공사례는 손쉬운 콘텐츠 저작도구를 통해 게임 공간을 콘텐츠를 공유하고 유통하는 공간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생성형 AI의 확산이 메타버스를 콘텐츠 활용 공간으로 다시 주목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우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메타버스는 제3세대를 향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의 제2세대는 확장성에 명확한 한계가 있었고, 제3세대는 안경형 XR 디스플레이, 그보다 미래에는 콘텐트렌즈 형태로 발전하며 더 높은 몰입감과 필요시 즉시 접속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이후 우리 사회가 언택트(un-tact)에서 온택트(on-tact)로,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연결하고 소통하는 유택트(U-tact 또는 Ubi- tact) 시대로 진입하고 있으며, 국경과 세대 등을 초월하는 메타버스를 일상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렇기에 그는, 메타버스 3.0이 현실의 한계와 규제의 벽을 넘어 어디서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현실-가상 융합플랫폼’이 돼야 하며 개인에게는 다양한 경험과 경제적 효용을, 기업에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제공하는 실험공간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메타버스 생태계에 필요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중장기 융합형 R&D을 계획·수행하고,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우운택 교수는 우려 때문에 기술발전을 제한하기보다는, 현실-가상 융합세상 개척을 위한 다양한 도전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