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연예인을 가까이서 보거나 아이컨택을 하는 건 팬들의 특별한 기쁨이다. 그런데 러닝타임 수십여 분간 계속 눈맞춰오며 나만을 위해 공연하는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실감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벤타브이알이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소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VR 콘서트 ‘Girls In Wonderland’ 시사회를 진행했다. 신비로운 놀이공원을 배경으로 팬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컨셉으로, 걸그룹 오마이걸과 가수 이채연이 출연했다.
벤타브이알은 이날 콘서트 시작에 앞서 VR기기와 헤드셋을 나눠줬다. 벤타브이알의 특허 기술인 CMS(동시송출시스템)를 통해 시사회에 참석한 수십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잠시 VR 영상의 초점을 맞춘 것 만으로 좌석의 위치에 상관없이 똑같은 위치, 똑같은 거리에 오마이걸과 이채연이 나타났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정도를 넘어 멤버가 무대 중앙으로 나올 때면 부딪힐까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생생한 느낌을 줬다.
다만 높은 화질만큼이나 촬영 용량도 20~30기가바이트(GB) 수준으로 인터넷에서 스트리밍 하기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무게감 있는 VR 기기를 착용하는데서 오는 피로감이나 답답함은 20여분간의 상영시간에서도 배제할 수 없는 문제였다.
벤타브이알 김만재 이사는 "벤타브이알은 높은 해상도로 입체감 있는 영상을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면서도 "콘텐츠의 질은 기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송출 기기에 따라 최적의 스펙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VR기기의 상용화가 더딘 국내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벤타브이알의 콘텐츠는 '벤타엑스' 앱을 통해 다운받을 수 있지만, 콘텐츠를 즐기려면 VR 기기는 필수다.
김만재 이사는 "하드웨어 시장에서는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 등이 내년까지 계속 VR 기기들을 공급할거라 본다"라며 "저희는 그에 맞춰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작해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하이엔드 기기, 소비자 버전의 기기들이 나오기 시작할때 VR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것들이 이뤄질 향후 3년 안에 벤타브이알은 글로벌 OTT 시장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가진 회사로서 입지를 굳힐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1천 편 이상의 초고화질 S3D VR 영상을 제작한 경험이 있는 벤타브이알은 "자제 개발 고화질 벤타 VR 리그를 활용해 3SD 기술을 완벽히 구현하는 회사"라고 자평했다.
S3D의 S는 스테레오스코픽(Stereoscopic)의 약자다. 사람이 두 눈으로 물체를 보는 것과 같이 카메라 렌즈 2개로 촬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거리감과 왜곡없는 입체감을 표현하고 피로감은 줄였다. S3D는 벤타브이알이 자체 개발한 촬영장비와 3D 근접촬영기법으로 구현한다.
"전반적인 연출이 어떻게 구성될지, 여러 의도를 화면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하는게 연출자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번 콘텐츠의 메인 연출자인 벤타브이알 주승호 PD는 촬영 시 거리에 가장 주안점을 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원본 소스를 활용해 S3D를 변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VR 핵심 기술인 스티칭과 입체 보정 과정을 고려해 촬영을 진행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벤타브이알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다양한 케이팝 콘텐츠들을 만드는데 주력하며 VR 공연사업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라이브 스트리밍도 지원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 밝혔다.
오마이걸과 이채연의 VR 콘서트는 11월 중 메타퀘스트의 벤타엑스 앱에서 유료로 구매할 수 있다.